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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Chloe X Halle - Ungodly Hour
    rhythmer | 2020-07-06 | 1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Chloe X Halle
    Album: Ungodly Hour
    Released: 2020-06-12
    Rating: 
    Reviewer: 김효진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10대 여성이 20대로 접어들 때, 소망했던 것 혹은 의무처럼 여겨졌던 것은 연애였다. 로맨스를 맛깔스럽게 그리는 미디어의 영향 때문인지 바라는 연애 양상도 비슷했다. ‘백마 탄 왕자를 만나평생 행복하게 살았답니다’(happily ever after)에 방점을 찍는 것. 하지만 젊은 여성들 사이에 페미니즘이 떠오르며 그 환상은 처참히 깨졌다. 여성들은 깨달았다. ‘백마 탄 왕자는 없다는 것을. 여성들은 이제백마에 올라타고자 한다. 주체성을 기르고 자력을 꿈꾼다. 그 과정에서 같은 여성의 지지는 앞으로 나아갈 자양분이 된다.

     

    자매로 이루어진 알앤비 듀오 클로이 앤 할리(Chloe X Halle) 2018년 데뷔 앨범 [The Kids Are Right]을 통해 자주적 태도를 관철했다. 종교 의식도 자신들의 의지를 꺾을 순 없다고 말하고, 자신의 길을 스스로 색칠하겠다고 주창한다. 당시 그들의 나이는 10.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주도성(主導性) 강한 말들을 날카롭게 구축했다. 프로덕션 또한 빠지지 않았다. 알앤비를 주축으로 일렉트로닉, 가스펠, 아프리칸 비트를 유영하며 쌓아 올린 프로덕션은 훌륭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이제 그들은 20대에 접어들었다. 두 번째 앨범 [Ungodly Hour]는 전작과 궤를 같이 한다. 그러나 시선은 더 통렬해졌다. 앨범 시작부터 그렇다. 그들은 연인 관계에서 동등하기보다 한 단계 더 올라가 권위를 취하려 한다. 권력을 표방한다. ‘허락 대신 용서를 구하라(Don't ever ask for permission / Ask for forgiveness)’는 내레이션이 “Intro”에 흐르고 뒤이어 연결되는 “Forgive Me”는 오싹하기까지 하다. “Busy Boy”에서는 바람 피는 연인을 같잖게 보는 태도가 느껴지고, 다소 폭력적인 내용을 태연하게 그려낸 “Tipsy”는 금상첨화다.

     

    반면에 그들은 어린 여성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일깨워 주고 싶어 한다. 새로운 세계가 열린 듯 ‘Baby Girl, It’s Your World’라 말하는 “Baby Girl”과 파티에서 애정 상대를 찾지 않고 그저 크루(crew)와 함께 있길 바란다는 “Do It”은 여성 간의 지지와 연대를 은유한다. 이 짜임새는 청자를 향해함께 하자.’라며, ‘더 좋은 것을 위해 살자.’라고 노래하는 마지막 트랙 “ROYL”까지 가 닿는다.

     

    멜로디는 트랙의 처음부터 끝까지 상승과 하락을 오가며 자유롭게 변주한다. 어두운 분위기의 트랩 비트가 인상적인 “Forgive Me”부터 밝고 리드미컬한 “Tipsy”, “Catch Up”, 기타로 미니멀하게 구성한 “Wonder What She Think Of Me”까지 부족함 없다. 총괄 프로듀서는 클로이 앤 할리. 그들은 본작을 통해 서사에서의 주체성뿐만 아니라 음악적 주체성까지 구비했다.

     

    보컬 퍼포먼스도 귀를 사로잡는 요소다. 모자람 없는 멜로디에 탄탄한 서사를 납득하게 하는 것은 그들의 보컬이다. 혼자 부를 때와 함께 부를 때, 각각의 장점을 확실히 활용한다. 혼자 가창할 땐 속삭이는 듯 유연한 보컬이 한 곳에 함께 더해지면 단단한 요체를 갖춘다. 음정을 거침없이 넘나드는 “Ungodly Hour”와 도입부의 화음으로 고결함을 입힌 “Don’t Make It Hader On Me”가 대표적이다.

     

    [Ungodly Hour]는 그들의 성장을 표명한다. 음악으로 쌓은 서사와 주체성을 갖춘 프로덕션, 설득력 있는 보컬 퍼포먼스까지. 클로이 앤 할리는백마위에 올라 타 무람없이 달린다. 그들의 나이가 20대 초반이라는 사실이 희망적이기까지 하다. 그들은 아직 보여줄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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