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Mac Ayres - Magic 8Ball
- rhythmer | 2021-01-29 | 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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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Mac Ayres
Album: Magic 8Ball
Released: 2021-01-18
Rating:
Reviewer: 황두하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맥 에이레스(Mac Ayres)는 데뷔 EP [Drive Slow](2017)의 수록곡 “Easy”와 “Calvin’s Joint”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아티스트가 되었다. 특히, 유튜브와 사운드클라우드처럼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음악을 듣는 세대들은 그의 노래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모든 악기를 직접 연주하며 서정성을 강조하고, 로파이(Lo-Fi)한 질감으로 완성한 프로덕션은 소위 ‘힙스터’라고 불리는 오늘날 젊은 세대의 취향과 맞닿아있다. 더불어 ‘이지 리스닝’의 성격이 강한 덕에 장르를 깊게 탐구하지 않는 리스너라도 쉽게 소화할 수 있다.세 번째 정규 앨범 [Magic 8Ball]도 마찬가지다. 노이즈 소스를 적극적으로 운용한 특유의 로파이 사운드와 감성을 건드리는 간결한 멜로디 어레인지는 여전히 준수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또한, 가창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진성과 가성을 오가는 매력적인 톤의 보컬이 프로덕션에 자연스레 묻어난다. 일부러 조악한 맛을 살린 믹싱으로 보컬이 마치 하나의 악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앨범의 전반부는 차분하게 진행된다. 빈티지한 질감의 신시사이저와 일렉 기타 연주로 아침의 나른한 분위기를 연출한 “Sunny & 62”, 드럼을 배제하고 어쿠스틱 기타 연주로 리듬 파트를 대신한 “Sometimes”, 현악기 연주와 아카펠라가 곡을 주도하는 두왑(Doo-Wap) 풍의 “Brand New”까지, 일정한 무드를 유지하면서도 디테일에 차이를 둔 편곡이 듣는 맛을 살린다.
후반부에는 조금 더 리듬감을 강조한 트랙들이 이어진다. “Every Time”, “Where U Goin’ Tonight?”, “Almost Home”까지 이어지는 구간이 그렇다. 그중에서도 808드럼을 차용하고, 많은 단어를 빠르게 뱉으며 리듬을 밀고 당기는 보컬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Every Time”은 그의 커리어 사상 가장 메인스트림 알앤비 사운드와 맞닿아 있는 곡이다. 8트랙, 28분의 짧은 러닝타임 내에서 분위기의 고저가 확실한 트랙 배치가 이루어진 부분을 특기할만하다.
이러한 구성은 내러티브와도 관련이 있다. 전날의 숙취 때문에 느지막이 잠에서 깬 남자는(“Sunny & 62”) 이별의 상실감에 괴로워하다가 새로운 만남을 찾아 밤거리를 나서지만(“Every Time”, “Where U Goin’ Tonight?”), 결국 허탕을 치고 다시 술에 취해 집에 돌아온다(“Almost Home”). 그리고 다시 숙취에 찌든 아침을 맞는다. 지질한 남자의 하루를 한 편의 짧은 소동극으로 그려낸 것이다. 비록, 평이한 표현의 가사로 일관한 탓에 개별 곡의 감흥은 덜하지만, 앨범 전체를 들을 때 더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앨범의 스토리를 인식하지 않더라도 [Magic 8Ball]은 편안한 마음으로 듣고 즐기기엔 충분하다.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놀라울 정도로 탄탄한 완성도를 보이는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데뷔 이래 매년 앨범을 발표하는 맥 에이레스의 음악은 언제나 일정 수준 이상의 질을 보장한다. 그는 트렌드와 상관없이 우직하게 본인의 영역을 개척하며 왕성한 창작욕을 분출하는 중이다. [Magic 8Ball]에 그 현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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