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Alicia Keys - Keys
- rhythmer | 2022-02-07 | 1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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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Alicia Keys
Album: Keys
Released: 2021-12-10
Rating:
Reviewer: 김효진
앨리샤 키스(Alicia Keys)는 음악을 통해 꾸준히 사회적 메시지를 던졌다. 2020년에 발매한 [ALICIA]에서도 내면을 향한 시선을 외부로 돌려 사회적 연대까지 나아가 노래했다. ‘Black Lives Matter’를 은유해 경찰의 잔혹성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Perfect Way To Die”가 대표적이다. 그는 음악 속에 가치 판단을 드러내는 데에 스스럼없다.이러한 키스의 태도는 묵직하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KEYS]에서 감각되는 그는 비교적 가볍고 평평하게 느껴진다. 이전의 무게감을 덜어내고 메시지의 중심을 연인 관계에 둔다. 문장의 주어 또한 마찬가지다. ‘I(나)’가 아닌 ‘We(우리)’가 문장의 주체가 되거나 서사의 종착점이 된다(“Skydive”, “Best Of Me”, “Only You”).
사랑을 품은 노랫말이 잘못된 방향을 가리키는 건 아니지만, '당신 없는 난 이곳에서 아무 것도 아니야, I am nothing without you here'(“Only You”)처럼 단순하고 평평한 말로 관계를 그리고 있어 아쉽다. 사랑의 메타포, 내밀한 과정, 그로 인한 감화 같은 것 없이 서술된 사랑의 모습은 어떠한 설득 지점도 던지지 못 할 뿐더러 감흥도 주지 못 한다.
[KEYS]에서 가장 특기할만한 부분은 ‘Original’과 ‘Unlocked’, 총 두 가지 버전의 프로덕션으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우선 ‘Original’ 버전은 앨리샤 키스의 강점인 피아노 기반의 음악이 주를 이룬다. 그가 주조한 멜로디는 피아노의 유연한 리듬을 따라 녹진한 질감의 유화를 그려내는 것만 같다.
묵직하고 리드미컬한 “Skydive”, 유약하지만 뾰족하게 진행되는 “Dead End Road”, 다정다감한 무드를 자아내는 “Love When You Call My Name” 등 그가 연주하는 피아노는 다양한 사운드를 연출하며 프로덕션을 견고히 한다.
특히, “Is it insane”에서는 명확한 구성으로 사운드를 쌓은 모습이다. 콘트라 베이스, 드럼과 함께 트리오를 이루며 빈티지한 재즈 음악을 구축한다. 바이닐의 스크래치 사운드를 곁들이고, 앨리샤 키스의 보컬까지 얹혀서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나 니나 시몬(Nina Simone) 같은 재즈 보컬리스트를 떠올리게 하며 흥취를 자아낸다.
‘Unlocked’ 버전은 ‘Original’ 버전의 곡을 재구성한 것이다. 클래식하고 차분하게 진행되는 전반부의 곡 위에 일렉 소스를 더 얹거나 장르를 변주했다. 그런데 이것이 전반부가 남긴 여운을 방해한다. 특별히 실험적인 시도가 아니라 더 그렇다. 대부분 이전부터 익히 들어온 작법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뻔하게 다가온다.
심지어 전반부에서의 감흥을 흐리멍덩하게 만들기도 한다. 앨범에 홀로 있었다면 깊은 여운을 남기고 끝났을 곡들이 ‘Unlocked’ 버전 탓에 언플러그드도, 그렇다고 완성품도 아닌 애매한 음악으로 지각된다. 특히 “Only You”와 “Love When You Call My Name”의 ‘Unlocked’ 버전은 둔탁한 전자 베이스가 추가되며 ‘Original’과는 다른 음악이 되었는데, 이 또한 이전의 심취를 가로막는다.
‘Unlocked’ 버전에서 이목을 끄는 곡은 “LALA”다. ‘La, la-la, la, la-la, la, la’를 읊조리며 부르는 앨리샤 키스의 보컬과 둔탁한 드럼 베이스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그런데 “LALA”가 더 눈에 띈 이유는 ‘Unlocked’ 버전만 있는 곡이라 비교군이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농밀한 구성에 대한 아쉬움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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