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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Pusha T - It's Almost Dry
    rhythmer | 2022-05-25 | 2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Pusha T
    Album: It's Almost Dry
    Released: 2022-04-22
    Rating:
    Reviewer: 장준영









    푸샤 티(Pusha T)
    의 음악은 변함없다.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시점부터 현재까지 시종일관 코크 랩(Coke Rap)을 들려준다.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나열된 거리의 삶에 관한 이야기에 독보적인 랩 스킬과 개성이 더해져 매번 특출했다.

     

    그중에서도 전작 [DAYTONA](2018)는 남달랐다. 논란의 앨범 커버와 함께 예(Ye)가 주도한 프로덕션, 자신의 랩과 커리어에 대한 자부심, 드레이크(Drake)를 향한 날 선 디스 랩 등등, 정규치곤 다소 짧은 호흡에도 파괴력만큼은 [King Push – Darkest Before Dawn: The Prelude](2015)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4년 만에 발표한 [It's Almost Dry]는 여러 측면에서 전작과의 유사점과 차이점이 분명하다. 일단 앨범의 구성부터 상이하다. 이번엔 12곡에 40분이 채 되지 않는 일반적인 러닝타임이다. 물론 전보다 수록곡이 많아지고 길어진 만큼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선싱글이었던 "Diet Coke"가 대표적이다. 피아노 리프가 깔리며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붐뱁 비트 위로 매력적인 이야기가 이어진다. 특히 '코카인 전쟁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지.'라며 마약상으로서의 이야기를 뱉는 그가 성공한 시점에서 내뿜는 라인은 상당한 쾌감을 준다.

     

    다른 곡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이어진다. "Neck & Wrist"에선 부유한 현재 삶을 돌아보고, "Open Air"를 통해선 그가 체험했던 마약상으로서의 삶을 생생하게 풀어냈으며, "Just So You Remember"에선 음침한 비트 위로 위협적인 표현을 다수 사용하여 우월감을 빚어냈다.

     

    이렇듯 소재만 보자면 평소 그가 해왔던 내용과 거의 동일하다. 그럼에도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그의 다층적인 은유와 풍부한 어휘력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명사와 원관념을 끌어오면서도 주된 이야기를 흩트리지 않으며, 직간접적으로 뜻을 관철하여 듣는 말을 곱씹게 하는 묘미도 살아있다. 구절마다 그득한 라임도 여전하다.

     

    다만, "Call My Bluff"에서의 퍼포먼스는 상대적으로 아쉽다. 특유의 카랑카랑한 톤 대신에 힘 빠진 듯 밋밋한 목소리로 일관했다. 공격적인 태도와 내용에도 강점인 타이트한 플로우가 옅어진 탓에 앨범 내내 유지되는 긴장감이 무뎌진다. 자연스럽게 다른 트랙과 어우러지기보다는 이질적으로 들린다.

     

    ,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 오지볼타(Ojivolta), 에이티에잇 키스(88-Keys), 북즈다비스트(BoogzDaBeast) 등등, 유명 프로듀서가 대거 참여한 프로덕션은 탄탄하다. 그중에서도 예와 퍼렐의 존재감이 상당하다.

     

    앨범의 초반부를 휘어잡는 "Brambleton" "Let The Smokers Shine The Coupes"에선 퍼렐 특유의 장기가 발현됐다. 묵직한 베이스가 그루브를 자아내며, 차갑고도 탁하게 떨어지는 비트, 어두운 분위기를 주조하는 파괴적인 사운드의 신스가 맞물리며 탁월한 결과물이 완성됐다.

     

    예의 강점과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 순간도 많다. "Dreamin Of The Past"에선 존 레논(John Lennon)의 동명 곡을 커버한 도니 해서웨이(Donny Hathaway) "Jealous Guy"가 사용됐다. 소울풀한 보컬과 건반을 샘플링한 트랙에 푸샤의 랩이 얹혀서 독특한 무드가 형성됐다.

     

    그런가 하면, "Just So You Remember" "Rock N Roll"에선 샘플링한 원곡의 보컬과 가사를 절묘하게 활용하여 메시지를 극대화했다. 종교 곡을 연상케 하는 코러스와 건반, 에코 사운드의 활용이 특출한 "Pray For You"도 빼놓을 수 없다.

     

    피처링 진의 활약도 준수하다. 퍼렐, , 라브린스(Labrinth)는 물론이고 릴 우지 버트(Lil Uzi Vert)와 제이지(Jay-Z)는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게 소리를 더했다. 적어도 한동안은 예와 함께하는 모습을 보기 어려울 듯한 키드 커디(Kid Cudi)의 후렴구, 클립스(Clipse)로 함께한 푸샤의 형 맬리스(Malice/*: 푸샤 티는 한 인터뷰를 통해 맬리스가 기존 활동명 '노 맬리스' 대신 '맬리스'로 표기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을 언급했다.)의 벌스를 동시에 확인 가능한 점도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It's Almost Dry]는 여느 때처럼 푸샤 티의 명성에 걸맞은 완성도를 들려준다. 전작들보다 파격적이고 공격적인 면은 덜하지만, 그가 잘하는 것을 밀도 높게 담아내어 다시 한번 코크 랩의 묘미를 일깨워준다. '내 생각엔 누가 최고냐고? 나랑 예지, Far as I’m concerned, who’s the best? Me and Yezos'라 외치는 단순한 라인도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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