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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Genesis Owusu - Smiling With No Teeth
    rhythmer | 2021-03-22 | 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Genesis Owusu
    Album: Smiling With No Teeth
    Released: 2021-03-05
    Rating:
    Reviewer: 황두하









    2010
    년대를 지나오며 블랙뮤직은 그 어떤 장르보다 역동적인 변화를 겪었다. 일렉트로닉과 알앤비를 결합하여 탄생한 피비알앤비(PBR&B)와 이모코어를 비롯하여 록 사운드를 흡수한 이모 랩(Emo Rap)까지. 그야말로 대중음악계 전반에 걸쳐 마수(?)를 뻗치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어느 한 가지 장르로 정의할 수 없는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도 늘어났다. 엔이알디(N.E.R.D.)로 활동하던 시절의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부터 칸예 웨스트(Kanye West), 키드 커디(Kid Cudi), 차일디쉬 갬비노(Childish Gambino),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 테오필러스 런던(Theophilus London) 등은 대표적이다.

     

    호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신예 아티스트 제네시스 오우수(Genesis Owusu)의 음악도 그렇다. 그는 2017 EP [Cardrive]를 발표하며 등장했다. 그는 힙합을 바탕으로 알앤비, 일렉트로닉 등등, 다양한 장르를 끌어안은 사운드를 선보였다. 탄탄한 랩 퍼포먼스, 삶과 사회에 대한 철학적 사유와 동시에 호전성을 드러내는 가사 역시 인상적이었다. 이후 발표한 싱글에서는 소울, 펑크(Funk) 등을 시도하며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이러한 시도는 첫 번째 정규 앨범 [Smiling With No Teeth]에 이르러 더욱 과감해졌다. 앨범에 수록된 트랙들은 각기 다른 장르와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여러 장르가 결합과 해체를 반복하며 위험한 기운을 내뿜다가도 어느새 차분히 정돈된 사운드를 들려주기도 한다. 두터운 신시사이저 라인을 운용해 일렉트로닉 레이브 뮤직(Rave Music)을 표방한 “On the Move!”, 빈티지한 질감의 디스코-펑크 트랙 “The Other Black Dog”, 날카로운 기계음을 난입 시켜 일렉트로닉과 고전 소울 사운드가 어우러진 “Centrefold”, 퓨쳐 펑크(Future Funk)의 기운이 느껴지는 “Don’t Need You” 등등, 초반부 트랙들의 면면만 봐도 그가 추구하는 음악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중반부터는 한발 더 나아가 록 음악까지 적극적으로 껴안는다. 록 뮤지션 키린 제이 캘리넌(Kirin J Callinan)이 참여해 1980년대 아레나 록 사운드를 구현한 “Drown”과 내달리는 일렉 기타 사운드와 여러 가지 소스를 어지럽게 충돌시키는 펑크 록 넘버 “Black Dogs!”는 대표적이다. 심지어 “A Song About Fishing”에서는 목가적인 분위기의 포크송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가운데 오우수는 모든 곡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퍼포먼스로 중심을 잡아준다. 이는 랩과 보컬 양면에서 수준급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 덕분이다. 장르를 넘나드는 타 아티스트들이 종종 퍼포먼스 면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는 다르다.

     

    본작을 관통하는 주제는 인종차별이다. 오우수의 가족은 그가 2살 때 가나에서 호주 캔버라(Canberra)로 이민을 왔다. 인구 대부분이 백인인 동네에서 그는 어릴 적부터 지독한 인종차별을 겪으며 자랐고, 그로 인해 심각한 우울증까지 앓았다. 앨범 내내 언급하는 두 마리의검은 개(Black Dogs)’는 우울증과 인종차별을 상징한다. 우울증(“The Other Black Dog”)과 싸우던 그는 마침내 병을 떨쳐버리고(“Don’t Need You), 본격적으로 인종차별에 맞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I Don’t See Colour” “Whip Cracker”는 가장 직접적으로 인종차별을 공격하는 트랙들이다. 전자에서는 흑인뿐만 아니라 타 인종들에게도 만연한 차별에 맞서 행동할 것을 촉구하고, 후자에는 노예제의 상징인채찍을 뺏어 무덤에 있는 노예제 주인들에게 그대로 돌려주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앨범 안에서는 그를 괴롭히던 두 마리의 검은 개를 물리치는 데에 성공하지만(“No Looking Back”), 여전히 인종차별이 살아있는 현실로 돌아가는 마무리(“Bye Bye”)로 씁쓸한 여운을 남기는 것 또한 인상적이다.

     

    오우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2020년 호주에서 래퍼가 된 프린스(Prince)’로 표현했다. [Smiling With No Teeth]를 들어보면,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다. 그의 음악은 멀게는 프린스, 가깝게는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나 차일디쉬 갬비노가 떠오를 정도로 광활한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더불어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늘날 흑인들이 겪고 있는 사회 문제 - 인종차별과 그로 인한 정신 질환 - 를 가감없이 녹여낸 내러티브가 강한 울림을 준다. 탈 장르의 시대, 과감한 실험 정신과 작가적 역량을 갖춘 괴물 같은 신예 아티스트의 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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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nomis (2021-04-12 11:28:41, 118.91.7.***)
      2. 진짜 오랜만에 음악 듣고 짜릿한 느낌을 받은 앨범입니다. 듣기 편한데 새로움도 딱 적절한 수준으로 섞여 있어서 참 조화로운 느낌이 들어요. 무엇보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고 섞는 데에 상당히 능숙해서 이질감이 전혀 느끼지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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