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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Gavin Turek - Madame Gold
    rhythmer | 2021-07-30 | 1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Gavin Turek
    Album: Madame Gold
    Released: 2021-07-23
    Rating:
    Reviewer: 김효진









    사진 작가 르네 콕스(Renee Cox)의 작품에는 히어로 캐릭터 라제(Raje)가 등장한다. 라제는 자메이카 국기가 담긴 옷을 입은 흑인 여성 슈퍼 히어로다. 기존 미디어에서 다루는 흑인 여성 이미지를 비틀며 카메라 앞에 당당하게 자리한다. 르네 콕스는 도발적인 캐릭터 라제를 앞세워 흑인 여성 주체를 강조하고 탈식민주의를 은유한다. 라제를 표현하는 실제 모델은 사진 작가인 르네 콕스. 르네 콕스가 곧 라제다.

     

    개빈 투렉(Gavin Turek)은 라제로부터 영감을 받아 '마담 골드(MADAME GOLD)'라는 슈퍼 히어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계기는 조지 플로이드사건이었다. 그는 한 인터뷰를 통해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보며 무기력을 느꼈다고 전했다. 자신에게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 인식했기 때문이다.  깊숙한 구렁텅이에 빠진 자신을 꺼내기 위해 누군가가 필요했다. 정확히 말하면 동력이 필요했다. 그렇게 그는마담 골드를 탄생시킨 것이다.

     

    [MADAME GOLD]는 그가 마담 골드에 기대어 메시지를 전하는 동시에 개빈 투렉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첫 정규 앨범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프로덕션의 변화다. 이전까지 그가 만든 음악은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 있었다. 댄서로 활동하던 개빈 투렉은 2015년부터 아티스트로 전향해 70년대 디스코 사운드를 구현했다.

     

    2015년 발매한 EP [Frontline / Don’t Fight It]은 도나 서머(Donna Summer)를 떠올리게 하고, 이후 발표한 곡들 또한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을 오마주한 “Whitney” 또한 펑키한 리듬의 디스코 곡이다.

     

    그러나 [MADAME GOLD]에서는 경쾌한 디스코 트랙과 더불어 커티스 메이필드(Curtis Mayfield), 라파엘 사딕(Raphael Saadiq)을 떠올릴만한 알앤비 소울 트랙까지 모자람 없이 채웠다. 아티스트로서의 저변 확장과 성장 욕구가 느껴진다. 그리고 결과는 성공적이다.

     

    특히 “Illusions”는 발군이다. 차분하게 진행되는 드럼 라인 사이로 제자리를 찾는 기타, 그 위에 완벽히 녹아든 개빈 투렉의 가성까지 잘 어우러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반대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이 스치는 “So What”에서는 익숙한 리듬과 사운드를 구현한다. 거기에 듣는 재미를 더했다. 경쾌한 기타 리프와 함께 펑키한 리듬으로 진행되다가 예상치 못한 변주가 이루어지고, 비명 소리가 추가되었다. 디스코 장르야말로 그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음악임을 재증명하는 듯하다.  

     

    그가 담은 메시지도 인상적이다. 앨범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나는 나만이 구원할 수 있다.’ 그를 229(*필자 주: 성서에서 숫자 229는 신과 함께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로 데려가는 것도(“Elevator”), 흔들리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아 주는 것도(“Whisper”) 분신인 슈퍼 히어로 마담 골드다.

     

    보다 뾰족한 메시지를 담은 곡은 “Hero”. 아무도 우릴 구하러 오지 않고(‘No one's gonna save us’) 누군가 나를 구해주러 오길 기다리고 싶지 않으니(‘I don't wanna wait for someone to come see me’) 스스로 영웅이 되어야겠다고 공표한다(‘Guess I'll have to be the hero’). 결국를 구할 수 있는 영웅은나 자신이라는 메시지를 쉽고 명쾌하게 전달한다.

     

    마담 골드가 우리를 구원하는 방식은 유구하게 축적된 슈퍼 히어로 서사와 다르다. 멋진 포즈로, 혹은 매서운 무기로 나를 구하러 오지 않는다. 오히려 약점을 드러낸다. 여성이 나이 듦에 따라 가해지는 사회적인 압박감-결혼, 경력 등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식(“Pressure”)이다. 그러한 노랫말들은 공감으로 작용해 청자로 하여금 깨우치게 한다. ‘새로운 영웅은 당도하지 않는다, 이미 나와 함께 존재한다.’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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