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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Ski Beatz - 24 Hour Karate School
    rhythmer | 2010-10-24 | 1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Ski Beatz   
    Album: 24 Hour Karate School
    Released : 2010-09-21
    Rating : 
    Reviewer : 강일권









    90년대 힙합 음악을 즐겨 들었던 팬이라면, 스키 비츠(Ski Beatz)라는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그는 소울 음악 샘플링을 적극 활용한 멜로디컬하고 소울풀한 비트로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당시 잘 나가는 프로듀서 명단에 오를 수 있었다. 제이-지(Jay-Z)의 초기 명곡인 “Dead Presidents II"와 ”22 Two’s“, 팻 조(Fat Joe)의 ”John Blaze", 그리고 브롱스 출신의 듀오 캠프 로(Camp Lo)의 걸작 [Uptown Saturday Night] 등이 모두 그의 손에서 나온 작품들이다. 아쉬운 건 그가 활약한 시기가 얼마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90년대 후반부터 불어 닥친 힙합과 일렉트로니카의 하이브리드 열풍은 전통적인 작법을 고수하던 많은 프로듀서들을 주류에서 밀어냈는데, 스키 역시 이전처럼 주목받지 못했고, 왕년의 전우들인 캠프 로와 몇몇 작업 외에는 별다른 활동을 감지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스키는 매우 오랫동안 우리의 뇌리 속에서 잊혔었다. 한때 열렬한 팬이었던 나 역시 과거의 음반들을 통해서만 그를 떠올렸을 뿐, 이제 씬의 역사 속에서는 지워질 이름이 될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반갑게도 그가 2010년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내건 본 작 [24 Hour Karate School]을 들고 돌아왔다. 한때 메이저에서 이름 좀 날리던 프로듀서치고는 너무나도 잔잔한 컴백이었지만, 스키가 앨범에 담아온 비트들은 상당히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우선 그의 멜로딕 비트들을 기대했던 이들이라면, 본작은 적잖이 당황스러울 것이다. 흐른 시간만큼 스키의 비트도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금의 트렌드를 따른 것은 아니다. 디지털 샘플링에 기반하여 원곡의 소울풀한 느낌을 충실히 재현해내는 것에 집중하던 그의 비트는 여전히 샘플링을 주요 작법 중 하나로 하고는 있지만, 라이브 드럼을 강조하고 상당히 날 것의 느낌을 간직한 사운드로 변모했다. 두 번째 트랙인 "Go"부터 "Prowler 2", "Do It Big!!", "S.T.A.L.L.E.Y", ”Not Like Me“로 쭉 이어지는 중반부까지 곡들과 강렬한 일렉 기타 리프로 조지는 ”I Got Mines" 등은 이러한 스키 비츠의 변화를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물론, 예전 스키 비트의 향수를 간직한 곡도 존재한다. 여유롭고 진취적인 브라스 샘플의 첫 곡 “Nothing But Us"와 역시 브라스 샘플을 사용했지만, 이번에는 비장미가 느껴지는 ”Scailing The Building" 등이 그 곡들. 특히, 올해 매우 탄탄한 완성도의 앨범 [Pilot Talk]로 인상적인 메이저 데뷔를 치룬 뉴올리언스 출신의 랩퍼 커런시(Curren$y)를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매우 아쉬운 건, 올해 초 모스 데프(Mos Def)가 멋진 랩을 얹힌 트랙으로 선보였던 두 곡 "Cream of the Planet“과 ”Taxi"가 앨범에는 인스트루멘탈 버전으로만 수록됐다는 점이다. 원래 이 앨범은 믹스테잎으로 계획됐었다. 하지만, 곧 정규 앨범으로 노선이 변경되고 지난 3월에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샘플 클리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아 결국, 지금에서야 발표되었는데, 바로 이 과정에서 모스 데프의 벌스가 누락되게 된 것이다. 샘플 클리어에 대한 그들의 철저함에 다시 한 번 감탄하는 한편으로 2%가 채워지지 않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참고로 이 두 곡의 오리지널 버전이 유튜브에 뮤직비디오와 함께 올라와 있으니 궁금한 분들은 꼭 한 번 찾아들어 보시길! 

    결과적으로 스키의 변화는 매우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의 이전 비트들을 격하게 아꼈던 팬으로서는 예전 스타일이 그리운 것도 사실이지만, 캠프 로의 앨범 이후, 그의 멜로딕 프로덕션 그래프가 점점 하강 곡선을 그렸던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이번 변화가 다행스럽고 반갑기까지 하다. 이번 앨범을 통해 그가 예전처럼 메이저 씬에서 명예나 돈을 얻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음악적으로는 성공적인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락카펠라(Roc-A-Fella)의 공동 창립자였던 대이먼 대쉬(Damon Dash)를 주축으로 조직된 문화 창작 공동체 DD172(*본 작의 타이틀인 ‘24 Hour Karate School’은 이 공동체의 닉네임이다.)에서 '인디'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앞으로 그가 주조해낼 비트들이 뒷심을 발휘할 수 있길 바라본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강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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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a.s (2010-11-10 12:17:50, 175.113.194.***)
      2. 리뷰 잘봤어요. 찾아서 들어봐야겠네요~
      1. LenAzure - Vanishing Nuit (2010-11-10 01:13:36, 155.201.35.**)
      2. 유투브에서 우연히 24 bars to kill 일본mc들 버젼듣고 꽂혀가지고 ski beatz 이번에 앨범나온것까지 알게되어서 리뷰보고 바로 일다하다가 점심시간에 달려나가서 구입햇네요!! 음악들이 만족스러워요 특히 저는 기타리프들어간 곡들이 맘에 들더라구요. mos def랑한거는 유툽에서 추출하여 잘듣고있어요. 리뷰도 잘 읽고 갑니다
      1. Taquo (2010-10-26 08:43:41, 58.29.122.***)
      2. mosdef과 같이 한 트랙 듣고 상당히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정작 그 트랙들은 누락되어서.... 하지만 역시 비트들이 개인적으로 상당히 맘에 들어 좋게 듣고 있습니다!
      1. FUNKY METHODIST (2010-10-26 01:49:44, 119.206.54.***)
      2. 드디어 나온 Ski의 솔로작에 설레였는데 정말 독특한건 이 앨범 일본버전도 있더군요.
        일본에 발매되는거 말고 진짜 일본에 의해 나온 Japanese 버전.

        24 Bars To Kill 듣곤 그냥 일본반을 살까 싶을 정도로 강렬하더군요. Ski나 참여 mc들이나;
      1. 남성훈 (2010-10-26 00:07:35, 58.143.91.***)
      2. 아 24 Hour Karate School 이라니 센스 쩔!
        완전히 잊고 지냈던 이름, 찾아 들어봐야겠어요
      1. Ukyo (2010-10-25 23:07:32, 121.157.51.***)
      2. 와우!! 요즘 이분 앨범 나왔으면 했는데, 이런 우연이;;;^^:;;

        기대했던 사운드와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Camp Lo를 좋아하는 저에겐 더없이 좋은 앨범이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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