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Jessie Ware - What’s Your Pleasure?
- rhythmer | 2020-08-04 | 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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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Jessie Ware
Album: What’s Your Pleasure?
Released: 2020-06-26
Rating:
Reviewer: 김효진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제시 웨어(Jessie Ware)가 2017년에 발표한 [Glasshouse]는 한껏 힘을 준 앨범이다. 그는 역량을 증명하고 싶었고, 2016년 첫 출산 이후 엄마가 된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참여 진 또한 화려했다. 프란시스 앤 더 라이트(Francis and the Lights), 에드 시런(Ed Sheeran), 캐시미어 캣(Cashmere Cat), 줄리아 마이클스(Julia Michaels) 등등, 저명한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해 제시 웨어가 건축한 음악 세계에 도움의 손길을 보탰다.그러나 앨범의 성적은 기대만큼 좋지 않았다. 거기다 2017년 투어를 돌며 재정적 상황은 악화되었고, 같은 해 참여한 코첼라 페스티벌에서는 관객의 냉담을 마주하게 된다. 아마 그 순간이 힘이 잔뜩 들어간 그의 어깨가 탁, 하고 힘이 풀린 계기였으리라. 그때부터 제시 웨어는 음악을 창작할 때 인기나 관심을 중점에 두지 않았다고 한다.
이 같은 기조는 [What’s Your Pleasure?]에서도 느껴진다. 본작엔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제시 웨어의 모습이 담겼다. 전작과 톤 앤 매너가 완전히 다르다. 어두운 얼터너티브 알앤비를 구사하던 제시 웨어는 본작을 통해 우릴 7,80년대로 데려간다. 다이애나 로스(Diana Ross)를 연상케 하는 디스코 리듬으로 앨범을 꽉 채웠다. 앨범의 출발점인 "Spotlight"부터 다섯 번째 곡인 "Save A Kiss"까지 신스 사운드로 화려하게 점철된 업템포 디스코 리듬과 함께 거침없이 내달리며 몸을 마구 움직이게 만든다.
특히, "Ooh La La"는 앨범 초반부의 하이라이트다. 빈틈이 느껴지지 않는 곡이다. 꽉 막힌 도로 상황을 그리는 사운드 스케이프에 묵직한 킥 드럼, 불규칙적으로 등장하는 신스 사운드, 거기에 빈틈을 가득 채우는 베이스와 기타 리프가 듣는 내내 진한 감흥을 만든다. 후반부까지 집중력을 끌고 가는 것은 기타 리프다. 비선형적으로 느껴졌던 기타 사운드가 후반부에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내자 제 규칙을 찾은 듯 곡이 탄탄하게 마무리된다.
앨범은 "Adore You"를 기점으로 변곡점을 맞이한다. 그러나 기조는 다르지 않다. "Mirage(Don't Stop)"엔 1983년에 발매된 바나나라마(Bananarama)의 "Cruel Summer"를 활용했고, "Read My Lips"에서는 전반부와 비슷하게 신나는 펑크(Funk) 리듬을 유지한다. 그렇게 막힘없이 나아가던 리듬은 마지막 트랙에 다다르면서 새로운 분위기를 환기한다. "Remember Where You Are"는 줄곧 이어져 온 분위기와 다르게 코러스 화음이 돋보이는 차분한 곡이다. 일정한 질서를 이루는 베이스와 드럼이 빌 위더스(Bill Whithers)가 구사하던 소울 음악을 떠올리게 한다. 앨범의 완연한 마무리를 알리기에 적합했고 완벽하다.
그가 힘을 빼고 음악을 만들자 가사는 보다 직관적이게 쓰여졌다. ‘Push / Press / More / Less’ ("What's Your Pleare?")처럼 짧은 단어를 여럿 활용하거나 같은 구절을 지속적으로 반복함으로써 노랫말을 채웠다. 그러나 그것이 크게 문제되진 않는다. 제시 웨어는 짧고 직관적인 가사를 통해 본능을 얘기하고 욕망을 그려낸다. 그 가사들은 디스코와 어우러져 전체적인 분위기를 축조한다. 비유하자면, 단타인 줄 알았던 공이 멀리 뻗어나가 장타를 이루어 낸 거다.
재밌게도 제시 웨어가 '힘 빼기의 기술'을 사용하자 그의 데뷔작 [Devotion]이 떠오른다. 한껏 쥐고 있던 힘을 빼고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드니, 일렉트로 사운드를 활용하던 처음의 모습으로 회귀하게 된 거다. 본작의 완성도 또한 부족하지 않았다. 영화 OST에 참여하거나 여러 히트곡을 만들어 유명세를 떨치는 것보다 주관이 선행된 음악을 만드는 것이 자신에게 더 중요하다는 명제를, 제시 웨어는 본작을 통해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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