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머
스크랩
  • [국외 리뷰] Common - A Beautiful Revolution, Pt. 2
    rhythmer | 2021-09-27 | 2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Common
    Album: A Beautiful Revolution, Pt. 2
    Released: 2021-09-10
    Rating:
    Reviewer: 장준영









    음악을 잘하는 아티스트는 많다. 기복 없이 꾸준히 결과물을 내놓는 이도 많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경우는 드물다. 커먼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는 것도 놀랍지만, [Universal Mind Control] (2008) [Let Love] (2019) 정도를 제외하곤 큰 기복 없이 훌륭한 앨범을 연달아 내놓는 저력이 굉장하다. 변함없이 밀도 높은 가사와 랩 스킬도 장점이다. 나날이 높아지는 기대는 자연스럽게 새 앨범으로 향한다.

     

    [A Beautiful Revolution, Pt. 2]는 앨범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작년에 발매된 [A Beautiful Revolution, Pt. 1]의 후속작이다. 동일하게아름다운 혁명을 타이틀로 내걸었지만, 방향성은 조금 다르다. 전작은혁명에 방점을 두었다. BLM 운동과 맞물려 미국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사회정치적 문제를 직접적으로 건드렸고, 혁명을 위한 방향성을 명료히 제시했다.

     

    두 번째 파트는혁명보다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에너지 넘치는 앨범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혁명 이후에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고심했고, 자신의 음악으로 팬들이 영감을 받으며 즐기길 희망했다.

     

    변화는 제시카 케어 무어(Jessica Care Moore)의 스포큰 워드(Spoken Word)부터 확인할 수 있다. 지난 앨범 내 “(A Beautiful Revolution) Intro”에서는 사회 비판과 투쟁 같은 원관념이 직설과 함축적인 표현을 오가며 제시되었다. 이번 "Intro (Push Out The Noise)"에선 일상적인 모습을 나열하면서 평화, 안정, 행복을 제시한다. 시적인 표현은 여전히 그득하지만, 변화한 주제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이어지는 트랙 또한 일관된 주제가 연결된다. 고유한 아름다움을 응원하는 "Set It Free", 블랙 커뮤니티에 대한 애정을 적극 드러내는 "Get It Right", 변화된 상황을 기대하는 "A Beautiful Chicago Kid" 등등 긍정과 희망의 정서가 앨범을 차지한다. 물론 밝은 내용 사이에 배치된 "Star Of The Gang" "Saving Grace"도 두드러진다. 특유의 수려한 표현에 직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비판적이고 냉철한 시각이 이야기의 무게감을 더한다.

     

    노랫말과 함께 커먼의 랩 퍼포먼스는 이번에도 경탄스럽다. 소리를 내뱉을 때마다 풍성하게 쏟아지는 라임이 귀에 쏙쏙 박힌다. 동시에 유려하고도 쫄깃한 플로우가 듣는 맛을 더한다. 특히 "Majesty (Where We Gonna Take It)"에서 펑키한 비트에 맞춰 타이트하게 내뱉는 래핑은 들을 때마다 짜릿하다. 더불어 기술적으로 치밀하면서도 내용 측면에서 무너지거나 불필요한 부분을 찾을 수 없어 놀랍다.

     

    앨범에 설득력을 더하는 것은 프로덕션이다. 파트 2 또한 프로듀서이자 드러머인 카리엠 리긴스(Karriem Riggins)가 전곡을 프로듀싱했다. 전작과 유사하게 악기 소스가 미니멀하게 구성됐으나, 결과물은 훨씬 상이하게 들린다. 이번엔 힙합과 재즈를 결합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펑크(Funk), 아프로비트(Afrobeat), , 블루스 등도 끌어들였다. 장르적 양분이 다양하게 섞여서 한층 풍성한 사운드의 결과물이 주조됐다.

     

    그중 “When We Move”는 절정이다. 펠라 쿠티(Fela Kuti)의 아들이자 페미 쿠티(Femi Kuti)의 동생인 세웅 쿠티(Seun Kuti)를 초대한 이 곡은 아프로비트 특유의 경쾌하고도 내달리는 듯한 비트를 완벽하게 구현한 리긴스의 드럼 연주에 커먼과 블랙 쏘웃(Black Thought)의 랩이 어우러지며 엄청난 쾌감을 전한다. 아프로비트의 여러 대표곡을 떠올리게 하는 세웅 쿠티의 후렴구도 몹시 중독적이다. 브리트니 하워드(Brittany Howard)가 목소리를 더한 “Saving Grace”도 훌륭하다. 층을 이루는 코러스 소스와 엄청난 공간감을 뿜어내는 디스토션 걸린 기타가 미니멀한 구성에도 꽉 찬 소리를 출력한다.

     

    Imagine”에선 르네 앤 안젤라(René & Angela) “Imaginary Playmates”를 샘플링했다. 제이지(Jay-Z) “Imaginary Players”에서도 이미 샘플링된 적 있는 곡이지만, 신선하고 새롭게 들린다. 빈티지한 신스 사운드에 선명하고도 세련된 멜로디가 얹혀서 묘한 재미를 준다. 피제이(PJ)의 몫이 컸다. 파트 1과 마찬가지로 앨범 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 그는 적재적소의 타이밍에 맞춰 곡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A Beautiful Revolution, Pt. 2]는 메시지, 퍼포먼스, 프로덕션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췄다. 앨범 자체의 완성도만으로도 흥분하게 하지만, 전작과 함께 치밀한 구성을 이룬 성취도 대단하다. 무엇보다 활동 30년이란 세월에도 여전히 근사한 신작을 발표하는 저력을 다른 아티스트에게선 쉽게 느낄 수 없기에 더욱 짜릿하다.



    21

    스크랩하기

    • Share this article
    • Twitter Facebook
    • Comments
    « PREV LIST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