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Elli Ingram - Bad Behaviour
- rhythmer | 2023-07-29 | 1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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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Elli Ingram
Album: Bad Behaviour
Released: 2023-05-12
Rating:
Reviewer: 장준영
2017년 발매작 중 엘리 잉그램(Elli Ingram)의 [Love You Really]는 눈에 띄는 앨범이었다. 레트로 소울과 알앤비를 토대로 짜임새 있는 프로덕션을 들려주었고, 몇몇 아티스트가 기분 좋게 떠오를 정도로 좋은 보컬을 들려줬다. 다만, 신예였던 탓인지 대중적인 관심이나 상업적인 면에서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그래서였을까, 애석하게도 다음 결과물 [Bad Behaviour]가 나오기까진 무려 6년이 꼬박 걸렸다.수록곡 절반은 그동안 발매된 싱글로 채워졌다. 2020년에 공개된 "Bad Behaviour"를 시작으로 올해 공개된 "Fool's Gold"까지가 이에 해당한다. 그렇다 보니 신보임에도 새롭다는 인상이 일지 않아 조금 아쉽다. 하지만 익숙한 것이 감흥을 다소 떨어뜨릴 순 있어도, 완성도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어쩌면 지난 작품에서 마주했던 익숙한 수준이 아쉬움을 상쇄하는 것만 같다. 잉그램의 보컬이 이를 방증한다.
이제 서른이 된 나이가 무색할 만큼 능숙하고 농밀한 보컬이 내내 놀라게 한다. 거칠고 허스키한 소리를 음색에 충분히 묻히고, 진득하게 자신을 내미는 빼어난 테크닉이 감흥을 끌어올린다. 탄탄히 중저음을 쌓아내는 순간도, 힘을 듬뿍 쏟아 고음을 지르는 순간도, 여유 넘치게 무드를 주조한 바이브레이션까지도 부족함이 없다.
프로덕션 또한 탁월하다. 전자음과 인공적인 샘플 사운드가 종종 사용되면서도, 빈티지한 질감이 곡 전체에 강하게 드러난다. 드럼과 베이스, 기타, 스트링, 브라스 등등, 여러 소스와 연주를 가미하여 사운드를 푸짐하게 꾸렸다.
공간감과 더불어 장르적 특성을 따르는 전개, 풍성한 코러스와 곡을 주도하는 건반의 영리한 활용법도 자연스레 소울과 가스펠의 여러 넘버를 기분 좋게 떠올리게 한다. 잉그램에 어울리는 판이 깔리면서 보컬은 더더욱 빛을 발한다.
그리고 절정의 순간에 “Trouble”이 있다. 유려한 멜로디를 만들어낸 재지한 건반 연주는 각 벌스의 시작에 공격적인 타건을 배치해 강렬한 대비와 변주를 주었으며, 빈 곳을 코러스와 브라스가 부지런히 채웠다.
곡의 진행과 연주의 특성처럼 보컬도 더 자유롭게 변한다. 세차게 고조된 듯 강한 톤으로 고음을 내지르면서도, 쉽고 부드럽게 소리 내는 중저음을 통해 능숙히 감정을 끌어올리거나 가라앉힌다. 프로덕션과 보컬 모두 만족스러운 지점이다.
"Flowers"에선 드럼의 거친 질감과 곡의 적당한 속도, 그리고 사운드를 채우는 여러 건반과 후방 배치되어 포인트를 가미하는 브라스가 일품이다. 60~70년대 소울의 정취를 끌어내는 프로덕션이 당연하게도 소리의 맛을 우려낸다. 역시 선 발매되었던 "Heavy"도 끝내줬다. 리드미컬한 비트에 힘을 받아 특유의 까끌까끌한 보컬의 질감이 극대화되어 청각을 강하게 자극한다.
[Bad Behaviour]에서 잉그램의 퍼포먼스는 매 순간 대단하다. 오랜 기다림을 보상하는 듯하다. 개별 곡의 만듦새가 충분히 만족스러우며, 적절한 배치와 구성 덕에 앨범으로서도 탄탄하다. 주목할 만했던 첫 시작을 지나, 현재의 그는 (아직 앨범은 2장뿐이지만) 여느 베테랑에 못지않은 맛깔난 보컬로 일관한다. 다음 앨범까지 시 6년이 걸리진 않길 간절히 부탁하고 싶을 만큼, 만족스러운 복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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