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Yebba - Dawn
- rhythmer | 2021-10-11 | 1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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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Yebba
Album: Dawn
Released: 2021-09-10
Rating:
Reviewer: 장준영
사람은 기록을 통해 과거를 남긴다. 대부분은 좋았던 추억을 되새기고, 증명하거나, 잊히지 않기 위해 기록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과거를 잊고자 기록을 만든다. 괴롭고 슬픈 순간을 끄집어내어 과거를 반추한다. 그리고 감정적인 울분을 토해내어 자신을 가다듬는다. 완전히 잊히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무덤덤해지거나 덜 기억하고자 고통이란 맞불을 놓는다. [Dawn]은 과거를 지워내는 예바(Yebba)의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그는 탄탄한 보컬 기량과 매력적인 음색으로 데뷔 초부터 두각을 보였다. 그중 피처링 활동이 인지도에 주효했다. 샘 스미스(Sam Smith), 드레이크(Drake), 피제이 모턴(PJ Morton), 마크 론슨(Mark Ronson), 에드 시런(Ed Sheeran), 루디멘탈(Rudimental) 등등, 특정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여러 아티스트가 그와 작업했다.
다만, 활발하게 피처링으로 참여한 것과 다르게 본인의 이름을 내건 곡은 현저히 적었다. 2020년까지 발표한 싱글이 고작 3곡이었을 정도로 소극적인 활동이 아쉬웠다. 그래서 드디어 발매한 첫 앨범이 무척 반갑다.
[Dawn]에선 사랑과 관계성에 대한 내용이 일관되게 등장한다. “Love Came Down”에서는 새로운 사랑을 외치며, “Distance”를 통해서는 연인 간의 관계성을 다루고, “All I Ever Wanted”에선 내연 관계 혹은 삼각관계에서 비롯된 복합적인 감정을 이야기로 풀어냈다. “Boomerang”은 가정 폭력의 피해를 본 친구의 이야기를 가져와 격앙된 어조로 분노를 표현한다. 자신, 혹은 주변의 경험을 생생한 노랫말로 옮겨내어 몰입감을 더한다.
그중 어머니를 다룬 곡은 가장 두드러진다. 인터뷰에 따르면 예바의 어머니는 2016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에 그는 정신적으로 큰 고통과 공허함을 느꼈으며, 이를 추스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며, 그 과정으로서 음악을 통해 어머니를 기억하고자 했다.
“October Sky”가 대표적이다. 생전 고등학교 과학 교사였던 어머니가 집에 수업용 로켓을 가져왔던 일화를 가사에 녹여냈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과 구체적인 일화에 상당한 여운을 느낄 수 있다. “How Many Years”는 표면적으로는 연인에 대한 상실감을 표현하는 듯하지만, 역시 어머니를 향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담았다. ‘눈물이 마를 때까지 몇 년이나 걸릴까? / How many years will it take for these tears to dry?’라고 말하는 첫 가사부터 인상적이다.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 못지않게 프로덕션도 매력적이다. 여러 프로듀서가 참여한 가운데 앨범을 주도하는 이는 마크 론슨이다. 그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매번 히트곡을 양산하며, 특히 60~70년대 음악을 재현하는 것에 능하다. 빈티지한 사운드를 구축하고, 기타와 베이스를 적극 활용하여 그루브를 만든다. 가스펠의 요소를 가져와 소리를 차곡차곡 쌓는가 하면, 오케스트레이션을 활용해 더욱 풍성하게 트랙을 완성한다. 소울, 포크, 록을 토대로 복고적인 인상을 주면서도, “Far Away”와 “Louie Bag”에선 힙합 비트를 차용하여 레트로에만 얽매이지 않는 구성을 들려준다.
예바의 보컬이 프로덕션의 맛을 배가한다. 그의 음색은 물론이고 풍성하고 파워풀한 가창이 당대 소울 아티스트의 퍼포먼스를 연상케 한다. 장대한 구성의 “Stand”는 몽환적인 사운드에 힘 있는 보컬이 만나 강한 여운을 느낄 수 있다. 동시에 “Distance”에선 중저음과 고음을 오가는 유려한 테크닉을 뽐낸다. 앨범을 듣다 보면, 첫 앨범이라는 사실이 어색할만큼 뛰어난 역량을 확인할 수 있어 즐겁다.
동 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다. 짙게 내린 어둠에서 예바는 기록했다. 자신이 잘하는 스타일의 프로덕션에 능수능란한 퍼포먼스를 얹었고, 과거를 복기하여 생동감 넘치는 노랫말로 완성했다. 과거는 [Dawn]에 남겨놓고, 아티스트로서 새로운 아침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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