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Freddie Gibbs & The Alchemist - Alfredo
- rhythmer | 2020-07-02 | 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
Artist: Freddie Gibbs & The Alchemist
Album: Alfredo
Released: 2020-05-29
Rating:
Reviewer: 오정민
현재 갱스터 랩(Gangster Rap) 계보에서 프레디 깁스(Freddie Gibbs)의 존재감은 각별하다. 꾸준히 준수한 완성도를 유지하는 솔로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다른 아티스트와의 합작 앨범에서도 탁월한 활약을 보여왔다. 특히, 가장 최근작이자 매드립(Madlib)과의 두 번째 합작 앨범인 [Bandana]는 가히 2019년 최고의 갱스터 랩 앨범 중 하나였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예고된 세 번째 합작 앨범 [Montana]를 학수고대할 때, 그는 또 다른 베테랑 프로듀서 알케미스트(The Alchemist)와 [Alfredo] 라는 작품을 깜짝 선물처럼 가지고 돌아왔다.영화 [대부] 타이틀의 상징적인 십자가 이미지를 가져온 커버 아트워크에서 느껴지듯이 본작은 마피오소 랩 (Mafioso Rap)을 주요한 코드로 삼아 전개된다. 알케미스트의 앞글자 ‘Al’과 프레디 깁스의 퍼스트 네임을 섞은 'Alfredo'라는 타이틀 역시 미묘하게 이탈리아계 마피아(La Cosa Nostra) 를 연상시킨다. 알케미스트의 프로듀싱은 이러한 앨범의 컨셉트에 부합한다.
그는 드럼이나 베이스 사운드를 부각시키지 않고, 서정적인 고전 소울 샘플을 두드러지게 활용했다. 그 결과 앨범 전반에 걸쳐 느긋하고도 재지한 무드가 이어진다. 그 위로 음산한 피아노 루프(“God is Perfect”) 나 불길한 느낌의 이펙트(“Frank Lucas”)를 사이사이 첨가해 강렬함을 이끌어낸다. 이처럼 품격있으면서도 어두운 바이브는 말끔한 정장을 차려 입고 서늘한 폭력을 행사하는 마피아의 속성과 닮아 있다.
프레디 깁스의 랩은 말할 필요도 없이 훌륭하다. 곡의 흐름에 맞춰 적합한 리듬감으로 단어를 뱉어내는 기술은 전작들보다 더욱 인상적이다. 빠르게 랩을 전개하다가 주요 포인트에서 속도를 줄여 힘있게 강조점을 찍는, 완벽에 가까운 완급 조절이 돋보이는 “God is Perfect”나 연속된 단어의 조합만으로 쉴 새 없이 감흥을 전달하는 “Baby $hit” 같은 트랙은 대표적인 예다. 첫 트랙 “1985”에서 선언한 것처럼 그의 랩은 ‘Flow God level, like when HOV speak’란 표현 그대로다.
전작인 [Bandana]에서와 마찬가지로 피처링 진의 기용 역시 적절하다.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와 릭 로스(Rick Ross)는 각자의 파트에서 준수한 퍼포먼스를 보여줬으며, 그리셀다 레코즈(Griselda Records) 멤버들은 하이라이트 구간을 차지했다. 베니 더 부처(Benny the Butcher)와 콘웨이 더 머신(Conway the Machine)은 각각 “Frank Lucas”와 “Babies & Fools”에서 로우(Raw)하지만, 밀도 높은 랩 퍼포먼스를 유감없이 선보인다. 적어도 이 트랙에서만큼은 그 둘이 아닌 다른 피처링 아티스트를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은 궁합이다.
프레디 깁스를 여느 갱스터 랩 아티스트와 구분 짓게 만드는 점 중 하나인 메시지 역시 여전히 강렬하다. [Alfredo]에서도 그는 과거 마약상으로서의 삶이나 랩 게임에서의 자기 과시, 그리고 거친 폭력과 범죄 묘사를 주요한 콘텐츠로 활용한다. 특히, 실존 마피아의 이름을 따온 “Frank Lucas”는 본작을 대표하는 완성도 높은 마피오소 랩 트랙이다. 그와 마찰을 빚어온 지지 (Jeezy)에 대한 디스, 살벌한 코케인(Cocaine) 딜러로서의 자신감에 더해, 마피아의 주요 속성인 가족(Blood Family)에 대한 애정까지 멋지게 조합해냈다.
더불어 그는 단순히 장르적 쾌감을 주기 위한 오브제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블랙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마주해야 하는 이슈와 메시지를 유연하게 끼워 넣을 줄 아는 영리함도 지녔다. “God Is Perfect”의 후반부에 길 스캇 헤론(Gill-Scott Heron)의 클래식 넘버 “The Revolution will not televised”를 배치한 뒤, 바로 다음 트랙인“Scottie Beam”에선 그 가사를 교묘하게 비틀어 공권력에 의한 흑인 살해를 표현하는 부분이 백미다. 'The Revolution is genocide. The execution will be televised(혁명은 곧 대량학살. 사형 집행은 텔레비전으로 중계될 거야.)'를 외치는 그의 목소리는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이슈'로 끓어오른 작금의 상황에서 더욱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Alfredo]는 프레디 깁스와 알케미스트 각자가 기존에 보여준 음악적인 방향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알케미스트의 프로듀싱은 이전처럼 준수한 수준으로 자리를 지키고, 프레디 깁스의 랩은 압도적이다. 10곡 내내 긴장감을 유지하는 그의 랩 퍼포먼스는 커리어 중에서도 최상급 결과물로 평가할만하다. 준수한 프로듀싱과 훌륭한 랩, 이상의 두 소스가 모여 수작을 버무려냈다.
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