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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JPEGMAFIA & Danny Brown - Scaring the Hoes
    rhythmer | 2023-04-29 | 5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JPEGMAFIA & Danny Brown
    Album: Scaring the Hoes
    Released: 2023-03-24
    Rating: 
    Reviewer: 황두하









    제이펙마피아(JPEGMAFIA)는 오늘날 힙합 씬에서 가장 개성 강한 인물 중 하나다. 힙합을 기반으로 여러 장르를 해체, 재조합하는 종잡을 수 없는 사운드와 날 것 그대로의 가사, 그리고 에너지 넘치는 퍼포먼스로 독특한 음악 세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데스 그립스(Death Grips)처럼 주류 힙합 씬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흥얼거리기 쉬운 후렴구를 첨가하는 등 전통적인 랩 음악의 요소를 차용해 기존 장르 팬들도 다가갈 수 있는 여지를 두고, 기성 래퍼들과도 종종 교류해온 덕분이다.

     

    그중 한 명이 대니 브라운(Danny Brown)이다. 제이펙마피아는 대니의 전작 [uknowhatimsayin¿]에 피처링과 작곡으로 참여했다. 대니 역시 제이펙 못지않게 확고한 색깔을 지닌 래퍼다. 괴기스럽기까지 한 실험적인 프로덕션과 비트를 찍어 누르듯 날뛰는 랩 퍼포먼스는 그만의 시그니처다.

     

    결은 조금 다르지만, 범접하기 어려운 고유한 영역을 만들어왔다는 점에서 둘은 닮았다. 그런 둘이 함께 만든 [Scaring the Hoes]는 기대치를 웃도는 완성도의 작품이다. 제이펙마피아가 전곡을 책임진 프로덕션은 괴이하고 변칙적이며, 중독적이다.

     

    엔싱크(N’SYNC) “Gone”과 켈리스(Kelis) “Milkshake” 같은 곡부터 1980년대 일본 광고 음악까지 다양한 소스를 샘플링하여 익숙함과 낯섦 사이의 오묘한 자극을 더했다. 여기에 댄서블한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적극적으로 차용되어 흥을 끌어올린다.

     

    본래 박수와 색소폰 소리로만 이루어진 더티 비치스(Dirty Beaches) “Untitled”에 강렬한 드럼과 베이스를 더해 호전성을 드러낸 “Scaring the Hoes”, 후반부에 “Milkshake”의 한 구절을 디지털 가공해서 신시사이저, 드럼과 함께 버무린 “Fentanyl Tester”, 티모시 라이트(Timothy Wright)와 제롬 엘 페럴(Jerome L. Ferrel)의 가스펠 넘버 “You Don’t Know”를 샘플링해서 격정적인 섹스의 현장을 묘사한 “God Loves You” , 독창적인 사운드와 예상 밖의 전개로 혼을 쏙 빼놓는다.

     

    특히 “Fentanyl Tester”는 샘플링 자체에 메시지를 품고 있는 듯한 곡이다. 작년 비욘세(Beyoncé) [Renaissance] “Energy”라는 곡에서 “Milkshake”를 인용한 바 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샘플링이었지만, 켈리스(Kelis)는 곡의 주인인 자신에게 이야기한 적이 없다며 비욘세를 비난했다. 결국 비욘세는 분쟁을 피하고자 “Energy”에서 샘플을 삭제했다. 제이펙마피아는 같은 곡을 통째로 샘플링해서 창작의 자유와 샘플링에 관한 법적인 시스템에 대한 의문을 품게 만든다.

     

    그런가 하면, “Burfict!”에서는 웅장한 브라스와 808드럼을 활용한 트랩 사운드가 빈티지한 질감으로 마감됐고, “Jack Harlow Combo Meal”에서는 차분하게 진행되는 재즈풍의 피아노 라인에 유케이 개러지(UK Garage)의 영향을 받은 듯한 드럼 라인이 얹혀 분위기가 급변한다. 대중 지향적인 접근과 장르의 전형을 비튼 시도가 적절한 균형을 이룬 곡들이다.

     

    앨범에 활기를 더하는 건 대니의 랩이다. 상대적으로 건조한 톤의 제이펙마피아의 랩이 중심을 잡으면, 대니가 뛰어들어 한바탕 난장을 펼친다. “Steppa Pig”, “Run The Jewels”, “Where Ya Get Ya Coke From?” 등에서는 어지럽게 회오리치는 먹먹한 질감의 악기 속에 두 사람의 랩 또한 하나의 악기처럼 어우러지며 색다른 감흥을 선사한다.

     

    제이펙마피아와 대니의 태도는 사운드만큼이나 호전적이다. 기존 체제와 주류 힙합 씬을 거침없이 공격하고 조롱한다. ‘우선 일론 머스크는 엿이나 먹어, First off, fuck Elon Musk’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첫 트랙 “Lean Beef Patty”부터 앨범의 기조가 선명히 드러난다. “Steppa Pig”에서는 인셀들을 비난하고, “Scaring the Hoes”에서는 주류가 되지 못하는 스스로를 자조하는 척하면서 천편일률적인 현재의 힙합 씬을 고발한다.

     

    이들의 가사는 미국 사회와 대중문화를 알지 못한다면 이해할 수 없는 비유와 언어유희로 가득 차 있다. 곡의 주제와는 별개로 마디마다 다른 의도와 뜻을 유추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있어서 이를 풀어가며 듣는 재미가 상당하다. 일례로 앨범 내에서 두 번(“Lean Beef Patty”, “Steppa Pig”)이나 반복되는 ‘I don't fuck with you niggas, like I'm Hulk Hogan (Wait)’라는 가사는 인종차별적인 말을 뱉은 영상이 유출된 바 있는 전설적인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Hulk Hogan)을 비꼬는 듯하다.

     

    [Scaring the Hoes]에서 제이펙마피아와 대니는 에너지를 남김 없이 분출한다. 나름대로 일관된 주제를 끌고 갔던 개인 작품들을 벗어나 더욱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펼쳐냈다. 마치 두 사람의 뇌 속을 구석구석 탐험하는 듯한 느낌이다.

     

    상이한 장르와 소스를 한데 섞어서 급진적인 전개가 이어지는 제이펙마피아의 프로덕션은 일정 경지에 올랐다. 36분의 러닝타임 동안 광기의 소용돌이에 취해 몸을 흔들다 보면 이들에게 감화될 수밖에 없다. 오직 두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여러 가지 의미로미친힙합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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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JackKongnamu (2023-07-10 13:00:08, 58.235.207.***)
      2. '미친'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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