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Flying Lotus - Yasuke
- rhythmer | 2021-05-18 | 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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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Flying Lotus
Album: Yasuke
Released: 2021-04-30
Rating:
Reviewer: 강일권
힙합, 소울, 재즈, 일렉트로닉 등이 중첩된 플라잉 로터스(Flying Lotus)의 음악은 이를 테면 장르의 모순 속에서 완성된다. 여러 장르가 해체와 결합을 반복하고, 사정없이 무너지고 세워지며, 때론 독자적인 음악으로, 때론 장르색을 드러내는 음악으로 귀결된다. 즉, 그의 세계 안에서 장르는 무의미한 동시에 유의미하다. 이 같은 면이 오늘날 플라잉 로터스를 독보적 위치에 올려놓았다.한편으론 그래서 외로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다양한 장르를 다루고 변주하는 것에 능하지만, 벌쳐(VULTURE)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각 장르 씬에서는 이방인에 가깝다. 이처럼 눈부시도록 독창적인 아티스트가 저항없이 받아들여야 할 숙명 같은 현실은 [Yasuke]가 완성되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Yasuke]는 일본 전국시대 때 오다 노부나가의 휘하에 들었던 흑인 사무라이 ‘야스케’를 모티브 삼은 동명의 애니메이션 사운드트랙이다. 작품을 만든 르션 토마스(LeSean Thomas) 감독이 역사 속의 실제 인물과 허구를 결합하였듯이 플라잉 로터스는 최소 세 개 이상의 장르를 결합하여 독특한 판타지 시대극에 걸맞은 음악을 만들어냈다. 당대의 일본에서 이방인이었을 야스케에게 본인의 심경을 투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음악의 무드가 전반적으로 황폐하며 처연하다. 미래의 소리와 과거의 소리가 공존하는 무그 신시사이저(Moog) 특유의 사이키델릭하며 푸근한 사운드가 지배적인 가운데, 다양한 패턴의 드럼과 퍼커션이 때에 맞춰 출입하고, 로파이(lo-fi)한 질감의 프로덕션이 전체를 감싸 안았다. 그 사이사이로 감정을 건드리는 멜로디가 마치 수증기처럼 피어오른다.
철저하게 인스트루멘탈 위주로 꾸려진 [Yasuke]는 탁월한 영화 스코어이자 재즈 퓨전, 익스페리멘탈 힙합, 네오 소울, 일렉트로닉 등이 어우러진 얼터너티브 앨범이다. 평균 1분 30여 초에 이르는 짧은 26개의 곡은 보통의 스코어가 그렇듯이 시퀀스를 표현하는 제목의 느낌을 구현하는 데에 충실하다.
앨범 내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비장한 무드를 풍기는 "Your Armour ", "The Eyes of Vengeance" 등은 대표적이다. 아직 애니메이션을 제대로 보지 못했음에도 플라잉 로터스가 주조한 음악을 듣고 있으면 대략적인 시퀀스와 분위기가 저절로 떠오른다.한편, 극소수의 참여 진, 썬더캣(Thundercat), 덴젤 커리(Denzel Curry), 니키 랜다(Niki Randa)의 보컬은 적재적소에서 분위기를 환기하고 무드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Black Gold"에서 아스라이 선회하는 썬더캣의 팔세토 보컬, "Hiding in the Shadows"와 "Between Memories"에서 그윽하게 잔향을 남기는 니키 랜다의 보컬, "African Samurai"에서 야스케의 처지와 심경을 대변하는 덴젤 커리의 거친 래핑 전부 퍼포먼스가 전면에 부각되기보다는 프로덕션의 일부로 자연스레 녹아있다.
예전부터 블랙뮤직 아티스트와 사무라이 영화, 혹은 애니메이션과의 인연은 깊다. 특히 우탱 클랜(Wu-Tang Clan)의 르자(RZA)는 짐 자무쉬(Jim Jarmusch) 감독의 [고스트 독, Ghost Dog: The Way Of The Samurai](1999)과 키자키 후미노리 감독의 [아프로 사무라이, Afro Samurai](2007) 사운드트랙에서 특유의 프로덕션과 영화 스코어를 기막히게 조합하여 진한 감흥을 안겼다.
플라잉 로터스는 르자와 또 다른 방향에서 블랙뮤직을 자양분 삼아 훌륭한 스코어를 탄생시켰다. 애니메이션 [야스케]의 완성도가 어떻든, 플라잉 로터스가 연출한 [Yasuke]는 강렬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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