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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Ill Bill & Vinnie Paz - Heavy Metal Kings
    rhythmer | 2011-05-06 | 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Ill Bill & Vinnie Paz
    Album: Heavy Metal Kings
    Released: 2011-04-05
    Rating: 
    Reviewer: 양지훈









    일 빌(Ill Bill)과 비니 패즈(Vinnie Paz)는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에서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는 '거물'로 통한다. 일 빌은 논 픽션(Non Phixion, 현재 이 팀명은 정식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과 라 코카 노스트라(La Coka Nostra)의 주축이고, 비니 패즈는 제다이 마인드 트릭스(Jedi Mind Tricks)의 MC이자 아미 오브 더 패로우(Army of the Pharaohs) 패거리의 리더이다. 둘의 공동 작업이 처음으로 이루어진 것은 2006년, 제다이 마인드 트릭스의 앨범에 수록된 싱글 "Heavy Metal Kings"를 통해서였다. 위에 언급한 각 진영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두 래퍼의 합작품은 익숙한 샘플을 활용한 웅장한 비트와 그에 걸맞은 랩으로 리드 싱글의 역할을 해냈고, 결국, [Servants in Heaven, Kings in Hell]의 대표곡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이후, 각자의 위치에서 왕성하게 움직이던 두 간판스타가 다시금 의기투합하여 합작 앨범을 만들기로 했고, 싱글 "Heavy Metal Kings"를 발매한지 5년이 지난 2011년, 영광을 함께한 동명의 앨범으로 나타났다.

    프로젝트 앨범 [Heavy Metal Kings]에서 그들은 기존부터 갖고 있었던 이미지를 고수한다. 테러(terror), 살인(murder) 등 폭력적인 내용의 가사로 중무장하여 전투에 임하는 군인을 방불케 한다. 여기에 빠른 BPM의 비트까지 무차별하게 더해져 이를 접하는 혹자는 현기증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오랫동안 두 래퍼를 바라본 청자라면 이러한 분위기가 그리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비니 패즈의 정직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라이밍과 걸걸한 목소리, 그리고 일 빌의 속사포 같은 랩이 괜찮은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Kill Devil Hills] 앨범에서 일 빌과 함께했던 디제이 먹스(DJ Muggs), 비니 패즈의 레이블에 속해 있는 씨-랜스(C-Lance)를 비롯한 두 래퍼의 측근들이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지독하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만큼 폭력적이고 자기 과시적인 가사 속에서 앨범을 빛내는 트랙이 몇몇 존재한다. "Blood Meridian"은 비트와 가사, 뮤직비디오까지 모두 한 편의 호러 무비를 연상케 하며, "King Diamond"와 "The Vice of Killing"으로 이어지는 중반부가 특히 압권이다. "The Vice of Killing"에서 캐치할 수 있는 일 빌의 숨 쉴 틈 없는 랩은 그가 어떤 면에서 인정받고 있느냐는 물음에 대한 모범답안이라 봐도 무리가 없다. 큐-유니크(Q-Unique), 리프 더 로스트 커즈(Reef the Lost Cauze) 등 주인공 못잖은 실력을 자랑하는 게스트들의 적절한 지원도 놓치기 아까운 대목이다. 주객전도의 우를 범하지 않는 선에서 자신들이 해야 할 몫을 해내는 이들의 모습은 정말 멋지다.

    아쉬운 것은 극도로 한정된 스타일과 궁합이 맞지 않는 스크래칭이다. 우선 이렇게 하나의 큰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 가사와 비트를 취한 앨범은 분위기를 바꿀만한 전환점이 이따금씩 필요한데, 안타깝게도 [Heavy Metal Kings]는 앞만 보고 달려가는 앨범에 가깝다. 듣는 이가 지치기 쉬운 하드코어 힙합 앨범이라면, 전환점의 필요성이 더더욱 클 터인데, "Children of God" 정도의 트랙을 제외하고는 그러한 장치가 없다. 중간 중간에 그 흔한 인터루드(interlude) 트랙이라도 넣어 호흡을 고를 수 있는 여유를 두었다면, 좀 더 괜찮은 구성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또한, "The Crown Is Mine" 등 몇몇 트랙에서 접하게 되는 스크래칭이 비트에 파묻히는 경향이 있는데, 이 역시 결점으로 남는다.

    우리는 괜찮은 투 MC 포맷을 재확인하게 되었지만, 아쉽게도 앨범은 완벽하지 못하다. 단언컨대, 그들의 전작-[Kill Devil Hills]와 [Season of the Assassin]-의 완성도에 미치지 못하는 앨범이다. 다시 말하자면, [Heavy Metal Kings]는 테러리스트를 자청하는 두 래퍼의 랩이 과연 타이틀처럼 그들을 언더그라운드의 왕으로 군림케 하는 무기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확고한 답변이 되기에는 조금 부족한 앨범이라는 것이다. 물론, 두 거물의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말이다. 양대 진영의 대표 격인 인물 간의 프로젝트라는 것만으로도 언더그라운드 마니아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하지만, [Heavy Metal Kings]는 청자를 쉽게 지치게 만드는 앨범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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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esslit (2011-11-29 09:54:58, 14.39.234.*)
      2. 그래도 전 상당히 좋게 들었는데 말이죠
        하지만 확실히 바쁘긴한 앨범///
      1. diamond (2011-05-06 09:47:35, 216.114.194.***)
      2. 커버가 왠지 브록 레스너 배낀것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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