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Corinne Bailey Rae
Album: The Love EP
Released : 2011-01-25
Rating : 
Reviewer: 오이









남편을 잃은 후 발표한 코린 베일리 래(Corinne Bailey Rae)의 두 번째 앨범 [The Sea]는 이미 그녀의 남편이 사망하기 이전부터 작업해 왔다 하더라도 앨범을 지배하고 있던 슬픔은 부정할 수 없었다. 데뷔 당시 대중이 받았던 파스텔 톤의 색감은 블루 톤으로 변하였고, 그마저도 팬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내며 다시금 그녀의 음악에 열광하게 하였다. 어떤 경험이 그녀를 흔들고 갔든 시간은 흐르고 남겨진 이들에게는 남겨진 이들이 해야 할 일들이 있는 것처럼 그녀 또한 [The Sea]를 통해 삶에 대해 적극적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올 초 발매된 EP는 그런 코린 베일리 래의 자기 치유의 한 방법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녀답게 완성되었다.
 
[The Love]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 앨범은 유명 뮤지션의 곡을 커버한 리메이크 앨범으로 총 5트랙을 담고 있다. 프린스(Prince), 밥 말리(Bob Marley),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등의 곡이 수록된 [The Love]는 기존의 곡들이 갖고 있는 느낌을 살리기 보다는 코린의 손을 거치면서 그저 노래방에서 노래를 따라부르는 수준의 저속한 리메이크가 아닌 저마다 하나의 다른 곡으로 ‘재탄생’되었다. 탄성을 자아낼 만큼 곡 사이를 메우는 그녀의 음악성은 이를 한 장의 '새 앨범'으로 남기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원곡이 주는 느낌은 거의 배제한 채, 완벽하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채운 이 앨범의 첫 곡은 프린스의 “I Wanna Be Your Lover”이다. 원곡이 주는 훵키한 비트를 훼손하지 않은 방식으로 풀어나간 곡이지만, 건조하면서도 나이브한 그녀의 보컬과 프린스의 훵크가 결합하여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특히, 이런 점은 밥 말리 원곡의 “Is This Love”에서도 잘 드러난다. 멜로디를 빼면 레게 사운드인 원곡의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시대의 흐름을 역행한 것 같은 클래식한 사운드 속에 스며든 밥 말리의 영혼이 그녀와 완벽하게 결합한 느낌이다. 사실 원곡만 한 리메이크 곡이 어디 있을까 싶긴 하지만, 그녀의 “Is This Love”는 적어도 원곡이 가진 저력을 잘 캐치해낸 곡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런 그녀의 재능은 마지막 곡인 “Que Sera Sera”에서도 도드라진다.

워싱턴에서 라이브를 그대로 담은 이 마지막 곡은 이번 앨범에서 가장 귀를 잡아끄는 곡으로, 마치 자신에게 주문을 거는 듯한 '케세라 세라'가 그녀를 비롯해 모든 이에게 주는 메시지처럼 느껴진다. 빈티지한 편곡이 돋보이는 어쿠스틱한 사운드는 기존의 멜로디 위에 새로운 멜로디로 씌우고 소울과 블루스가 공존하는 클래식한 사운드로 엮어 내며, 라이브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을 이어폰을 통해 그대로 전해준다. 이미 작년 한국 공연에서도 선보였던 곡이므로 그때 듣지 못한 이들의 아쉬움을 충분히 달래줄 수 있을 듯하다.

지금까지 그녀가 보여 주었던 하이브리드한 사운드는 이번 앨범을 통해서도 어김없이 등장하였으며, 이렇게 여러 장르의 곡들에서 받은 영감을 오롯이 자신의 그릇에 담아낼 수 있는 그녀의 재능은 예상했던 것 이상의 경험을 안겨주었다. 재능이 넘치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듣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짧아서 아쉬울 수도 있을 이번 EP [The Love]는 어쨌든 그녀에게도, 또 듣는 팬들에게도 충분히 그 역할을 수행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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