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Greentea Peng - Man Made
- rhythmer | 2021-06-25 | 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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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Greentea Peng
Album: Man Made
Released: 2021-06-04
Rating:
Reviewer: 황두하
2000년대 초반, 네오 소울(Neo-Soul)은 알앤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맥스웰(Maxwell), 디엔젤로(D’Angelo), 에리카 바두(Erykah Badu) 등등, 네오 소울을 표방한 초대형 스타들이 등장하며 장르의 인기를 견인했다. 소울과 알앤비를 기반으로 힙합, 사이키델릭(Psychedelic), 재즈(Jazz), 록(Rock)처럼 다양한 장르를 끌어안았던 네오 소울은 피비알앤비(PBR&B) 이전, 가장 실험적인 블랙뮤직이었다.그러나 인기가 오래가진 않았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메인스트림 알앤비 사운드와 점차 유리되고, 맥스웰, 디엔젤로 같은 대표 아티스트들의 활동이 뜸해지면서 장르 팬들의 시야에서 멀어지게 됐다. 간간이 네오 소울 사운드를 차용한 트랙이 발표되긴 하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표방하는 아티스트는 거의 없다.
그런데 여기 2021년에 네오 소울을 표방한 신예 아티스트가 있다. 그것도 미국이 아닌 영국에서 말이다. 바로 그린티 팽(Greentea Peng)이다. 그는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음악을 ‘네오 소울’, 혹은 ‘사이키델릭 알앤비’라고 밝힌 바 있다. 두 가지 용어는 에리카 바두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인지 그린티의 첫 정규 앨범 [MAN MADE]는 많은 면에서 에리카 바두의 음악과 맞닿아 있다. ‘2021년 버전 영국의 에리카 바두’라고 말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우선 프로덕션부터 비슷하다. 알앤비, 소울을 바탕으로 사이키델릭, 힙합, 일렉트로닉, 펑크, 재즈 등등, 수없이 많은 장르가 결합하고 해체하기를 반복한다. “Dingaling”에서는 블랙 트왕(Blak Twang)의 “So Rotton”과 투페이스(2Face)의 “African Queen”을 인용해 레게의 향을 느낄 수 있고, “Sinner”에서는 펑크 록을, “Jimtastic Blues”에서는 댄서블한 블루스 사운드를 차용했다. 그런가 하면, “Be Careful”에서는 808 드럼이 주도하는 트랩 리듬에 인도 풍의 관악기 라인을 얹어 트렌드를 개성 있게 흡수했다.
이처럼 다양한 장르를 가로지르는 와중에도 산만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비슷한 결의 사운드를 유지한 덕분이다. 전체적으로 두터운 베이스라인과 리듬 파트를 강조하고, 몇 가지 악기만을 활용한 미니멀한 구성을 취한다. 여기에 딜레이를 강하게 먹인 그린티의 보컬을 악기처럼 활용하거나(“Mataji Freestlye”), 독특한 소스를 기저에 깔아(“Kali V2”, “Man Made”, “Meditation”) 사이키델릭함을 강조한다. 특히, “Meditation”에서는 7분의 러닝타임 동안 나른한 신시사이저 사이로 여러 소스를 난입시켜 마치 최면에 빠져드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린티의 퍼포먼스는 한 곡에서도 랩과 노래, 스포큰 워드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낮게 읊조리며 리듬을 밀고 당기다가도, “Maya” 같은 곡에서는 시원하게 내지르는 보컬로 분위기를 환기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보컬을 하나의 악기처럼 활용하거나 적은 양의 간결한 가사를 반복해서 뱉으며 프로덕션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느끼기도 전에 신비로운 무드에 빠져든다.
앨범이 다루는 내용도 바두와 닮아있다. 영적인 평화, 그리고 물질적, 세속적 세상에 대한 거부가 그것이다. 그린티가 내면의 평화에 이르는 방법은 대마초와 실로시빈 버섯 등, 자연에서 나는 환각성 물질(“This Sound”, “Party Hard Interlude”)과 명상(“Meditation”)이다. 더불어 인간이 만들어낸 인위적 관습에 저항하고(“Maya”, “Man Made”, “Poor Man Skit”), 속세에 휩쓸려 살아왔던 자신의 죄를 고백한다. (“Sinner”)
바두와 다른 점이 있다면, 조금 더 공격적인 태도로 기존 체제에 맞서 투쟁한다는 점이다. 일례로 “Free My People”, “Suffer” 같은 곡에서는 억압받는 소수자들과 연대하고, 함께 싸우겠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전반적으로 직관적이고 간결한 어휘 선택도 호전성을 돋보이게 하는 요인이다. 그런가 하면, 죽은 양부를 추모하는 마지막 곡 “Jimatastic Blues”는 내용과 반대되는 신나는 분위기로 장례식을 축제처럼 치르는 나라들의 문화를 떠올리게 한다.
아직도 신분제의 잔재가 남아있는 영국은 미국 이상으로 인종차별이 심한 나라다. 그린티는 아랍계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10대 후반에는 마약 중독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은 [MAN MADE]의 메시지에 강한 설득력을 더한다. 다양한 장르를 유영하는 프로덕션과 어느 하나로 규정하기 힘든 자유로운 퍼포먼스는 일체의 관습을 거부하는 그린티의 사상과 맞닿아있다. 겉으로 보기엔 차분해 보이지만, 그 기저에는 용암 같은 열정이 들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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