- [국외 리뷰] Lil Wayne - Funeral
- rhythmer | 2020-02-24 | 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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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Lil Wayne
Album: Funeral
Released: 2020-01-31
Rating:
Reviewer: 황두하
릴 웨인(Lil Wayne)의 커리어는 ‘시리즈 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업적, 비평적으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The Carter’ 시리즈부터 ‘I Am Not Human Being’ 시리즈, 그리고 그의 왕성한 창작욕을 대표하는 ‘Dedication’ 시리즈를 비롯한 수많은 믹스테입들까지, 그야말로 시리즈의 향연이다. 그러나 시리즈로 이어지지 못한 것들도 있으니, 2010년에 발표한 일곱 번째 정규앨범 [Rebirth]가 대표적이다.[The Carter III]의 엄청난 성공 이후 발표한 앨범에서 릴 웨인은 뜬금없이 ‘록(Rock)’ 음악을 표방했다. 지금이야 ‘이모 랩(Emo Rap)’의 인기로 록과 랩의 융합이 자연스러워졌지만, 당시만 해도 그의 선구자적인 시도에 대한 반응은 의구심과 호기심이 대부분이었다. 결과물도 좋지 않았다. 어설프게 구현한 록 음악과 오토튠으로도 커버가 되지않는 부담스러운 보컬은 듣기에 버거웠다. [Rebirth]는 결국 한 랩스타의 기행으로 남았다.
그런데 그로부터 딱 10년 후, [Rebirth]의 후속작이 나왔다. 전작인 [The Carter V] 이후 약 1년 만에 깜짝 발표한 13번째 정규 앨범 [Funeral]이다. [Rebirth]처럼 록 음악을 섞어내진 않았다. 대신 10년 전의 부진을 만회하려는 듯 그가 가장 잘하는 것으로 돌아왔다. 바로 랩이다. 그는 첫 트랙인 “Funeral”부터 작정한 것처럼 타이트한 랩을 쏟아낸다. 마치 10년 전의 전성기 때를 보는 것 같다.
특히, 곧바로 이어지는 “Mahogany”와 “Mama Mia”는 앨범의 백미라고 할 정도로 강렬하다. 전자에서는 자신의 스케이트보드인 마호가니 대쉬보드(Mahogany Dashboard)와 비슷한 적갈색을 가진 물체들을 이용해 쉴 새 없이 워드 플레이를 뱉어내고, 후자에서는 의식의 흐름대로 주제를 이어나가며 랩 스킬을 뽐낸다. 두 곡 다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엄청나게 타이트한 랩으로 꽉 차 있어 듣고 나면 강한 여운이 남는다.
[The Carter V] 때와 마찬가지로 본작도 24트랙이라는 엄청난 볼륨을 자랑한다. 하지만 마지막 곡까지 전혀 지루해지지 않고 집중력을 유지한다. 이는 모든 트랙이 고른 완성도를 지녔고, 전작처럼 상이한 스타일의 곡을 억지로 끼워 넣지 않은 덕분이다. 매니 프레쉬(Mannie Fresh), 자릴 비츠(Jahlil Beats), 마이크 윌 메이드 잇(Mike Will Made It)을 비롯해 거의 모든 트랙에 각기 다른 프로듀서가 참여했음에도 일관된 색깔을 유지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중에서도 격정적인 후렴구가 인상적인 “Dreams”, 애덤 러바인(Adam Levine)의 참여로 팝적인 감성을 더한 “Trust Nobody”, 고 엑스엑스엑스텐타시온(XXXTENTASION)과 세 번째로 함께한 음산한 분위기의 “Get Outta My Head”, 동명의 영화 제목을 빌려와 앨범의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하는 “Wayne’s World” 등은 주목할만한 완성도의 트랙들이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초반부가 너무 강렬하다 보니, 뒤따라 나오는 트랙들이 그에 미치지 못해 아쉽다. 그래서 지루하지는 않지만, 다 듣고 나면 결국 초반부만 기억에 남는다. 또한, 전작처럼 일정한 주제 의식을 갖고 있지 않아 다소 두서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잘 만든 싱글 모음집이나 믹스테입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 탓이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지만, [Funeral]은 10년 전의 패착을 만회하기엔 모자람이 없다. 여태까지 그의 커리어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그 길고도 지난한 세월 동안 릴 웨인을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게 한 것은 바로 랩 실력이다. 본작은 그가 힙합 역사상 가장 랩을 잘하는 사람 중 한 명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재탄생’시킨 채로 방치해뒀던 새로운 음악적 자아의 장례를 그만의 방식대로 멋지게 치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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