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Joyce Wrice - Overgrown
- rhythmer | 2021-05-08 | 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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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Joyce Wrice
Album: Overgrown
Released: 2021-03-19
Rating:
Reviewer: 김효진
가장 자리에 선 사람은 전체를 볼 수 있다. 측면에 서 있어 소외된 것 같아 보여도 한 발짝 떨어져 상황을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이스 라이스(Joyce Wrice)의 자리는 항상 가장 자리에 가까웠다. 본인 노래가 아닌 커버 영상으로 먼저 알려졌고, 첫 EP [Stay Around](2016)를 낸 후에는 피처링 옆에 이름이 자주 새겨졌다.그럼에도 그는 자기 중심을 잃지 않는다. 첫 EP [Stay Around]에 어릴 적 듣고 자란 음악의 흔적을 담아 성장 과정을 드러냈다. 트랙을 듣다 보면 알리야(Aaliyah), 브랜디(Bandy),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 등이 떠오른다. 더불어 그 음악들을 모자람 없이 소화한다. 90년대 알앤비는 그가 잘 할 수 있는 음악이자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이다.
[Overgrown]의 프로덕션도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유행한 알앤비의 리바이벌에 가깝다. 로린 힐(Lauryn Hill), 메리 제이 블라이즈(Mary J. Blige),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가 투영된 것 같은 트랙들이 줄 지어 있다. 그러나 리바이벌에만 그치지 않는다. 장르를 재해석하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구축한다.
힙합 소울 “On One”은 리드미컬한 스트링 편곡과 거칠고 투박한 드럼 비트가 어우러지고, 프레디 깁스(Freddie Gibbs)의 랩핑과 조이스 라이스의 소울풀한 보컬까지 부족함 없다. 럭키 다예(Lucky Daye)가 참여한 “Falling In Love”에서도 마찬가지다. 날카로운 비트와 일렉트로닉한 소스를 조화롭게 결합했다. 첫 트랙 “Chandler”는 트랩 비트를 융화시켜 트렌디함을 살린다.
당대의 알앤비 사운드를 다시 펼친 만큼 힙합과의 교집합도 두드러진다. 단순하게는 샘플링 작법을 꼽을 수 있다. “So So Sick”에서 존 비(Jon B)의 “They Don’t Know”를 샘플링했고, “Losing”에서의 보컬을 바로 이어지는 트랙 “You”에서 새롭게 배치했다. 다수의 아티스트가 참여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우미(UMI), 데빈 모리슨(Devin Morrison), 웨스트사이드 건(Westside Gunn), 케이트라나다(KAYTRANADA), 마인드 디자인(Mndsgn) 등등, 다채로운 알앤비, 힙합 아티스트가 목소리를 더해 장르적 특징을 아로새긴다.
특히 웨스트사이드 건의 목소리로만 채운 “Westside Gunn’s Interlude”는 메리 제이 블라이즈 [What’s The 411?]에 수록된 “Intro Talk”를 떠올리게 한다. 트랙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는 점과 남성 힙합 아티스트의 목소리로만 채웠다는 점이 유사하다. 힙합 장르와 깊게 교류했던 알앤비 아티스트를 오마주한 듯한 모습이다.
자칫하면 아티스트의 존재감이 흐릿해질 수 있는 전략이다. 일부 구간에선 레퍼런스가 쉽게 떠오르는 무난한 프로덕션이 개성을 해쳐 아쉬움도 남는다. 그러나 조이스 라이스는 다방면으로 자신을 영리하게 드러내고 있다. 같은 일본 혼혈인 우미와 함께 가창한 “That’s On You”에서는 일본어 가사를 넣어 본인의 뿌리를 명시한다. 뿐만 아니라 조이스 라이스의 목소리와 화음이 앨범 전체를 관통하며 그의 존재감을 현시한다.
조이스 라이스는 [Overgrown]의 제작 과정을 정원에 비유했다. 풀과 잡초가 많이 자라(‘Overgrown’) 정리가 필요한 정원을 다듬는 일. 그는 가장 자리에 서서 잡초를 정리하고 자신의 뿌리를 살펴 생각을 정돈했다. 어울리는 꽃을 피워 자기 확신까지 갖게 되었다. 이제 다음 스텝은 분명하다. 정원의 중심에 서서 단단한 뿌리를 내릴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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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맛수빈 (2021-07-11 15:20:23, 220.93.108.**)
- 좋은데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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