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FLO - THERAPY AT THE CLUB
- rhythmer | 2026-09-23 | 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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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FLO
Album: THERAPY AT THE CLUB
Released: 2026-08-07
Rating:



Reviewer: 황두하
더 신델라스(The Shindellas), 사이렌(Psiryn), 세이 나우(Say Now) 등 최근 몇 년 사이 새로운 알앤비 보컬 그룹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경력과 음악적 성취 양쪽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팀은 플로(FLO)다. 데뷔 싱글 “Cardboard Box”로 주목받기 시작해 첫 정규작 [Access All Areas] (2024)로 그래미 베스트 프로그레시브 알앤비 앨범 부문 후보에 오른 이들은, 탄탄한 화음과 선명한 멜로디로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알앤비의 매력을 설득력 있게 되살렸다. 두 번째 정규작 [THERAPY AT THE CLUB]은 그 토대 위에서 리듬과 음색의 폭을 넓힌다. 다양한 무드와 템포를 아우르면서도 플로 특유의 보컬과 멜로디가 앨범을 일관되게 이끈다.
알앤비의 고전적인 문법을 현대적으로 다루는 감각이 돋보인다. 부드러운 선율과 풍성한 코러스에는 과거 알앤비의 정취가 남아 있지만, 이를 받치는 리듬과 곡의 전개는 날렵하다. 보컬을 길게 펼쳐 감정을 끌어올리다가도 짧은 구절을 리듬 악기처럼 배치하고, 반주와 코러스의 밀도를 조절해 후렴이 들어서는 순간을 분명하게 만든다. 화려한 보컬 편곡과 직관적인 팝 멜로디가 서로의 장점을 살리는 방식이다. 과거의 소리를 재현하는 데서 나아가, 그 안의 리듬과 선율을 지금의 팝 음악에 어울리는 형태로 다듬었다.
“Cry Ugly”에서는 잘게 움직이는 비트와 두툼한 베이스 위로 유려한 보컬이 흐른다. 리듬이 만드는 긴장감과 화음의 부드러움이 맞물리면서 알앤비 발라드의 정서에 탄력을 더한다. “Leak It”은 구절을 짧게 끊어 타는 보컬과 반복적인 훅으로 비트의 움직임을 강조한다. 멜로디를 펼치고 리듬을 밀어붙이는 비중을 달리하며 각 곡의 표정을 만드는 것이다. 어두운 신스팝의 질감을 끌어들인 “Small Doses”까지, 익숙한 장르적 바탕 위에서 음색과 그루브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솜씨가 좋다.
구성의 장점도 뚜렷하다. 미드템포 알앤비를 중심에 두고 업템포 곡의 활력과 발라드의 여운을 자연스럽게 오간다. 피아노와 유연한 선율이 느긋하게 흐르는 “Therapy At The Club” 다음에, 브라스가 전면에 나서는 “Remedied”를 배치한 흐름이 대표적이다. 감정에 잠겨 있던 호흡을 경쾌하게 바꾸며 앨범 중반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후반부의 “Floating”에서는 길게 뻗는 보컬로 감정을 충분히 펼쳐 보인다. 이처럼 곡 사이의 속도와 분위기 차이가 각자의 매력을 부각한다. 세 목소리의 긴밀한 호흡과 선율을 앞세우는 편곡이 유지되기에, 여러 스타일을 오가는 전환도 자연스럽다.
그 중심에는 높은 완성도의 멜로디가 있다. 후렴은 한두 번만 들어도 기억에 남을 만큼 직관적이며, 벌스에서도 다음 전개를 기대하게 하는 선율을 마련한다. 이를 구현하는 보컬의 역할 분담도 정교하다. 리드를 주고받을 때는 음색의 차이로 변화를 만들고, 함께 노래할 때는 화음을 촘촘히 쌓아 감정을 확장한다. 짧게 응답하는 코러스와 주선율 주변으로 이어지는 애드리브는 노래에 별도의 리듬을 더한다. 덕분에 곡의 첫인상은 명료하면서도, 거듭 들을수록 보컬이 서로 맞물리는 세부를 발견하게 된다. 중독적인 멜로디와 풍성한 보컬 편곡 사이의 균형이 앨범의 가장 확실한 강점이다.
가사의 재치도 곡마다 다른 감정에 생기를 더한다. “Leak It”에서는 사진을 찍고 공개하는 행위로 자신의 매력과 성적 자신감을 과시한다. 타인의 관심을 즐기면서도 무엇을 보여줄지 직접 선택하는 태도와 능청스러운 말투가 곡의 재미를 만든다. “Miss U Missing Me”는 상대를 향한 그리움에 자신을 그리워해 주던 상대에 대한 그리움을 겹친다. 애정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을 제목의 말놀이로 압축한 점이 흥미롭다. 자신감과 불안, 실연과 위로를 오가는 이야기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밤의 경험 속에서 하나로 묶인다. 서로를 위로하고 지지하는 여성들의 관계가 연애만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 관계를 가장 매력적으로 구현한 곡이자 앨범의 백미는 단연 “Don’t Break Her Heart”다. 도입부부터 귀를 붙드는 보컬 구절과 유려한 후렴, 세 멤버가 주고받으며 쌓는 화음이 1990년대 알앤비의 정취를 짙게 전한다. 여기에 친구의 연인을 향한 과격한 경고가 더해지며 곡의 개성이 완성된다. 달콤한 선율로 으름장을 놓는 데서 생기는 유머가 절묘하고, 그 과장된 태도에는 친구를 지키려는 애정이 선명하게 담겨 있다. 같은 편에 서서 목소리를 모으는 보컬 구성까지 가사와 맞물리며, 뛰어난 멜로디와 정교한 편곡, 재치 있는 가사가 가장 좋은 균형을 이룬다.
다만, 높은 완성도에 비해 팀과 멤버 개개인의 고유성은 약하다. 과거 알앤비를 현대적으로 구현하는 솜씨는 뛰어나지만, 2026년에 이 음악이 플로여야만 하는 이유는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세 멤버는 리드와 코러스를 오가며 정교하게 호흡을 맞추면서도, 각자의 음색과 프레이징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한다. 팀의 차별점 역시 익숙한 장르 문법을 능숙하게 소화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비슷한 어법을 더 뛰어나게 구사하는 팀이 등장하더라도 플로를 찾게 할 고유한 매력은 아직 희미하다.
[THERAPY AT THE CLUB]의 성취는 익숙한 알앤비 문법을 동시대 팝의 감각으로 다듬어 높은 완성도의 곡들로 구현한 데 있다. 선명한 멜로디와 정교한 보컬 편곡, 다양한 무드와 템포를 자연스럽게 엮은 구성이 개별 곡과 앨범 전체의 매력을 함께 살린다. 팀의 독자적인 색채를 더 선명하게 만드는 과제를 남겼지만, 플로의 뛰어난 장르 소화력과 송라이팅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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