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Jon Batiste - We Are
- rhythmer | 2021-04-08 | 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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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Jon Batiste
Album: WE ARE
Released: 2021-03-19
Rating:
Reviewer: 황두하
디즈니 애니메이션 최초로 흑인이 주인공인 [소울, Soul]은 허구의 이야기다. 하지만 주인공 조 가드너의 존재에 영감을 준 실제 인물이 있다. 재즈 뮤지션 존 바티스티(Jon Batiste)다. 그는 음악 감독으로도 참여하여 영화 속 뉴욕 거리를 아름다운 재즈 선율로 가득 채웠다. 2000년대 중반부터 활동을 시작한 바티스티는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고 프린스(Prince), 레니 크레비츠(Lenny Kravitz)등의 베테랑 뮤지션들과 작업해왔고, 본인의 앨범도 꾸준히 발표했다. 더불어 미국 간판 토크쇼 중 하나인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 The Late Show with Stephen Colbert]의 밴드 리더로 활동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쌓았다.그가 지금까지 발표한 작품들은 주특기인 피아노 중심의 재즈 연주 앨범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한 [WE ARE]는 다르다. 재즈가 아닌 알앤비, 소울, 블루스, 펑크(Funk)에 기반을 두었고, 커리어 최초로 보컬을 시도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꽤 근사하다.
존의 가족들과 어린이 가스펠 합창단, 그리고 그가 졸업한 뉴올리언스 성 어거스틴 고등학교의 마칭 밴드가 참여해 웅장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가스펠 소울 트랙 “WE ARE”부터 앨범의 성격이 드러난다. 미국 사회 내 흑인들의 삶을 이루는 주요 커뮤니티(가족, 교회, 학교)를 한데 모아 공동체의 힘을 노래한다.
전반부의 트랙들은 빈티지한 질감으로 마감됐다. 블루스의 진한 감성이 녹아있는 “CRY”, 업템포 리듬과 피아노 라인이 흥을 돋우는 “I NEED YOU”, 스윙 재즈를 차용한 사운드 위로 랩을 시도하는 “WHATCHUTALKINBOUT”은 대표적이다. 그런가 하면 “BOY HOOD”에서는 808드럼을 사용해 조금 더 트렌드와 맞닿아있는 사운드를 시도했다.
장기인 유려한 피아노 연주로 집중하게 만드는 인스트루멘탈 트랙 “MOVEMENT 11’”을 지나면, 한층 차분하게 가라앉은 분위기의 트랙들이 이어진다. 핫 에이트 브라스 밴드(Hot 8 Brass Band)가 참여한 “ADULTHOOD”처럼 후반부에서는 주로 관악기 연주를 활용해 서정적인 무드를 자아낸다. 덕분에 존과 가족들의 대화를 담은 마지막 트랙 “UNTIL”까지 들으면 아련한 여운을 느낄 수 있다.
음악적 색깔이 달라진 것은 앨범에 담은 내용과 관련이 있다. 앞서 언급한 “WE ARE”처럼 그는 그동안의 고통과 차별을 딛고 힘을 합쳐 꿋꿋이 일상을 살아가는 흑인들의 삶을 긍정한다. “CRY”, “ADULTHOOD”에서는 계속되는 인종차별과 지난한 삶을 토로하고, “WHATCHUTAKLINBOUT”, “BOY HOOD”, “FREEDOM”, “SHOW ME THE WAY”에서는 미국 사회 속에서 흑인들이 일궈온 삶과 문화를 찬양한다.
특히, “BOY HOOD”에서는 어린 시절 겪었던 블랙 커뮤니티의 정겨운 모습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묘사한다. 이처럼 ‘흑인의 삶’이라는 주제가 배경에 있기 때문에 ‘삶이 지칠 때 노래를 부른다.’라는 다소 뻔한 내용의 “SING”도 감동적으로 다가온다.존은 2019년 가을부터 앨범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팬데믹과 BLM 운동이 휩쓸고 간 2020년을 지나오며 앨범이 완성된 것이다. 그리고 그 열기는 고스란히 [WE ARE]에 담겼다. 그는 연주만으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2020년의 사회상과 흑인들의 삶에 대한 긍정을 가사에 담아 노래했다. 그러나 거창하거나 급진적이지 않다. 마치 [소울]의 이발소 장면처럼 은은하고 정겨운 향이 가득 녹아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존의 음악적 내공이 옹골차게 집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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