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Mistah F.A.B - I Found My Backpack
- rhythmer | 2011-03-04 | 1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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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Mistah F.A.B
Album: I Found My Backpack
Released: 2011-01-18
Rating:
Reviewer: 강일권
지난 90년대 중반, 지금은 고인이 된 베이 에어리어(Bay Area)의 전설 맥 드레(Mac Dre)와 현재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킥 다 스닉(Keak Da Sneak)을 주축으로 발족했던 하이피(Hyphy) 무브먼트는 독특한 동작과 춤, 그리고 유머와 허풍이 뒤섞인 행동 방식과 빠르게 진행되는 스타일의 랩/힙합 음악으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그만큼 웨스트코스트 힙합 씬에서 이들의 음악은 탄탄한 지지 기반을 쌓아왔다. 그러나 그들 고유의 생활 방식을 공감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러한 하이피 스타일의 힙합음악이 주는 감흥을 느끼기에는 베이 에어리어와 한국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너무나도 멀어 보였다. 그래서 여기 한동안 하이피 무브먼트의 중심에서 활약했던 미스타 팹(Mistah F.A.B)의 결과물은 내 가시권에서 멀리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앨범 [I Found My Backpack]은 미스타 팹과 그의 결과물에 대한 선입관을 완전히 뒤엎어 버렸다.일단 공식적으로 말하자면, 본작은 정규 앨범이 아닌 믹스테잎(Mixtape)이다. 그리고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온라인 음원으로는 정식 발매된) 신곡만을 담은 스트리트 앨범이며, 더 정확하게는 ‘잘 만든 정규 앨범이나 다름없는 믹스테잎’이다.
‘I Found My Backpack’이라는 앨범의 타이틀은 본작을 감상하는데 중요한 키워드다. 미스타 팹은 자신이 오랫동안 몸담았던 하이피 무브먼트에서 한발 물러나와 프리스타일 배틀 랩퍼로서 스트리트한 힙합과 성장해온 과거의 자신을 스스로 소환하여 음악적인 틀을 다시 잡았다. 그러므로 본작은 기존 하이피 무브먼트 진영의 음악과는 전혀 다른 감흥을 선사한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역시 미스타 팹의 랩퍼로서 역량이다. 음악적인 방향을 바꾸면서 이전보다 확실히 그의 랩 스킬과 가사가 수면으로 부상하는 느낌이다. 그는 오랜 고민 끝에 새로운 길을 가고자 선택한 자신의 의지와 그에 따른 비난에 대한 걱정을 동시에 담은 첫 곡 “Blame Me”부터 전통적인 힙합에 대한 강한 애정을 담은 “Hip Hop”, “Boom Bap” 등의 트랙을 거쳐 현실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을 적당한 유머를 섞어 표현한 마지막 트랙 “Life’s A Bitch”까지 시종일관 준수한 딜리버리를 선사한다. 스킬적으로도 팹은 공격적인 플로우로 배틀 랩퍼로서 본성을 드러내다가도 적재적소에 라임을 박아 넣으며, 여유로운 플로우로 베테랑의 면모를 과시한다.
본작의 가장 큰 미덕이 미스타 팹의 재발견이라면, 본작의 가치를 믹스테잎에서 정규 앨범과 다를 바 없는 지점으로 격상시키는 건 프로덕션이다. 쭉 팹과 호흡을 맞췄던 포커 비츠(Poker Beats)를 비롯하여 가렛 브라운(Garett Brown), 이크재틀(Ekzaktl) 등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이름의 프로듀서들과 제이크 원(Jake One), 일마인드(Illmind), 다 비즈니스(Tha Bizness) 등 오버와 언더를 넘나드는 프로듀서들이 한데 어우러져서 다양한 스타일이 담겼으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은 앨범이 탄생했다. 특히, 서던 힙합에서 주로 쓰이는 쪼개진 리듬 파트 위에 신시사이저와 일렉 기타 리프로 멜로디컬한 라인을 겹겹이 쌓아 올린 “What’s Going On”, 건조한 드럼과 적당히 긴장감을 유지하는 건반 루핑이 매우 중독적인 “Thank You”, 원초적이고 빈티지한 비트로 벌스를 주도하다가 서정적인 신시사이저 멜로디 라인과 무차별 스크래칭의 아이러니한 조화로 후렴구를 조지는 “Boom Bap”, 리듬 파트의 매력을 극대화시킨 “My Environment” 등의 트랙은 앨범의 백미다.
지난 2007년 미스타 팹은 그의 재능을 알아본 애틀랜틱 레코즈와 계약하고 메이저 레이블에서 데뷔작 [Da Yellow Bus Rydah] 작업을 완료했지만, 발매가 계속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어쩌면, 본작은 그것에 대한 스스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작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번 (앨범이라 부르고 싶은) 믹스테잎은 그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기에 충분하다. 베테랑의 진가를 이제서야 알아본 나 자신을 자책하며 이 앨범을 여러분에게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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