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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Sudan Archives - Natural Brown Prom Queen
    rhythmer | 2022-10-03 | 1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Sudan Archives
    Album: Natural Brown Prom Queen
    Released: 2022-09-09
    Rating: 
    Reviewer: 황두하









    스톤스 스로우 레코즈(Stones Throw Records)는 손꼽히는 미국 언더그라운드 음악 씬의 명가다. 제이 딜라(J Dilla), 메드립(Madlib), 엠에프 둠(MF Doom)처럼 굵직한 족적을 남긴 이름이 소속되었던 것은 물론, 마인드디자인(Mndsgn), 댐 펑크(Dam Funk), 존웨인(Jonwayne)처럼 본인만의 확고한 영역을 구축한 아티스트도 배출했다.

     

    메인스트림 씬과는 다른 전위적인 사운드는 장르 팬들이 스톤스 스로우 레코즈를 찾는 이유 중 하나다. 최근에는 가브리엘 가르손-몬타노(Gabriel Garzón-Montano), 베니 싱즈(Benny Sings), 스티뮬레이터 존스(Stimulator Jones)처럼 얼터너티브 알앤비 사운드를 추구하는 아티스트가 배출되었다.

     

    그중에서도 수단 아카이브스(Sudan Archives)의 음악은 독특하다. 주특기인 바이올린 연주를 바탕으로 아프리칸 전통 음악, 아이리시 포크, 일렉트로닉, 1990년대 풍의 블랙뮤직 사운드가 뒤섞인 음악을 들려준다.

     

    어렸을 적 아이리시 포크 음악에 빠져 바이올린을 배웠던 그는 성장하면서 백인들의 전유물인 클래식에 더 어울린 것 같다는 바이올린에 대한 편견 탓에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고 한다. 그러나 바이올린을 활용해 민속 음악을 연주하는 아프리카 수단의 음악가들을 알게 된 후 현재의 음악적 색깔을 구축할 수 있었다.

     

    첫 정규 앨범 [Athena](2019)는 장르를 가로지르는 그의 전위적인 음악 세계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Natural Brown Prom Queen]에서 수단의 음악은 더욱 자유로워졌다. 바이올린 외에도 다양한 악기를 적극 활용하여 더욱 다채로운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독특한 소스가 운용되어 일렉트로닉의 기운이 느껴지다가 후렴구에서 바이올린이 난입하여 분위기가 고조되고, 후반부에서는 아프리카 전통 리듬이 차용되는 등, 다이내믹한 변주로 집중도를 확 올리는 첫 트랙 “Home Maker”는 앨범의 음악색을 대변한다. 대부분 한 트랙에서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변주로 쉴 틈 없이 내달리며 광활한 사운드 스케이프를 펼친다.

     

    현악기를 손으로 튕기는 피치카토 주법으로 독특한 무드를 조성한 “NBPQ (Topless)”, 몽환적인 신시사이저로 공간감을 자아내다가 후반부에서 노이즈 소스, 드럼, 바이올린, 베이스 등이 어우러지며 난장을 펼치는 “Chevys10”. 아이리시 포크에서 영향을 받은 바이올린 연주와 트랩 비트가 만난 “TDLY (Homegrown Land)” , 이질적인 장르와 악기가 트랙 안에서 자연스럽게 해체와 재조합을 반복한다.

     

    마냥 실험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두터운 808 베이스 라인이 주도하는 트랩 비트 위로 유행하는 플로우를 빌린 랩이 돋보이는 “Omg Britt”, 2000년대에 유행한 팝소울 프로덕션에 기반을 둔 “Freakalizer”, 하이텍(Hi-Tek)이 참여한 힙합 소울 트랙 “#513”처럼 익숙한 스타일의 곡도 있다. 흥미로운 건, 이처럼 넓은 스펙트럼의 음악이 모두 수단의 스타일로 수렴된다는 점이다.

     

    수단은 집을 떠나 음악산업계에서 겪었던 부침과 갈등을 두서없이 풀어놓는다. 그가 10대였을 때 의부에 의해 쌍둥이 여동생과 팝 듀오 ‘N2’로 활동하기를 강요받았고, 결국 고향인 신시내티를 떠나 엘에이로 와 본인만의 음악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러한 이야기는 “NBPQ (Topless)”에서 짧게 언급된다.

     

    또한 그에게서 이득을 취하려는 가짜 친구들과 카피캣들을 향한 경고(“Omg Britt”, “Copycat (Broken Notions)”)를 날리기도 한다. 그의 아버지 레지널드 파크스(Reginald Parks)가 음악가의 자존심을 노래한 “It’s Already Done”과 그의 어머니가 수단에게너의 귀를 믿고 나아가라.’라며 조언하는 “Do Your Thing (Refreshing Springs)“을 지나면, 오래전 떠나온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이 시작된다.

     

    신시내티에 도착해 추억에 잠기고(“Yellow Brick Road”), 친구와 가족의 응원을 받아 다시 한번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마음을 다잡으며(“#513”) 앨범은 끝이 난다. 최초 고향을 등지며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고향을 부정하지 않고(‘난 이제 다시 캘리포니아로 돌아가. 다시는 내 불행을 신시내티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을 거야 / Now I’m back In Cali, Cali. I'll never blame my bad luck on nasty Nati.’) 한층 더 성장해 길을 떠나는 모습에서 묘한 감동이 느껴진다.

     

    자신만의 길을 찾으려 애썼던 수단의 오랜 방황은 [Natural Black Prom Queen]에 이르러 결실을 맺었다. 바이올린과 여러 악기를 자유롭게 운용하며 장르를 교차하는 독특한 사운드는 오롯이 그만의 것이다. 개성 강한 사운드와 고유의 내러티브는 수단 아카이브스라는 아티스트의 존재에 강한 설득력을 부여했다. 2022년 가장 짜릿하고 강렬한 음악적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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