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Flo MillI - You Still Here, Ho?
- rhythmer | 2022-08-17 | 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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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Flo MillI
Album: You Still Here, Ho?
Released: 2022-07-20
Rating:
Reviewer: 황두하
티파니 폴라드(Tiffany Pollard)는 2006년 방영된 리얼리티 쇼 [플레이버 오브 러브, Flavor of Love]에 출연하면서 유명해졌다. 쇼에서 그는 거침없는 언사와 강렬한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다. 이듬해에 [아이 러브 뉴욕, I Love New York]이라는 스핀오프 쇼까지 나올 정도였다. 게다가 특유의 표정과 몸짓으로 수많은 밈을 양성했다. 그가 누구인지 잘 모르더라도, 그의 밈을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티파니는 래퍼 플로 밀리(Flo MillI)의 첫 정규 앨범 [You Still Here, Ho?]의 내레이터로 초빙됐다. 그는 인트로(Intro)와 아우트로(Outro)에 참여하여 앨범에 ‘리얼리티 쇼’의 기운을 가득 불어넣었다. [플레이버 오브 러브]는 12명의 여성이 플레이버 플레브(Flavor Flav)의 마음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모습을 담은 리얼리티 쇼다. 이처럼 여성들 간의 자극적인 ‘캣파이트’를 보여주는 리얼리티 쇼는 2000년대 미국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콘텐츠 중 하나다.
플로 밀리는 해당 이미지를 랩에 씌웠다. 얼핏 평범한 브래거도시오(Braggadocio)와 섹스 어필로 점철된 것처럼 보이지만, 공격적인 말투와 유머 가득한 가사가 생동감을 더한다. 마치 정말 리얼리티 쇼의 주인공이 힙합 앨범을 만든 것 같다.
호전성을 드러내다가도 ‘새끼들은 거리 출신이라고 하지만, 사실 세서미 스트리트 출신이야 / N****s say they street, but they Sesame, *주: 세서미 스트리트는 어린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같은 가사로 실소를 유발하는 지점도 긴장감과 유머가 뒤섞인 리얼리티 쇼를 닮았다.
카랑카랑한 톤도 이러한 무드를 가중시킨다. 그의 랩은 날카롭고 타이트하다. “Come Outside”, “Bed Time”, “Conceited”, “No Face”, “Big Steppa” 등, 높은 톤으로 흔들림 없이 진행되는 랩은 그 자체로 듣는 재미가 있다. 한편, 뉴올리언스 바운스 사운드를 차용한 “PBC” 같은 곡에서는 최소한의 단어로 여백을 둔 랩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아쉬운 점도 있다. “PBC”와 마찬가지로 바운스 리듬을 기반으로 한 “Hottie”에서 플로는 살짝 힘을 뺀 랩을 들려주는데, 다른 트랙보다 다소 맥이 빠진다. 게스트로 참여한 베이비페이스 레이(Babyface Ray)의 랩도 안이하다. “Pay Day”에서 특유의 분노 가득한 랩으로 호전성을 더한 리코 네스티(Rico Nasty)와 비교되는 지점이다. 마지막 트랙 “Titled Halo”도 평이한 싱잉 랩 탓에 플로의 개성이 희석되었다.
[You Still Here, Ho?]의 음악 자체가 특별하지는 않다. 트랩과 바운스 음악이 섞인 프로덕션은 현 메인스트림 힙합 사운드를 반영한 수준에 그쳤다. 이를 상쇄하는 건 완성도와 확실한 컨셉이다. 실력과 개성을 겸비한 플로 밀리의 랩은 시종일관 타이트하게 흘러간다.
또한, 티파니 폴라드를 기용해 앨범을 여닫음으로써 다른 힙합 앨범들과 차별화되는 색깔을 입혔다. 밈과 리얼리티 쇼가 결합된 대중문화를 힙합으로 승화시킨 ‘리얼리티 쇼 힙합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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