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billy woods - Golliwog
- rhythmer | 2025-10-26 | 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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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billy woods
Album: Golliwog
Released: 2025-05-09
Rating:



Reviewer: 장준영
골리웍(Golliwogg)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활동한 작가 플로렌스 케이트 업튼(Florence Kate Upton)이 창작한 캐릭터다. 흑인이 과장되고 우스꽝스럽게 묘사된 외모로 블랙페이스(black face), 민스트럴 쇼(Minstrel Show)와 함께 대중들에게 오랜 시간 고정관념을 강화한 인종차별의 대표적인 상징 중 하나다. 처음엔 단지 캐릭터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하나의 캐릭터가 알려지고 깊게 뿌리를 내리면서, 어느 캐릭터보다도 폭력적이고 그 자체로 공포가 되었다.빌리 우즈(billy woods)의 [Golliwog]은 미국 사회를 비롯한 현시대에 만연한 공포를 직시하는 앨범이다. "A Doll Fulla Pins"에서 '난 바늘이 잔뜩 꽂힌 인형이지, 계속 반복되고 절대 끝나지 않아, I'm a doll full of pins, Yeah, but again and again and again and again, Oh yeah, it never ends'라 말하며 마치 부두술 인형처럼, 여전히 인종차별의 아이콘인 골리웍을 연상할 정도로 폭력과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현실을 은유와 직유로 표현한다.
"BLK Xmas"는 좀 더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묘사가 줄을 이룬다. 지독한 가난의 사슬과 마약, 폭력, 범죄를 피할 수 없는 커뮤니티를 직시한다. '악몽은 꿈꿀 때 오지 않는다, nightmares didn't come during dreams'라는 브루저 울프(Bruiser Wolf)의 벌스부터 자전적인 이야기가 생동감을 더하고, 연이어 등장하는 우즈의 벌스는 마치 하나의 드라마 또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잔혹하다. 답답한 현실이 생동감 넘치도록 설움을 그린 가사가 쓰라릴 정도다('어떻게 사람들을 내쫓을 수가 있지?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에, 애도 있는데 말이야, How you gon' put folks out a week before Christmas and they got kids? / 자다 깨 비명을 삼켜, 집세가 나를 익사시키지, Sat up in my sleep, stifling the scream, that rent got me feelin' I'm fit to drown').
어쩌면 이 세상은 이미 여러 방면에서 혼탁하고 공포스럽다. 그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노랫말에 어울리게 프로덕션도 어둡게 이어진다. 컨덕터 윌리엄스(Conductor Williams), 알케미스트(The Alchemist), 케니 세갈(Kenny Segal) 등등, 다양한 프로듀서가 참여했음에도 일관된 호러 코어 스타일로 앨범을 이루는 것 역시 우연이 아닌, 명확한 우즈의 의도인 셈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는 어떠한 공포 영화보다도 잔인하고 비관적이며 끔찍하기 때문에, 공포를 조성하는 사운드가 아이러니하게도 구슬프게 들리기도 한다.
차갑고 음습한 사운드와 내리치고 깨지는 샘플의 난입, 흐느끼는 소리를 반복시킨 "Waterproof Mascara", 영화 [프리머, Primer](2004) 내 투약 관련 대사와 공간을 울리는 콘트라베이스 소스를 통해 불안감을 조성하는 "Counterclockwise", 공격적인 이펙트 활용이 돋보이는 신스, 노이즈 효과음이 공기를 가득 메운 "Corinthians" 등등, 밝은 기조는 모두 거세하고 빈티지한 질감과 적재적소로 등장시킨 다양한 샘플이 내내 이어진다. 굉장한 몰입감을 느끼도록 설정된 장치가 완벽하게 동작하는 광경을 목도할 수 있다.
빌리 우즈는 이전부터 진부하지 않은 은유와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를 펼치면서도, 한편으론 지식인으로서 그리고 사색가로서의 면모를 강하게 드러내 왔다. 이번 역시 그렇다. 오랫동안 곪고 썩은 문제들을 어느 하나에 국한하지 않고 꺼내며 현실을 개탄한다. 세상은 폭력과 전쟁의 이름으로 서로를 죽이고("All These Worlds Are Yours"), 죽음의 위협에 끊임없이 노출되는 현실을 '혼자 태어나, 혼자 죽는 거야, 네 옆에 누가 있든 상관없이, Born alone, die alone, no matter who your mans is'라 되뇌며 우회적으로 불안감과 공포를 표현한다("Born Alone").
그러나 냉소주의자이자 비관주의자처럼 보이는 우즈의 태도는 세상이 정말 멸망하길 바라는 방향으로 나아가진 않는다. 오히려 그런데도 '이 포근한 집에 신의 축복이 있기를, 나의 소중한 안식처여, God bless this sweet home, my beloved haunt'라 말하며 나아지길 바라고 건강해지길 기원한다.
그렇기에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예술가로서의 진지한 고민을 풀어내다가도("Cold Sweat"), 결국은 짐을 짊어지고 행동하며 외치길 다시 다짐한다("Dislocated"). 책임감 없는 문제 제기에서 끝나는 많은 아티스트 사이에, 무언가 혁명을 일으키고 급진적인 대안을 던지진 않더라도, 개인으로서 그리고 래퍼로서의 깊은 성찰과 인식을 담은 랩은 굉장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물론 오해해선 안 된다. 빌리 우즈의 이야기가 효과적인 것은, 당연하게도 랩 스킬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문학적인 표현과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여럿 사용하면서도, 꽉 찬 라임을 구사한다. 톤과 플로우는 프로덕션에 맞게 변화하고, 발음의 강약 또한 음절 단위로 극대화한다. 역시 베테랑다운 퍼포먼스다.
[Golliwog]은 어쩌면 그 옛날 탄생해 현재까지 생명력을 유지한 골리웍이, 또 다른 골리웍을 만들 수도 있겠다는 걱정과 불안에서 나온 결과물인 셈이다. 그리고 트럼프의 극단적인 정책, 이민자와 다인종에 대한 차별, 팔레스타인 학살로 점철되는 현실이 맞닿으면서, 우즈의 이야기는 더욱더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영역으로 확장된다. 폭력과 혐오가 난무하는 2025년에, 빌리 우즈는 그 어떤 앨범보다도 중요하고 필요한 작품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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