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Saigon - The Greatest Story Never Told
- rhythmer | 2011-02-21 | 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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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Saigon
Album: The Greatest Story Never Told
Released : 2011-02-15
Rating :
Reviewer : 예동현
햇수로 무려 6년 만이다. 그동안 이 앨범 하나를 두고 많은 일화가 쌓여갔다. 2005년 작업을 시작하여 2006년 말에 첫 싱글을 발표했지만, 2007년 6월, 사이공(Saigon)은 3년여간 작업해왔던 앨범이 애틀랜틱 레코드가 아닌 독립 레이블로 발매될 것 같다며 거듭된 딜레이에 불만을 표시했다. 그로 말미암은 저스트 블레이즈(Just Blaze) 사이의 불화와 화해에 이어 급기야 2007년 11월에 사이공은 아예 랩 게임을 포기했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결국, 사이공은 랩 게임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그가 이 앨범 하나에 쏟은 애정과 열정은 매우 컸고, 때문에 사이공은 더욱 본작에 집착하게 되었다. 그러나 앨범에 대한 소식이 뜸해짐과 동시에 팬들의 관심 역시 소원해졌고, 이 앨범은 곧 접하지 못할 미발표작의 리스트에 추가되는 듯했다. 앨범 타이틀이 그대로 예언이 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지난해, 독립 레이블을 통해 발매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더니 2011년 2월, 비로소 정식으로 이 앨범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결코 들어보지 못했던 위대한 이야기들이 오랜 시간을 거쳐 고대하던 청자들에게 들려지게 된 것이다.[The Greatest Story Never Told]는 사이공이라는 21세기에 부상한 가장 뛰어난 엠씨 가운데 한 명과 저스트 블레이즈라는 이미 전설의 위치에 오른 명 프로듀서의 결합만으로 다 설명할 수 없다. 그들을 둘러싼 수많은 기대와 집착, 아쉬움과 만족, 방해와 기다림의 시간을 포함한다. 예전에 공개되었던 곡 가운데 새로운 벌스(Verse)로 다시 태어난 “Come On Baby”와 오토튠 훅과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따르는 “Believe It”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2007년 버전과 다른 신곡들이다. “Pain In My Life”나 “Who Can Get Busy” 같은 훌륭한 곡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은 아쉽지만, 본작은 그 자체로 탁월하다.
사이공은 특유의 묵직한 목소리로 현란한 라임과 냉철하고도 풍부한 표현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저음의 목소리와 둔탁한 플로우에 비해 라임의 배치나 전체적인 흐름은 놀라울 만큼 유연하다. 그 덕에 그의 스토리텔링은 각각의 이야기마다 다양한 느낌을 전달하는데, 그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단연 “It’s Alight”과 “Believe It” 등이 포진한 앨범의 중•후반부이다. 아이를 키우기 위한 싱글 맘의 고난과 고통을 얘기하는 “It’s Alight”은 그 따뜻한 관심과 특별한 애정으로 말미암아 애틋한 이야기로 완성되었지만, 이후, 흘러나오는 소름 끼치도록 차가운 현실을 담은 “Oh Yeah(Our Babies)”과 교차되면서 독특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Believe It”은 아마 최근 몇 년간 나온 자전적 가사 중에 가장 우수한 결과물일 것이다. 그는 담담하게 불만을 토로하며 어려웠던 현실을 직시하고 믿음과 희망으로 시련을 극복할 것임을 선언한다. 이렇게 앨범 속 사이공의 모든 랩은 찬란하게 빛나며 최고의 리릭시스트 계보에 자신의 이름을 당당하게 추가할 것을 팬들에게 종용하는 듯하다.
프로덕션에 대한 찬사 또한 빠뜨릴 수 없을 것이다. 저스트 블레이즈는 메인스트림을 주름잡는 최정상의 감각을 발휘해 때로는 자극적이고 요란한 소리의 향연을 만들어내고 때로는 절제를 통해 이야기를 부각시키는 역할에 충실하다. 앨범 전반에 걸친 완급조절을 통해 벅와일드(Buckwild)나 칸예 웨스트(Kanye West), 스크램 존스(Scram Jones)같은 인물들의 다양한 질감과 스타일을 일관된 느낌으로 녹여내는 데 성공했으며, 쉬어가는 부분과 방점을 찍는 부분 모두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이룩했다. 전체적으로 메인스트림 취향의 하드코어 랩 앨범의 전형적인 구성을 취한 이 앨범은 대략 3개의 덩어리로 나누는 것이 가능하다. 웅장하고 역동적인 초반부와 긍정적이며 활기찬 중반부는 레이드 백(Laid-Back)한 분위기가 주를 이루는 후반부로 이어지며 음악과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가장 찬사받아야 할 부분은 저스트 블레이즈가 보여준 절제의 미덕이다. 주로 앨범의 한두 곡에 참여하며 해당 앨범의 하이라이트를 그리는 역할이었던 그의 과거를 떠올리면 더없이 만족스럽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증명하고자 과욕을 부리지 않았고 사이공이라는 엠씨를 존중하며 서포트하는 역할에 충실했다.
[The Greatest Story Never Told]는 완전무결한 걸작은 아니지만, 그 불가능함을 요구하는 이들에게 일말의 가책을 느끼게 할 만큼 뛰어나다. 본작에 대한 사이공의 자부심과 애착을 다른 앨범과 비교해가며 깎아내리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이 앨범은 사이공의 다음 앨범에 대한 기대치를 가혹할 수준으로 올려놓을 것이며, 더불어 차기작의 품질과 상관없이 스스로 의미를 가질 것이다. 본작은 그야말로 뮤지션의 열정과 애착이 팬들의 무한한 인내심과 결합하여 탄생한 산물이며, 힙합이라는 생태계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리릭시스트라는 종에 대한 희망의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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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환희 (2011-07-19 22:48:44, 180.65.192.*)
- 아 이거 어디서 받아야하는지 -_-
국내 음원사이트들은 전부 saigon 노래 없던데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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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iny Town (2011-03-02 21:23:08, 203.237.101.***)
- 솔직히 클래식 좋아 하시는 분들은 추천 합니다. 솔직히 앨범 좋던데
정말 이런 앨범들 많이 나왔으면...
다일레잇 피플이라던지 논픽션 아~ 지금도 즐겨 듣는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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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ub (2011-02-23 16:47:47, 175.196.17.**)
- 새로운 요소는 아니지만, 곡들이 연계되면서 한 흐름으로 흐르는 앨범 배치도 참 맘에 들었고요. 사이공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비트들을로 채운 점이 전 맘에 드네요. believe it, what the lovers do 같은 진중한 비트에 스토리텔링을 하는 모습이 가장 사이공 답다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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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chetype (2011-02-21 21:16:10, 180.68.52.***)
- 오히려 지금 같은 상황에 나와주니 리릭시스트에 굶주려 있는 팬들한테 큰 선물도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2번 트랙 큐팁 너무 좋아요 아 어깨넓으신 큐팁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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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파울 (2011-02-21 15:04:18, 112.164.230.***)
- Suburban Noize has been putting out qu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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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knownn (2011-02-21 14:13:23, 210.99.50.***)
- 정말 앙투라지에 출연할 때 나왔으면 확 떴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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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kohama PMX (2011-02-21 13:52:54, 119.71.174.***)
- 시기가 쫌 안좋았던거 같아요.좋은앨범이지만 한 2004년쯤에 나왔으면 정말 찬사를 받았을텐데..너무 전형적인 저스트 비트. 전 그 전형적인 비트를 넘 사랑하지만 ㅋㅋ 큐팁 목소리 하고 루더 반 드로스 형의 슈퍼스타 곡을 샘플한걸 들으니 반갑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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