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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Oddisee - To What End
    rhythmer | 2023-03-24 | 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Oddisee
    Album: To What End
    Released: 2023-01-20
    Rating:
    Reviewer: 장준영









    한 해에 앨범을 두세 장씩 거뜬히 내던 오디씨(Oddisee)지만, 이번 [To What End]까진 무려 6년이나 걸렸다. 중간에 발표된 EP [Odd Cure](2020)를 감안해도 3년 만이다. 전보다 길었던 공백엔 몇 가지 이유를 추측할 수 있다. 일단 오디씨의 위치와 입장에 변화가 생겼다. [The Iceberg](2017) 이후 더욱더 인기를 얻고 여러 방송과 피처링, 그리고 투어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와중에 아내가 임신했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아버지 역할도 시작했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끊임없는 투어와 활동에 다소 지쳐있었다고 밝혔다. 가족과 보낼 시간도, 일상의 여유도 맛보기 힘든 타이트한 나날에 회의감이 들은 듯하다. 그래서 일과 생활 사이에 밸런스를 찾기 위해 고민했다. 그런 와중에 찾아온 코로나19는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다시 한번 뒤흔들었다.

     

    [Odd Cure]에서 들려준 것처럼 이어지던 투어와 활동은 팬데믹이 세상을 강타하면서 급작스럽게 사라졌다. 작업 가능한 시간적 여력과 함께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늘었지만, 음악으로 탄탄히 일궜던 루틴은 깨져버렸다. 결국 기존처럼 음악 활동을 하기 어려워지면서, 고뇌가 늘어나고 자신감을 잃게 되었다고 한다. [To What End]에는 그가 겪은 일련의 상황과 상태로부터 느낀 진솔한 감정이 담겼다.

     

    첫 곡 "The Start Of Something"부터 가감 없다. 성공을 위해 달려왔지만, 일정 위치에 도달한 시점에선 무척 지친 내색을 여실히 보인다. 강하게 타오른 불꽃은 빠르게 식는 것처럼,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번아웃(burn out)에 도달했다고 솔직하게 드러낸다.

     

    '네가 불과 너를 뜨겁게 하는 연료라면, 불꽃은 높아질수록 넌 고통을 견디기 힘들 거야, 그때가 바로 너가 탈진했을 때 혹은 다른 걸 배울 때지 / When you’re both the fire and the fuel that you heat, The higher the flame the more you’ll tire enduring pain, That’s when you burn out, or learn of another source'

     

    그만두고 싶고 놓아버리고 싶은 듯한 심정은 내내 이어진다. "Hard to Tell"에선 성공한 아티스트로서 겪는 피로와 회의를 표출하며, "More To Go"를 통해 래퍼이자 가장으로서 마주해야 하는 부담과 책임 때문에 지친 심경을 솔직하게 뱉는다.

     

    그 방식이 눈에 띈다. 유년 시절부터 현재까지 성공을 위해 거친 과정을 생생히 나열했다. 짧은 벌스(Verse)에 여정과 소회를 압축적으로 담은 덕에 현재를 위해 내달려온 인물에게 강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수를 나열하며 이야기를 끌고 가는 표현도 흥미롭다. 

     

    특히 "Already Knew"는 모든 부분에서 인상적인 곡이다. 곡의 얼개와 진행은 평범하지만, 차분한 전개에 변주를 쥐여주는 펑키한 리듬, 중독적인 리프를 자아내는 건반과 브라스 샘플, 후반부에 1분 가까이 매섭게 켜는 바이올린 소스가 강한 임팩트를 선사한다. 동시에 그가 짊어진 중압감과 책임을 타이트한 랩으로 표출한다. ‘내가 실패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낼 거야, 난 이미 알고 있어, I'ma show prove I was never gonna lose, Yeah I already knew’라며 끝없이 되뇌는 후렴구가 적잖은 여운을 남긴다.

     

    오디씨의 랩이 일관된 내용과 톤을 유지하면서 담백하고도 생동감 있는 서술을 들려준다면, 프로덕션은 정반대다. 다양한 무드와 질감을 빚어내어 러닝타임을 풍요로이 만든다. 텁텁한 듯 빈티지한 붐뱁 스타일이 그득하고, 그의 장기인 건반 루프가 트랙마다 귀를 사로잡는다. 쫄깃한 드럼 비트를 필두로 기타, 베이스, 콘트라베이스, 트럼펫, 바이올린 등등, 악기 샘플도 필요에 따라 차곡차곡 더해졌다. 많은 소스가 틈입한 덕에 가멸찬 사운드가 꾸려졌다.

     

    타 장르의 특징을 붙여 변주를 가미한 점도 영리하다. "Work to Do"에선 네오 소울을 끌어들여 차분하면서 눅진한 분위기에 랩을 뱉으며, 씨에스 암스트롱(C.S. Armstrong)이 목소리를 더한 "More to Go"에선 공간을 따스하게 채우는 코러스와 60-70년대 소울 및 가스펠 넘버를 떠올리게 하는 구성이 압도한다. 속도감 있는 랩과 어우러지는 그루브가 형성된 "Many Hats" "Try Again"도 감흥을 진진하게 일군다. 

     

    사람은 각기 다른 삶과 환경에서 지위와 역할을 갖게 되고, 그에 따른 의무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살아가곤 한다. 오디씨에겐 가장으로서, 리더로서, 그리고 팬들이 기대하는 아티스트로서의 위치가 부여되었다. “People Watching", "Try Again", "Many Hats", "Race" 등의 곡을 들어보면 그 역시 이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오디씨는 힘들고 지치지만, 아직 그만둘 수 없다며 끊임없이 자신을 다그치고 독려한다. 앨범명처럼 쉼 없이 나아가고자 하는 까닭을 명료히 드러내며 짊어진 무게와 중압감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한다. 그래서일까. 활기차고 강인한 모습 사이로 유독 [To What End]가 씁쓸하고 안쓰럽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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