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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Reks - R.E.K.S.(Rhythmatic Eternal King Supreme)
    rhythmer | 2011-03-28 | 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Reks
    Album: R.E.K.S.(Rhythmatic Eternal King Supreme)
    Released: 2011-03-08
    Rating: 
    Reviewer: 이병주









    (음악적 성취와는 무관하게) 고유한 스타일이나 음악적인 방향의 꾸준한 변화, 혹은 파격적인 변화를 가져가는 뮤지션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만의 것을 묵묵히 지켜가며 고집하는 뮤지션들이 있다. 최근처럼 과감한 변화를 꾀하는 뮤지션들이 많은 때일수록 후자에 속하는 뮤지션들의 작업물에 목말라하게 된다. 분명히 트렌디한 힙합도 좋고 탈힙합 움직임에 기반을 둔 블랙 뮤직도 좋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처음 나를 힙합과 사랑에 빠지게 했던 음악들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매번 90년대 골든 에라를 언급하며 그때의 음악을 그리워하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지금의 힙합과는 또 달랐던 그 고유한 매력을 추억하며….

    스트리트 앨범을 제외한 렉스(Reks)의 세 번째 정규 앨범 [R.E.K.S. (Rhythmatic Eternal King Supreme)]는 앞서 언급한 바로 그 매력을 갖춘 앨범이다. 무엇보다 앨범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화려한 프로듀서 진만 보더라도 팬들의 심장을 뛰게 한다. [Along Came The Chosen], [Grey Hairs]와 같은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무게 있는 그의 랩이 이 프로듀서들과 어떤 조합을 이루고 있을지에 대한 기대를 가득 품게끔 하고, 앨범을 플레이시키고 나면 기대한 만큼의 감동에 몸을 내맡기게 된다.

    앨범의 포문은 전작에서도 함께 호흡을 맞춰 좋은 효과를 냈던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가 함께한 “25th Hour”가 연다. 프리모 특유의 쥐었다 풀었다 하는 긴장감 있는 샘플링 프로덕션이 빛을 발하는 가운데 여느 트랙보다 라임을 더욱 빽빽이 수놓은 렉스의 랩이 휘몰아친다. 옷 한 번 안 갈아입고 찍은 뮤직비디오만큼이나 음악 자체도 언더그라운드 힙합 넘버다운 맛이 가득 느껴진다. 간결한 건반 코드 플레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음원들이 치고 빠지는 샤 머니 엑스엘(Sha Money XL) 프로듀싱의 “Face Off”도 인상적이며, 무디고 루즈하며 언뜻 신경 안 쓴 것 같으면서도 매번 특유의 느낌을 담아내는 하이텍(Hi-Tek)의 트랙 “U Know”에서 프리웨이(Freeway)와 함께 만들어내는 오묘한 조화도 꼽아볼 만하다. 전체적으로 프로듀서들이 각자의 베스트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 충분히 이름값은 해내고 있는 모습이다. 피트 락(Pete Rock)은 아무래도 아쉬웠지만.... 사실 무엇보다도 귀를 강하게 잡아끄는 트랙들은 그의 오랜 친구이자 동료로 데뷔 때부터 호흡을 맞춰온 스태틱 셀렉타(Statik Selektah)와 함께한 후반부 곡들이 아닐까 싶다. 단지 비트가 좋았다, 혹은 랩이 좋았다를 떠나서, 대부분 업비트에 서정적인 피아노 샘플링이 얹힌 비트와 타이트하게 달려 나가는 렉스의 래핑 간 조화가 그야말로 대단하다.

    비트뿐만 아니라 렉스의 랩도 메시지 있는 가사를 바탕으로 훌륭한 경쟁력을 뽐낸다. 아니, 사실 훌륭하다는 단순한 한마디 말 이상이다. 다소 루즈하고 여유로운 스타일의 플로우가 득세하는 메인스트림 씬의 그것과 달리 그야말로 언더그라운드다운 느낌과 패기가 느껴지는 래핑이 앨범을 가득 메우고 있다. 가사에서 본인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하게 풀어놓는 것은 물론이고, 여러 견해를 과감하게 펼치는데, 흑인들의 모습과 문화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으며, (치장할) 마스카라는 필요 없다고 외치는 “Mascara (The Ugly Truth)”와 같은 곡은 가장 인상적인 지점이다. 물론, 중반부의 일부 곡에서 느껴지는 플로우의 단조로움이나 그다지 캐치하거나 임팩트있게 다가오지 않는 일부 후크 메이킹 등에서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더 많은 장점에 비하면 그야말로 작은 흠결일 뿐이다.

    의미 있는 가사와 전통적인 힙합 작법을 고수하는 명 프로듀서들의 비트가 함께 호흡하는 렉스의 이번 음반은 분명히 힙합 본연의 향취를 멋지게 살려낸 지금 시대의 또 다른 명작 중 하나로 꼽아볼 만하다. 누군가에게는 상당히 지루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점점 더 트렌드에 발맞춰 가는 뮤지션들만이 늘어나는 요즘과 같은 때에 더욱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듣는 내내 과거의 명반들이 머릿속에 오버랩되어 지나가는 것이 비단 필자뿐만 아닐 것이라 믿는다. 힙합과 첫사랑이라는 그 아련한 감정에 불을 지피는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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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ordupdope (2011-04-07 13:22:51, 114.70.53.*)
      2. 아직 25th hour밖에 안들어봤지만 정말 좋더군요.
      1. 조호재 (2011-04-07 09:03:40, 203.247.149.*)
      2. 개인적으로 첫 싱글인 25th hours를 듣고, 꽤나 괜찮겠구나 생각했었는데...
        왠걸... 앨범을 들어보니, 25th hours를 능가하는 곡들이 다수 포진해 있더군요.

        간만에 진짜 좋게 들은 앨범입니다.

        * 그나저나, 믹스테잎 느낌의 자켓커버는 제발... ㅡ.ㅡ
      1. 아이튠즈 (2011-03-29 01:44:00, 121.144.109.***)
      2. 피트락 피트스트르멘탈스 정말 덜덜덜 했는데...

        군시절 웨이브로 추출해서 3세대 아이팟 클래식에 밤마다 필청 했는데.

        소울서바이버인감? 비트제네레이션 시리즈도 피트락꺼 괜찮았던 기억이...

        천재라고 일컬어 지던 모든 프로듀서들도 항상 빨딱 쓰는것(위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1. Datskat (2011-03-28 22:07:27, 180.66.24.***)
      2. 랩 잘하더군요
        아 근데 핏롹은 진짜 이게 뭐야싶게 후졌어요ㅠ
      1. unknownn (2011-03-28 21:50:59, 112.154.228.**)
      2. 아직 못 들어봤는데, 무지 기대되는군요...
      1. Eddie. J (2011-03-28 11:47:18, 14.35.209.***)
      2. 이 앨범 괜찮턴데 미쿡 아이튠 챠트에선 그저그래서;;;
        개인적으론 잘듣구 다님
      1. coogee (2011-03-28 07:58:53, 112.170.4.***)
      2. 기대 많이하고 있던 앨범인데 평이 좋아서 다행이네요. 얼른 구입해서 들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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