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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7L & Esoteric - 1212
    리드머 | 2010-11-08 | 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7L & Esoteric     
    Album: 1212
    Released : 2010-10-12
    Rating : +
    Reviewer : 양지훈








    [1212]는 골수 마니아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A New Dope] 이후, 세븐엘(7L)과 에소테릭(Esoteric)이 4년 만에 만든 합작이다. 사실, 근 4년간 에소테릭의 혈기 왕성한 행보를 지켜본 나로서는 이들이 각자의 길을 걷기로 마음을 굳힌 것이 아닌가 싶었다. 에소테릭이 4년 동안 무려 7장의 솔로 앨범을 발매하고 대외 활동까지 병행했으니 말이다. 에소테릭이 작년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솔로 앨범을 발매하며 '다방면에 욕심이 많은 뮤지션'의 이미지를 유지해 왔기에, 세븐엘 & 에소테릭의 신보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런 시점에서 이들의 새 앨범 소식은 당연히 의외였다.

    일단 [1212]는 그야말로 볼거리 먹을거리가 풍성하기 그지없는 잔칫상이다. 에소테릭의 다작에 의아함을 가지며 둘의 재결합을 은근히 바랐던 이들이라면, 세븐엘의 여전한 비트 메이킹과 커팅 능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고, 인스펙타 덱(Inspectah Deck), 일 빌(iLL BiLL) 등 게스트 엠씨들의 활약도 볼만할 것이다. 게다가 에소테릭의 단독 프로듀싱까지 곁들여져 있다. 앨범은 일렉트릭 기타 리프가 인상적인 "Retrospects"로 포문을 연다. 그리고 EP [Speaking Real Words] 시절을 연상케 하는 "12th Chamber"와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인상적인 "I Hate Flying" 등 이들의 옛 모습에 가장 근접한 트랙이라 봐도 무방한 곡들과 에소테릭의 향상된 프로듀싱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Aneurysm", 일 빌, 비니 패즈(Vinnie Paz), 그리고 올해 새 앨범을 발매한 리프 더 로스트 커즈(Reef The Lost Cauze)가 펼치는 랩 대결과 박진감 넘치는 혼(horn) 비트의 적절한 조합이 이루어진 "Bare Knuckle Boxing" 등이 하이라이트를 이루며 이어진다. 최근 터매놀로지(Termanology)와 합작 앨범을 발매한 스태틱 실렉타(Statik Selectah)가 프로듀싱을 맡은 "The Most Rotten"처럼 석연찮은 느낌의 곡도 더러 존재하지만, 일단 화려한 밥상의 구색을 갖춘 것은 분명하다.

    가사 또한 재미의 요소가 충분하다. 첫 곡 "Retrospects"는 제목의 사전적 의미에 걸맞게, 지난날에 대한 회고를 주제로 삼았다. 열혈 배틀 엠씨 에소테릭 답지 않게 다소 차분한 랩으로 일관하는 "Aneurysm"의 비유는 또 어떠한가? 'EPMD were my Beatles, Big Daddy Kane was my Cobain, Wu-Tang was my Eagles...'와 같은 가사를 통해 우리는 그의 센스를 쉽게 캐치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The Handle"과 "I Hate Flying"은 스토리텔링에 충실한 곡이다. "The Handle"에서는 사닷 엑스(Sadat X)와 버스를 주고받으며, 농구에 대한 애정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I Hate Flying"을 통해 비행을 두려워하는 여행객을 콘셉트로 이야기를 전개하기도 한다. 이는 테러리스트의 관점을 다뤘던 2집 [Dangerous Connection]의 "Terrorist's Cell"과 대조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뚜껑을 열어 보니 상대적으로 이렇다 할 대외 활동을 전개하지 않았던 세븐엘에 대한 걱정은 기우였다. 하긴, 에소테릭이 눈에 띄는 활동을 이어왔던 4년의 세월 동안 세븐엘은 디제이 집단과 투어를 하는 등 나름대로 명맥을 이어 왔다고 하니, 특별히 걱정할 이유는 없었지만 말이다. 앨범은 전체적으로 꽤 괜찮은 모양새를 갖췄다. 몇몇 기대 이하의 비트와 짧은 러닝 타임 등의 걸림돌이 눈에 훤히 보이기에, 그들의 커리어를 통틀어 최고의 앨범이 되기엔 부족하지만, 세븐엘이 에소테릭과 가장 어울리는 프로듀서임을 증명하기에는 충분한 결과물이다. 또한,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앞으로 어떤 식으로 활동을 이어갈지에 대하여 머릴 맞대고 고민을 거듭하는 두 남자의 진지함이 담겨 있기도 하다. [1212]를 들어 보니 보스턴 랩 씬을 논하는 데에 '7L & Eso'라는 네임 밸류는 계속해서 유효함을 단언할 수 있겠다. 아직도 ‘Dope'한 것이 무엇인지를 놓고 고민하는 두 베테랑의 노력에 일단은 박수를 보내고 싶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양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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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a.s (2010-11-10 12:16:56, 175.113.194.***)
      2. 진짜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들의 랩은 저에겐 향수를 불러 일으키더군요.
        이런 사운드와 랩 좋아요.
      1. Archetype (2010-11-08 23:40:32, 118.220.177.***)
      2. No Shots에 대해 언급하셨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 리뷰였습니다. 잘 봤고요, 노 샷에서 드레잌, 위즈 칼리파, 와카플라카, 프레디 깁스언급한거 재밋었어요. 와카는 대놓고 까더군요 ㅋㅋ
      1. 7:58 (2010-11-08 13:54:18, 221.153.176.***)
      2. 들어보진 못했지만 앨붐 표지 디자인이 단순명료 한거시 멋지네용
      1. 예동 (2010-11-08 01:58:23, 121.130.120.***)
      2. 정말 재미있는 앨범이었습니다. 다채롭고 역동적이고 군데군데의 결점과 어느 순간의 빛나는 재치까지 없는게 없는 앨범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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