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Wiz Khalifa - Rolling Papers
- rhythmer | 2011-04-06 | 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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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Wiz Khalifa
Album: Rolling Papers
Released: 2011-03-29
Rating:
Reviewer: 예동현
분명히 지금은 위즈 칼리파(Wiz Khalifa)의 시간이다. 그는 탁월한 실력과 매력적인 캐릭터를 가진 수많은 MC 가운데 한 명이었지만, 근래 그에게는 좀 더 특별한 행운이 덧붙여졌다. 걸작 믹스테잎 [Kush & OJ]로 큰 주목을 이끌어내긴 했지만, 메가 히트곡 “Black & Yellow”의 역사적이라고 표현할만한 성공은 때마침 승승장구한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활약과 종합차트에서 잠깐의 권력 공백, 그리고 새로운 스타를 갈망하는 랩 씬의 소망이 겹쳐지지 않았다면 어찌 되었을지 아무도 모른다. 물론, 이런 외적인 요소들로 이 싱글의 거대한 성공에서 위즈 칼리파의 공을 평가절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독립 배급으로 시작한 이 곡이 메인스트림의 프로모션도 없이, 차트 상위권에서 롱런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훌륭한 완성도와 스스로 훌륭함을 특별함으로 이끈 위즈의 빛나는 재능임이 틀림없으니까.그러나 아쉽게도 위즈 칼리파의 메이저 데뷔 앨범 [Rolling Papers]는 많은 하드코어 힙합 팬들을 실망시킬 것이다. 특히, 그의 언더그라운드 시절 앨범들을 기억하는 팬이라면 더더욱. 비슷한 성격을 지닌 친구 커런씨(Curren$y)가 메인스트림의 큰 압박과 지나친 간섭에 다시금 인디 씬으로 돌아온 것을 생각해보면, 그는 정반대의 행보를 내디딘 셈이다. 물론, 커런씨보다 위즈의 음악이 예나 지금이나 조금 더 다채롭고 여유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앨범은 너무 가볍고 거의 모든 곡들이 아이튠-셀러이자 차트 퍼포머용 싱글처럼 들린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앨범의 미덕 또한, 바로 이러한 문제점과 같은 지점에서 출발한다. 이 앨범은 최근 6개월 이내에 내가 들어본 가장 훌륭한 이지-리스닝 앨범이다. 제법 노골적이긴 하지만, 이 앨범에서 위즈는 성공에 대한 욕망 때문에 너무 거창한 것을 시도하지는 않았다. 적절한 절제 덕분에 이 앨범은 전혀 부담 없이 들을 수 있고 배경음악이 필요한 간단한 모임에서 주변의 거부감을 사지 않고 분위기를 편안하게 할만한 몇 안 되는 랩 앨범이다. 싱글들의 면면도 뛰어난 편이다. “Black & Yellow”는 거론할 필요가 없는 최고의 싱글이며, “On My Level” 역시 위즈 커리어 최고의 자기과시 곡이다. 팝과 록이 적절하게 뒤섞인 “Fly Solo” 역시 앨범 전체에서 약간의 무게중심만 받쳐주었다면 크게 부각될만한 싱글 컷 후보 가운데 하나다. 커런씨와 호흡을 맞춘 “Rooftops”은 사운드 면에서 그나마 과거의 그와 가장 가까우면서도 탄탄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곡이다.
이렇듯 각각 싱글은 따로 보면 훌륭하지만, 정작 이 곡들이 모인 본작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우선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트랙이 없어서 모든 곡이 붕 떠있다. 엄청난 히트앨범이라도 대부분 싱글 히트곡은 잘해야 5곡 정도이며, 나머지는 에어플레이에 의존해 반응을 살피게 된다. 잘 팔리는 앨범은 첫 싱글과 후속 싱글 사이의 빈 공간을 충분히 메워주는 곡들을 담고 있다. 앨범이 한 덩어리처럼 느껴지지 않으면 앨범 자체의 매력은 반감하고 그 안의 트랙들 또한 원래의 개성을 표현하지 못한다. 이 앨범은 그 이음매 역할을 할 트랙들이 부족하거나 약하고 모호하다. 각각 트랙에서 때로는 절제하고 때로는 과감하게 능란한 컨트롤을 보인 위즈는 앨범 전체의 사운드를 정리하고 감독함에서 욕심을 부리고 큰 그림을 제대로 짜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그 때문에 그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인 독창성마저 훼손되었다. 앨범의 과도한 팝 사운드는 그의 음악이 드레이크(Drake)와 비오비(B.o.B.)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느끼게 할 정도다. 물론, 전체적인 가사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앨범이 주는 이미지가 그러하다는 말이다. 위즈에 대해 충분히 인지한 팬이라면 그가 복잡한 라임 기교와 사회적으로 거창한 주제를 주로 다루는 MC가 아님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위즈는 그가 잘 다루는 한정적인 주제 안에서도 충분히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절묘한 재치로 포장하는 것에 능숙하다. 사실 본작에서 이 점은 별다른 결함 없이 가벼운 사운드에 잘 맞물려 돌아가지만, 이전처럼 뭔가 특유의 독특한 카리스마를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앨범에 대한 내 감상과는 별개로 [Rolling Papers]는 아마도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갈 것이고, 그는 새로운 랩 스타로 등극할 것이다. 나는 부디 위즈 칼리파가 새로운 랩 슈퍼스타가 되어 그의 출중한 재능을 더욱 큰 무대에서 오랫동안 발휘했으면 한다. 그에게 또 다른 [Kush & OJ]나 [Show And Prove]를 원하지 않는다. 그 말은 미래에 또 하나의 [Rolling Papers]를 원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스스로 “The Race”에서 밝혔듯이 새로운 것도 낡은 것도 아닌 위즈의 것을 들려주길 원한다. 거듭 말하지만, 위즈 칼리파는 대단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재능이라는 씨앗은 관심을 통해 그 꽃을 피우는데, 위즈에겐 지금이 바로 그 꽃을 피울 시기일 것이다. 그리고 보통 관심은 재능보다 빨리 소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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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izzy (2012-08-18 19:27:19, 211.108.46.***)
- 정말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무난한 앨범이지만..
트랙들이 너무 비슷비슷한 느낌이고 가사도 별로고
무엇보다 위즈 자신이 이번 앨범이 너무 상업적이라 미안하다고 사과했다죠ㅎㅎ
그래도 가볍게 즐기며 듣기는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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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훈 (2011-12-27 15:14:39, 67.175.221.**)
- burn after rolling, star power 에 비하면, 오히려 너무 가벼움. grow season 까지..
그래도 첫째 트랙은 인트로 때메 들어주는 것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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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y11987 (2011-04-07 21:57:08, 116.41.170.**)
- 괜찮은앨범이기는한데..너무 가볍고 Kush & OJ 보다는 많이 실망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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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lent (2011-04-07 18:31:20, 125.179.219.*)
- 실망... 앨범은 별로 듣기 좋은편은 아니였는데...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트랙이 없다는데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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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die. J (2011-04-06 11:17:25, 14.35.210.***)
- 언더때 앨범& 메인 엘범 다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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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ace (2011-04-06 09:48:02, 175.213.106.**)
- 전 정말 좋게 들었어요
Wiz만이 낼 수 있는 앨범의 느낌을 잘 살렸어요
최근 앨범들 중 단연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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