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SZA - SOS
- rhythmer | 2023-01-16 | 2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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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SZA
Album: SOS
Released: 2022-12-09
Rating:
Reviewer: 황두하
2022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화제였던 콘텐츠 중 하나는 [환승연애2]다. 기존의 연애 프로그램들과 달리 이별을 겪은 후의 일반인이 출연해 솔직한 감정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프로그램이 성공한 요인은 여러 가지지만, 이별의 아픔과 미련, 그리고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많은 사람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이 가장 컸다. 이별의 형태나 구체적인 이유는 제각각이라도 느끼는 감정은 비슷하기 때문이다.시자(SZA/*주: 그동안 미국 현지에서조차 그의 이름을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가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 스자, 시저, 시자 등등. 그중 아티스트가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여러 사례를 참고했을 때 ‘시자’에 가장 가깝다.)의 소포모어 앨범 [SOS]도 그렇다. 그는 23곡, 약 1시간 8분에 달하는 러닝타임 동안 이별 후의 과정을 소상히 풀어낸다.
내 것이 되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여버리겠다고 섬뜩하게 경고하고(“Kill Bill”), 사랑에 눈이 멀었던 스스로를 원망하다가도(“Blind”), 연인의 부재를 받아들이려 애쓴다(“Gone Girl”). 그리움을 떨쳐버리기 위해 방황하고(“Ghost in the Machine”, “F2F”), 자기 자신에게 집중해보려 해도(“Conceited”) 결국 이러한 상황을 만든 상대를 원망하게 된다(“Special”, “Too Late”).
이별을 극복하는 방법은 ‘인정’일 것이다. 연인에게 헌신적이었던 시절(“Open Arms”)과 아픔의 이유(“I Hate U”)를 직시한다. 결국 “Good Days”에서 지난한 과거가 지금의 나를 만든 소중한 순간들이었음을 깨닫는다.
다크차일드(Rodney 'Darkchild' Jerkins)가 프로듀싱한 힙합 소울 트랙 “Forgiveless”에서는 “The Stomp”와 미공개 프리스타일 영상에서 발췌한 고 올 더티 바스터드(Ol’ Dirty Bastard)의 랩을 앞뒤로 삽입해 에너지를 가득 불어넣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성장한 시자의 서사와 어우러져 짜릿함을 느끼게 하는 마무리다.
그래서 [SOS]는 한 편의 성장물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굉장히 긴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할애해 복잡한 이별의 감정을 하나하나 뜯어 자세히 묘사한다. 가사가 날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직설적이어서 쉽게 동화된다.
“Good Days”에 이르러 큰 안도감과 해방감이 느껴지는 것도 이 덕분이다. 앞선 21곡 동안 차곡차곡 쌓인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이다. 싱글로 공개된 지 2년이 지난 곡이지만, 앨범 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 새로운 감흥이 전해진다.긴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건 다양한 장르를 가로지르는 프로덕션이다. [Ctrl](2017)에도 참여했던 프로듀서 카터 랭(Carter Lang)과 이번에 처음으로 함께한 롭 바이젤(Rob Bisel)은 여러 프로듀서와 협업하며 알앤비, 힙합을 기반으로 한 트랙들 사이 사이에 그런지, 록, 포크 등의 장르를 섞어 넓은 스펙트럼의 사운드를 구축했다.
고 웹스터 루이스(Webster Lewis)의 “Open Up Your Eyes”를 칩멍크(chipmunk) 작법으로 샘플링한 “Smoking on my Ex Pack”, 싱어송라이터 피비 브리저스(Phoebe Bridgers)와 함께한 “Ghost in the Machine”, 2000년대 초반 스타일의 팝 록 넘버 “F2F”까지 이어지는 중반부는 대표적이다. 특히, “F2F”는 앨범의 가운데에서 분위기를 확실하게 환기해준다.
다른 곡들의 완성도도 뛰어나다. 장르적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팝적인 터치를 적절히 가미한 멜로디로 귀를 사로잡는다. 그중에서도 “Kill Bill”, “Gone Girl”, “Nobody Gets Me”, Open Arms”의 후렴구는 시자의 탁월한 멜로디 어레인지 감각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시자의 목소리는 앨범의 중심을 잡아준다. 23곡 동안 한결같이 깔끔하고 단단한 톤으로 유려하게 흘러간다. 곡이 워낙 많다 보니 무난하게 지나쳐가는 구간도 있다. 하지만 보컬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SOS”, “Low”, “Smoking on my Ex Pack”, “Forgiveness” 같은 곡에서는 랩에 가까워진 퍼포먼스로 그루브를 느낄 수 있다.
[SOS]의 커버는 고 다이애나 비가 생전 마지막으로 파파라치에게 찍혔던 사진을 차용한 것이다. 이별이라는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듯한 시자의 모습에서 극도의 고립감과 외로움이 느껴진다. 그가 ‘SOS’를 외치며 도움을 구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었다. 사랑의 방황을 그린다는 점에서 전작 [Ctrl]과 유사하다. 그러나 결말은 전혀 다르다. 5년의 세월을 지나 시자는 [SOS]로 스스로를 구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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