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Freddie Gibbs - $oul $old $eperatly
- rhythmer | 2022-10-27 | 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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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Freddie Gibbs
Album: $oul $old $eperatly
Released: 2022-09-30
Rating:
Reviewer: 황두하
프레디 깁스(Freddie Gibbs)의 커리어는 ‘투쟁의 역사’다. 2000년대 중반 데뷔한 그는 최초 인터스코프 레코즈(Interscope Records)에서 데뷔 앨범을 준비했지만, 모종의 이유로 계약이 해지가 되고 말았다. 이후 지지(Jeezy)의 레이블 CTE 월드와 계약하고 커리어를 이어 나갔지만, 2012년 레이블을 떠나며 지지와 적이 되었다.2016년에는 유럽 투어 중 성폭행 혐의로 긴급 체포되었다. 같은 해 9월, 다행히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고 풀려났다. 최근에는 방송인 디제이 아카데믹스(DJ Akademiks), 영 떡(Young Thug)과 거너(Gunna)가 소속된 YSL 레코즈, 베니 더 부쳐(Benny the Butcher) 등과 지속적으로 디스를 주고받고 있다.
이렇게 쉴 틈 없는(?) 와중에도 그의 이름값이 계속 올라간 건 결국 음악 덕분이었다. 깁스는 탄탄한 완성도의 작품을 거의 매년 1-2장씩 발표했다. 메드립(Madlib), 알케미스트(The Alchemist) 등, 베테랑 프로듀서와의 합작은 물론, 솔로 앨범도 걸출했다.
2020년에 발표한 알케미스트와의 합작 [Alfredo]는 커리어 최초로 제63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랩 앨범’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한 세월 속에서 묵묵히 활동을 이어온 것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oul $old $eperatly]는 깁스가 워너 레코즈(Warner Records)와 계약하고 처음으로 발표한 메이저 데뷔 앨범이다. 우선 눈에 띄는 건 트랙마다 다른 인물이 참여한 프로덕션이다. 한 명의 프로듀서가 총괄하거나 소수의 인물이 키를 쥐었던 전작들과는 다르다.
알케미스트와 메드립은 물론, 케이트라나다(Kaytranada), 제이크 원(Jake One), 보이원다(Boi-1da), 저스티스 리그(J.U.S.T.I.C.E. League), 디제이 폴(DJ Paul),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 디제이 다히(DJ Dahi) 등등, 그야말로 화려한 라인업이다. 건조한 드럼이 주도하는 붐뱁부터 서던 힙합을 기반으로 한 트랩까지 스펙트럼도 넓다.
그럼에도 산만하게 느껴지지 않고 깁스의 색깔로 수렴된다. 그는 이미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상이한 스타일의 프로덕션을 능숙하게 소화해왔다. 그래서 지금까지 보여준 음악을 한 앨범에 집대성한 것 같다.
특히 여백을 두어 그루브를 만들어내다가도 많은 단어를 빠르게 쏟아내며 스킬을 뽐내는 랩은 일정 경지에 오른 듯하다. 그중에서도 건조한 랩을 타이트하게 뱉다가 자연스레 랩에 멜로디를 입히는 등, 신들린 듯한 강약 조절로 혼을 빼놓는 “Dark Hearted”는 그가 현재의 위치에 오르게 된 이유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전형적인 트랩 넘버 “Too Much”에서 보이스 샘플이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붐뱁 트랙 “Lobster Omelette”으로 이어지는 구간과 저스티스 리그 특유의 서정성이 돋보이는 “Rabbit Vision”에서 디제이 폴이 찹드 앤 스크류드(Chopped and screwed) 기법을 활용해 쓰리 식스 마피아(Three 6 Mafia)의 기운을 불어넣은 “PYS”로 이어지는 구간은 대표적이다. 그런가 하면 매드립과 함께 한 “CIA”에서는 녹음 현장 음성을 고스란히 담아 비슷한 방법을 활용했던 [Bandana](2019)를 떠올리게 한다.
앨범은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가상의 호텔 겸 카지노 ‘$oul $old $eperatly’를 배경으로 한다. 깁스가 이곳에서 앨범 작업을 위해 은둔 생활하는 설정이다. 그는 성공을 축하하고, 과거를 돌아보며 소회를 풀어낸다. 지난 커리어를 훑는 프로덕션과도 맞닿아 있는 지점이다.
동시에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하며 위험을 무릅썼던 지난 과정을 하나의 큰 ‘도박’에 비유한다. 배경 설정과 내러티브가 마치 영화 [카지노](1995)를 떠오르게 한다. 그래서 항상 마약상의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던 전작들과 달리 프레디 개인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졌다.
순탄치 않았던 지금까지의 과정을 짧게 요약하는 “Space Rabbit”과 “Rabbit Vision”, 거리에서 생활하며 받았던 물리적, 심적 고통에 대해 토로하는 “Dark Hearted”와 “Gold Rings”, 자신의 경우에 빗대 마약과 SNS로 망가진 현 흑인 사회의 풍경을 그린 “CIA” 등등, 커리어 사상 가장 진중한 이야기들이 죽 이어진다.
특히 ‘나와 지지는 몇 년 동안 말을 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그를 존중해 / Me and Jeezy still ain't spoke in years, but I got love for him’ (“Rabbit Vision”) 같은 가사는 깁스의 가장 솔직한 내면을 엿보는 듯하다. 다만, 중간중간에 삽입된 스킷들은 감상을 저해한다.
코미디언 제프 로스(Jeff Ross)와 코미디언 출신의 UFC 해설자 조 로건(Joe Rogan)이 등장해 작업을 하는 깁스에게 같이 놀자며 남긴 메시지가 삽입되었다. 그런데 다소 우스꽝스러운 멘트가 앨범의 분위기와 어긋나며 흐름을 끊는다. “Gold Rings”의 후반부에 코미디언 슬링크 존슨(Slink Johnson)가 예수로 분해 내뱉는 멘트는 결정적인 방해 요소다. “Grandma’s Stove”의 마지막에 삽입된 어머니의 메시지 정도만 앨범에 자연스레 묻어난다.
언급했듯이 [$oul $old $eperatly]는 모든 면에서 깁스의 커리어가 집약된 결과물이다. 어떤 비트에서든 물 만난 고기처럼 여유롭게 랩을 쏟아내는 그에게서는 어느새 관록이 느껴진다. 긴 시간 투쟁했던 그에게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물이 바로 [$oul $old $eperatly]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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