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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Sideshow - Tigray Funk
    rhythmer | 2026-03-24 | 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Sideshow
    Album: Tigray Funk
    Released: 2026-02-27
    Rating:
    Reviewer: 김현명









    사이드쇼(Sideshow)는 영국에서 태어나 뉴욕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활동해 온 래퍼다. 그는 자신의 뿌리인 에티오피아와 이에서 비롯된 디아스포라적 배경을 작업 전반에 녹여내 왔다. 이 맥락은 티그라이(Tigray) 지역의 정치적 상황을 제목으로 전면에 내세운 [Tigray Funk]에서도 이어진다.

    가장 먼저 흥미를 끄는 부분은 규모다. 4CD, 무려 32곡에 달하지만, 대부분 2분 내외로 구성되어 있어 재생시간은 약 1시간 3분이다. 개별 곡은 하나의 완결된 서사를 형성하기보다 단편적인 장면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그래서 전체적인 윤곽은 압축된 장면들을 이어 붙인 파편적인 기록처럼 보인다.

    프로덕션은 이러한 인상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대부분의 곡에서 비트는 일정한 구조를 따르기보다 분절된 형태로 제시된다. 베이퍼웨이브 사운드 루프와 미약한 드럼이 온전히 맞물리지 않는 “Signs+Symbols”는 대표적이다. “Kill From The Heart”, “My Chemical Romance”과 같은 곡들도 마찬가지다. 각각 어울리지 않게 느껴지는 효과음을 활용해 의도적으로 불편한 리듬감을 만들거나, 가벼운 분위기로 진행되던 사운드가 갑작스럽게 무너지기도 하는 전개를 활용한다. “Solid Snake”에서는 루프가 유지되는 와중에도 질감이 계속해서 흔들리며 사운드가 끊기고 여러 방향으로 흩어진다.

    세심하고 독특한 비트 사이에서 사이드쇼는 리듬감을 잃지 않는다. 여러 플로우를 활용하기보다 탄탄한 기본기에 집중해 랩 자체의 인상은 미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단조로운 리듬은 오히려 불안정한 프로덕션과 대비를 이루며 곡을 지탱한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출하는 대신 장면을 늘여 놓는다. 일례로 “Martyr Most High”에서는 강도질하는 아이, 지역 사회가 제공하는 복지의 모순 등을 언급한다. 이는 묘하게 자신의 무력감을 돌려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가사에 담긴 서사와 익숙한 언어들을 풀어내기 위한 장치들도 흥미롭다.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To Pimp A Butterfly]가 떠오르는 아웃트로들이 그중 하나다. 특히 “Lifes As Violent As You Make It”는 언뜻 마약상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끄트머리에 삽입된 케냐의 정치인 보이 이사 주마(Boy Issa Juma)의 인터뷰를 통해 그 서사가 자기기만에 가깝다는 점이 드러난다.

    “Soft Tooth Tiger”를 시작으로 이어지는 다섯 편의 인터루드도 비슷하다. 우화적인 이야기를 빌려 힘과 위계, 배신과 복수의 구조를 짚어가는 잔혹동화 또한 식상하지 않다. 이야기를 반추할 요소와 맥거핀 사이를 묘하게 오가며 위화감을 남긴다.

    결국 그가 고백하고자 하는 것은 자신의 편집증적인 상태다. “Invader Jim”은 대표적이다. “I’m paranoid, I know niggas plottin’, boy, the signs showin’”와 같은 가사에서 별다른 수사 없이도 불안한 인식을 드러내며, 그에 이르기까지 축적된 상황들이 자연스럽게 이를 뒷받침한다. 이야기가 매력적인 것은 반복적으로 등장한 약물과 폭력의 개인적인 경험들이 학살, 착취, 소비 윤리와 같은 문제들을 겨냥하기 때문이다. 익숙하게 소비된 주제들을 더 넓은 맥락으로 비트는 서사적 기술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약물, 총, 거리나 편집증적인 상태의 고백은 수없이 반복된 주제다. 그러나 사이드쇼는 탁월한 프로덕션과 문화적, 종교적 범주를 넘나드는 시적 비유를 활용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신선한 충격을 준다. 그렇기에 [Tigray Funk]는 곱씹을수록 이를 아우르는 그의 역량이 만만치 않게 느껴진다. 그가 선택한 방법론들은 각각의 요소로 돋보이기보다 하나로 맞물려 뛰어난 완성도를 보인다. 전작 [F.U.N. T.O.Y.](2024)에서 그는 답답한 현실들을 직설적으로 쏟아냈고, 거친 매력이 있었다. [Tigray Funk]는 그보다 더 도발적이며 세련되기까지 하다. 그가 갖춘 감각들이 그대로 장점으로 이어진 탁월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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