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Brockhampton - TM
- rhythmer | 2022-12-27 | 1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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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Brockhampton
Album: TM
Released: 2022-11-18
Rating:
Reviewer: 황두하
브록햄튼(Brockhampton)이 해산을 발표한 건 올해 초였다. 그룹은 2월에 열리는 코첼라 페스티벌 출연을 끝으로 공식적인 활동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코첼라 무대를 통해 예고했던 마지막 앨범 [The Family]가 공개됐다.샘플링 기반의 프로덕션과 앨범을 이끌어가는 케빈 앱스트랙(Kevin Abstract)의 랩은 인상적이었지만, 마지막 앨범으로서는 아쉬운 지점도 있었다. 케빈 외 다른 멤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바로 다음 날, 브록햄튼의 ‘진짜’ 마지막 앨범 [TM]이 발표됐다.
[The Family]가 브록햄튼의 탈을 쓴 케빈의 솔로 앨범이라면, [TM]은 대부분의 멤버가 참여한 단체 앨범이다. 전자는 베어페이스(Bearface)와 외부 프로듀서인 보이라이프(boylife)가 프로덕션을 책임졌지만, 후자는 그룹 내부 프로듀서들이 대거 참여했다. 앨범의 키를 쥔 건 맷 챔피언(Matt Champion).
특유의 역동성과 허를 찌르는 반전, 그리고 어느샌가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 서정성이 뒤엉킨 ‘브록햄튼’스러운 사운드를 들려준다. 과장된 노이즈 소스와 위협적인 808 베이스가 어우러진 “FMG”에서 단출한 구성의 미디엄 템포 사운드 위로 디지털 가공한 싱잉랩 퍼포먼스가 여운을 자아내는 “Animal”로 이어지는 초반부는 대표적인 예다.
더불어 지난 앨범들과 달리 프로덕션의 여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Animal”, “Man On The Moon”, “Crucify Me”의 후주 구간이 그렇다. 각각 악기 연주를 통해 말로는 다 하지 못하는 감정을 표현한 듯하다. 특히, 좋았던 과거를 추억하며 개인으로 내던져지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고백하는 “Crucify Me”에서는 불규칙적으로 연주되는 피아노와 드럼이 어지럽게 회오리치면서 슬픔과 불안함이 고조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TM]에서 가장 눈에 띄는 퍼포머는 맷 챔피언과 멀린(Merlyn)이다. 맷은 노래와 랩을 오가며 감정선의 중심을 잡아준다. 그중에서도 “Crucify Me”에서의 래핑은 그의 그룹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다.
느리게 박자를 밀고 당기며 그루브를 만드는 솜씨는 물론, 호전성과 씁쓸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감정 표현도 탁월하다. 멀린은 고작 두 트랙(“New Shoes”, “Keep It Southern”)에 참여했지만,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랩으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Man On The Moon”을 기점으로 앨범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침잠하기 시작한다. “Keep It Southern”까지 그룹의 성공적인 행보를 자축하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패기를 보여줬다면, 후반부에 들어서 이별의 과정을 천천히 한 단계씩 묘사한다.
인연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고(“Better Things”), 미래를 두려워하다가도(“Crucify Me”) 과거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고(“Duct Tape”, “Always Something”) 아름다운 이별을 맞는다(“Good Bye”). 이별에 앞서 자신들의 가장 솔직한 마음을 드러낸 덕분에 마지막 트랙 “Good Bye”의 ‘This oughta be the best time The best time of our lives, 틀림없이 우리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시간일 거야’라는 가사가 뻔한 수식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룹의 출세작인 [Saruration] 시리즈에서 브록햄튼은 오픈 마이크를 하듯이 각자의 개인사를 털어놓았다. 그러나 [TM]에 이르러 ‘그룹의 만남과 이별’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마치 한 사람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마지막 순간에 와서 진정한 그룹, 혹은 가족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Good Bye”까지 듣고 나면 이들의 해체가 더욱 슬프게 다가온다.
2010년, 칸예 웨스트(Kanye West) 온라인 포럼을 통해 뭉친 브록햄튼은 씬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고,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유행에 따른 천편일률적인 스타일이 횡행하는 메인스트림에서 이들의 성공이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12년의 여정은 끝이 났지만, 그룹이 그간 걸어온 발자국은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는 흔적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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