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Yola - Stand For Myself
- rhythmer | 2021-08-18 | 1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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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Yola
Album: Stand For Myself
Released: 2021-07-30
Rating:
Reviewer: 장준영
개성이란 단어는 무척 모호하다. 모든 사람은 고유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엄밀히 말한다면, 모든 아티스트가 개성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성이란 단어를 흔한 순간에 사용하진 않는다. 남들보다 특출나거나 독특할 때 쓴다. 욜라(Yola)는 다방면에서 개성이란 단어로 수식하기에 적합한 아티스트이며, 그의 새 앨범 [Stand For Myself]는 확실한 근거다.작품의 음악은 레트로 소울 리바이벌에 기반한다. 에타 제임스(Etta James), 오티스 레딩(Otis Redding),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 등 60~70년대에 활약한 소울 아티스트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보컬과 스타일을 들려준다. 여기에 블루스, 로큰롤, 가스펠, 록, 컨트리가 절묘하게 버무려져서 독특한 감흥을 느낄 수 있다. 기존의 레트로 소울 리바이벌 앨범과 차별화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2019년에 발매한 [Walk Through Fire]보다 탁월한 방식으로 과거 음악을 재조합했다.
“Break The Bough”에서는 50~60년대 로큰롤의 경쾌한 무드를 느낄 수 있는 밴드 연주가 돋보이며, “Like A Photograph”에선 풍성한 사운드 스케일과 블루지한 연주에 감흥이 극대화된다. 하프시코드, 오르간, 글로켄슈필 등 여러 악기를 활용한 “Starlight”도 있다. “Be My Friend”와 “Whatever You Want” 또한 흥미롭다. 어쿠스틱 기타가 주도하는 사운드에 슬라이딩 기타 주법과 풍성한 코러스가 활용되어 컨트리의 특징이 도드라진다. 실제로 브랜디 칼라일(Brandi Carlile), 러스 팔(Russ Pahl), 톰 부코박(Tom Bukovac), 루비 아만푸(Ruby Amanfu) 등 컨트리 씬에서 활약하는 아티스트와 작업하여 완성도를 높였다.
곡들을 하나로 탁월하게 묶어낸 건 프로듀서 댄 아우어바흐(Dan Auerbach)다. 지난 앨범에 이어서 이번에도 전곡 프로듀싱을 담당했으며, 욜라와 함께 곡을 썼다. 더 블랙 키스(The Black Keys)와 솔로 활동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그는 블루스와 개러지 록(Garage Rock)을 필두로 다양한 스타일을 엮는 것에 능하다. 지난 작에서는 컨트리 트랙이 주를 이루면서 일관성을 자연스럽게 이뤘다. 이번엔 좀 더 다채로운 프로덕션이 가미되었음에도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아우어바흐의 장점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 역시 중요한 감상 포인트다. 앨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Barely Alive”와 “Stand For Myself”는 핵심 트랙이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욜라는 영국에서 나고 자라면서 많은 일을 겪었다. 특히 흑인 여성으로서 폭력과 차별에 끊임없이 노출되어 위축되면서 고립된 삶을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삶은 투쟁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다.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싸워나가는 과정이며, 투쟁한다는 것은 곧 그만큼 자유의지를 지닌다는 것을 뜻한다. 삶에서 생존하면서 삶과 자신의 가치를 곱씹는다. 그리고 그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해답을 찾았다. ‘나로서’ 사는 것, 혹은 ‘나답게’ 사는 것. 앨범에서 그가 반복하는 이야기는 동일하다. 더는 누군가에게 맞추고 자신을 감추며 살지 않겠다고, 자신을 위해 살아가겠다고 말한다.
‘나 자신을 위해 서 있는 것보다 앉아 있기가 더 쉬웠어, It was easier to sit, than stand for myself / 나를 지지하는 것보다 굴복하기가 더 쉬웠지, It was easier to give in, than stand for myself’
‘난 살아있어, I’m alive / 난 너 같지 않았어, I used to be nothing like you / 너처럼 느끼지도 못했어, I used to feel nothing like you’
이 외에도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거나(“Break The Bough"), 상실에 따른 아픔을 경쾌하게 표현하면서도(“Dancing Away In Tears"), 사랑하는 마음을 은유적인 표현으로 나타내기도 한다(“Whatever You Want"). 표면적으로는 핵심 주제와 다소 상이해 보이지만, 진솔하고 솔직한 감정을 내놓는 방식에서 주제와 일맥상통한다.
욜라의 뛰어난 보컬이 지닌 힘은 이 모든 이야기를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든다. 전작의 프로덕션이 컨트리에 초점을 맞춘 탓에 퍼포먼스가 유사한 경우가 있었다. 이번에는 정반대다. 다채로운 트랙에 맞게 매 순간 다른 퍼포먼스를 들려주면서도, 근사한 가창이 앨범을 완성한다.
“Great Divide”, “Now You’re Here”, “Dancing Away In Tears”가 대표적이다. 목소리를 긁으며 록 보컬 같은 느낌을 주다가도, 어느 순간 섬세한 소울 보컬로 뒤바뀌어 있다. 가성과 진성을 오가는 동시에 중저음부터 폭발적인 고음까지 유연하게 넘나들며 트랙에 필요한 소리를 주조하는 모습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Stand For Myself]를 다 듣고 나면, 자연스럽게 앨범명을 곱씹게 된다. 앨범을 얽는 핵심 내용부터 퍼포먼스와 프로덕션까지 온전히 '나다운 삶'을 지지하고 외친다. 동시에 정교하고도 탁출한 완성도로 설득력을 더한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 것처럼 고난은 그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투쟁의 역사에 이 작품을 선명히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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