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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Earl Sweatshirt - Sick!
    rhythmer | 2022-02-21 | 1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Earl Sweatshirt
    Album: Sick!
    Released: 2022-01-14
    Rating:
    Reviewer: 황두하









    얼 스웻셔츠(Earl Sweatshirt) [Some Rap Songs](2018)를 지배하는 정서는 슬픔이다. 평소 데면데면했던 아버지에게 들려주고자 앨범을 제작했지만, 아버지의 죽음으로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생전 듣지 못한 부모님의 대화를 두 사람의 목소리를 교차해 연출한 “Playing Possum”과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을 표현한 “Peanut”까지 듣고나면, 강렬한 감정의 파고가 일어난다.

     

    짧게 커팅한 소울 샘플과 노이즈 소스들이 불규칙하게 뒤엉킨 사운드도 얼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이듬해 발표한 EP [Feet of Clay](2019)에서도 비슷한 감정선과 사운드가 이어졌다. 그리고 4년 만에 발표한 네 번째 정규 앨범 [Sick!]에서 얼의 태도는 달라졌다. 여전히 냉정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삶의 긍정적인 면을 찾으려 애쓴다.

     

    드럼을 배제하고 포문을 여는 듯한 분위기의 신시사이저와 베이스로만 간결하게 진행되는 알케미스트(The Alchemist)의 비트 위로 팬데믹 상황에서 삶의 균형을 찾으려고 노력한 시간을 회상하는 “Old Friend”는 대표적이다. ‘Know I came from out the thickest smiling, 덤불 속에서 웃으며 나왔어.’라는 가사를 통해 그가 과거의 슬픔을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더불어 전에 없이 자신감 있는 태도를 견지한다. “2010”, “Vision”, “Lobby (int)”, “Titanic” 등의 곡에서는 적들을 향한 공격성과 자기과시, 성공을 향한 포부 등을 노래한다. 랩에서 보편적인 주제지만, 특유의 재치 넘치는 비유와 날카로운 시선이 어우러진 가사를 통해 얼만의 색이 드러난다.

     

    그런가 하면, “Sick!”에서는 자신에게 음악이 단순히 유흥을 위한 것이 아닌, 사람들을 일깨워주는 혁명의 도구라는 것을 드러낸다.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아프로비트 장르를 개척했던 음악가이자 인권 운동가인 고 펠라 쿠티(Fela Kuti)의 인터뷰 중 일부를 따와서 메시지의 힘과 설득력이 더욱 강하게 다가온다.

     

    랩도 훨씬 명징하고 깔끔해졌다. 일부러 웅얼거리는 듯한 톤으로 발음을 뭉개 그루브를 만들어냈던 전작들과는 다르다. 마치 변화된 태도를 반영하는 듯하다. 특히, “2010”, “Lobby (int)”, “Titanic”처럼 트랩 비트를 차용한 트랙에서는 유행하는 플로우를 그만의 끈적한 스타일로 소화해내 색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게스트로 참여한 질로퍼즈(Zelooperz)와 듀오 아먼드 해머(Armand Hammer) 또한 개성 강한 퍼포먼스로 분위기를 적절히 환기한다.

     

    셀프 프로덕션을 추구했던 전과 다르게 여러 명의 프로듀서가 참여한 것도 달라진 점이다. 앞서 언급한 알케미스트는 물론, 앤세스터스(Anestors), 새미얌(Samiyam), 알렉산더 스핏(Alexander Spit) 등등, 다양한 인물이 참여했다. 눈에 띄는 건 가장 많은 곡에 참여한 프로듀서 블랙 노이즈(Black Noi$e).

     

    그의 음울하고 몽환적인 신시사이저가 주도하는 트랩 사운드가 이전과는 다른 얼의 모습을 끌어냈다. “Tabula Rasa”, “Lye”, “God Laughs”처럼 샘플링과 노이즈 소스가 어우러진 전위적인 붐뱁 트랙들도 여전하다. 전반적으로 로파이(Lo-fi)한 질감이 강조되어 두 스타일이 앨범 안에서 무리 없이 이어진다.

     

    얼은 작년 7, SNS을 통해 아들이 생겼다는 소식을 전했다. 아이는 팬데믹 속에서도 그가 새로운 삶의 희망과 의욕을 찾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인생의 변화는 [Sick!]의 음악적 변화로 이어졌다.

     

    [Some Rap Songs]처럼 마음에 여운을 남기는 극적인 연출은 없지만, 여전히 탄탄한 퍼포먼스와 프로덕션이 귀를 즐겁게 한다. 이미 본인만의 굳건한 영역이 있음에도 새로운 시도를 통해 음악적 외연을 성공적으로 확장했다. 훗날 [Sick!]은 커리어의 방향을 틀게 만든 기점이 되는 작품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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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황두하 (2022-02-28 12:40:09, 117.111.14.***)
      2. @W.K.H 표기 오류가 있었습니다. 수정했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1. W.K.H (2022-02-28 11:19:51, 115.89.186.*)
      2. 이름 오타 났네요.
        Sweatshrit -> Sweatshi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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