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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Issa Gold - Tempus
    rhythmer | 2021-07-20 | 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Issa Gold
    Album: Tempus
    Released: 2021-07-05
    Rating:
    Reviewer: 강일권









    브루클린 출신의 래퍼 이사 골드(Issa Gold)는 듀오 더 언더러치버스(The Underachievers) 때부터 브래거도시오(braggadocio/*필자 주: 자기 과시, 특히, 일종의허풍을 가미한 과시)엔 별 관심 없어 보였다. 가사 속의 그는 개인과 삶에 관해 사유하길 좋아하는 20대였다. 마침내 발표된 솔로 앨범 [Tempus]에서도 그렇다.

     

    라틴어로 '시간'을 의미하는 앨범 제목처럼 골드는 과거와 현재의 본인을 돌아보며 깨닫고 느낀 바를 가감없이 풀어놓는다. 감정의 온도는 주제에 따라 달라진다. 일례로 친구처럼 여겼던 이들의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본 모습에 차오른 실망과 슬픔을 토로할 땐 격앙되지만("Envy"), 그가 저지른 과오와 미처 알지 못해 지나친 소중한 순간을 후회할 땐 담담해진다("Regrets"). 다만 래핑만큼은 대체로 차분하다.

     

    특히 인간의 본질, 종교, 인간관계 등등, 삶과 밀접한 주제를 은유 충만한 라임으로 뱉는 골드의 랩은 오늘날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리리시즘(Lyricism)을 장착했다. 전반적으로 언더러치버스 때의 영적이고 관념적인 기운이 덜하여 개성은 줄었지만, 그래서 좀 더 접근하기 쉬워지고 가사가 지닌 매력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반면 프로덕션에서의 사이키델릭(psychedelic) 힙합 노선은 솔로작에서도 이어진다. 비트는 확실히 본작을 가장 빛나게 하는 요소다. 골드와 긴밀한 관계인 프로 에라(Pro Era)의 척 스트레인저스(Chuck Strangers)를 제외하면, 투 프레시(Two Fresh), 맷 자라(Matt Zara), 박싱 페티시(Boxing Fetish) 등등, 다소 생소한 이름의 프로듀서 진이지만, 그래서 예측하기 어렵고 흥미로운 프로덕션이 구축됐다.

     

    리듬 파트는 때때로 루프를 위해 희생되고 몽환적인 신스 사운드와 그윽한 무드가 골드의 일기에 깊이 몰입하게 한다. 케니 비츠(Kenny Beats) 주최의 비트 컴피티션에서 우승했던 맷 자라가 만든 두 곡 “Regrets”“Cold Summer”,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박싱 페티시가 만든 “Air Boy”는 가장 강렬한 순간을 선사한다. 힙합과 사이키델릭 음악의 경계가 능글맞게 허물어지는 이 곡들을 듣고 있으면, [Tempus]의 장르 정체성에 의심을 품게 되지만, 이내 음악에 동화되고 의심은 부질없어진다.  

     

    골드는 “Jealousy”에서 이렇게 말한다. ‘죽인 건 묻어둘 수 있지만 우울증은 죽일 수 없어, You could bury what you killed but you can't murder your depression’. 그를 옭아맨 우울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처럼 탁월한 음악의 원천이 되었다. 기다린만큼 만족스러운 솔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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