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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Tyler the Creator - Goblin
    rhythmer | 2011-05-14 | 2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Tyler the Creator  
    Album: Goblin
    Released: 2011-05-10
    Rating: 
    Reviewer: 남성훈








    I created O.F. cause I feel we're more talented than 40 year old rappers talking about Gucci
    난 구찌에 대해 말하는 늙은 40살 먹은 래퍼보다 우리가 더 재능 있다고 생각해서 O.F.(오드퓨처)를 만들었다. – “Bastard” 중

    화제의 OFWGKTA (Odd Future Wolf Gang Kill Them All, 이하 '오드퓨처')가 어떤 연유로 탄생한 것인지는 타일러(Tyler the Creator)의 데뷔앨범 [Bastard](2010)를 여는 "Bastard"의 가사 한 줄에 모두 담겨 있다. '내가 더 재능 있다.'는 이 젊은 문화집단의 객기는 보통의 경우처럼 '네가 하는 것보다 더 잘하겠다.'는 자신감이 아니라, 반대로 '지금의 것들은 나를 만족하게 하기엔 너무 구리다.'라는 혐오 섞인 거부와 역행의 의사가 담겨 있다. 그런데 오드퓨처는 흥미롭게도 사업방향에서는 자신들이 표방하는 것처럼 주류힙합을 역행하지 않는다. 대중의 이상 열기까지 꿰뚫으며 성공을 예측하는 굉장한 자신감이다. 오드퓨처의 10대들은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어, 너무 잘 표현할 수 있는, 나아가 쉽고 빠르게 그것들을 전파시킬 수 있는 온라인 네트워킹 세대가 만들어낸 산물이다. 그리고 이들은 이런 세대들의 특징으로서 일반적으로 회자되는 것처럼 진정성과 경험의 부재라는 함정을 가지고 있다. 타일러의 데뷔작 [Bastard]는 자신의 내면을 깊숙이 후벼 파는 픽션으로 이 함정들을 영리하게 피해 갔었다.

    분명히 괜찮은 앨범이었지만, [Bastard]가 10대들이 으레 품는 혼란과 망상을 그럴듯하게 포장한 덕분에 일정 부분 과대평가 되었다는 생각도 그 지점에서 생겨난다. 타일러의 프로덕션 자체도 과연 앨범의 분위기를 규정하는 기능적인 장치 이상의, 혹은 기술적인 완성도로서 제대로 평가를 받은 적이 있었는가 하는 의문도 생긴다. 오드퓨처의 홈페이지에서 받을 수 있는 다수의 공개앨범 역시 크게 보면 같은 불안요소를 갖고 있다. 그래서 오드퓨처를 대표하는 타일러의 첫 상업앨범인 [Goblin]은 증명해야 할 것이 많다.

    I'm not a fucking role model (I know this) I'm a 19 year old fucking emotional coaster with pipe dreams 나는 롤모델은 아니야 (나도 알아), 나는 감정 기복이 심한 망상에 빠진 19살일 뿐이지 / I hate my fucking life, but when I make that announcement My hero calls my phone, just to put that in doubt then Then I am confused if I want in or just out 난 내 빌어먹을 인생이 싫어, 하지만 내가 그걸 말하면, 믿기 어렵지만 내 영웅이 나에게 전화해, 그러면 난 내가 정말 이 게임에 들어가고 싶어하는지 나가고 싶어하는지 헷갈려 – “Goblin” 중
     
    타일러는 [Goblin]의 인트로인 "Goblin"에서 자신의 존재를 그대로 드러내며 진정성의 부재를 정면돌파한다. 7분간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인 Dr. TC에게 쏟아내는 자기 고백은 갑작스러운 유명세를 겪고 있는 10대 소년의 혼란과 불안, 자기혐오를 포함한다. 유명세를 부른 기이함과 공포를 유지하면서 자신은 아직 여린 10대임을 강조하며 애처로움을 끌어내는 "Goblin"은 타일러가 그의 말대로 대단한 역설가임을 보여준다. 정치적으로 결코 올바르지 않았던 서부활극을 유행시킨 극단의 리더였던 전설적인 버팔로빌(Buffalo Bill)의 얼굴을 커버로 내건 것도 의미심장하다. 앨범의 마지막, 같은 상황에서, 분노를 통해 그야말로 괴물이 되어버린 자신과 현실을 받아들이는 "Golden"은 "Goblin"과의 사이를 일종의 서사로 탈바꿈시키며 앨범을 하나의 마감된 극으로 만들어버린다. 친구들과 재미를 위해 시작한 일이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커지고 감당하기 어려운 관심과 기대로 가득 찬 순간 여전히 10대인 리더가 겪는 혼란과 그 때문에 만들어진 괴물의 존재가 드러날 때 청자가 느끼는 감정은 묘한 죄책감에 가깝다.

    충격적인 비디오로 타일러를 일약 스타로 만든 “Yonkers”, 동료이자 친구인 얼(Earl)과 함께했던 “Pidgeons”에서 따온 ‘Kill people, burn shit, fuck school’란 구절이 여전히 인상적인 “Radicals” 등이 앨범에 생명력을 더 하는 것도 이 틀 안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Fuck school’이라던지, 부모에 의해 감옥이 아닌 청소년 재활시설에 들어간 친구를 위해 “Free Earl”을 외칠 때는 10대의 세계가 만들어내는 공포가 귀여움 혹은 측은함과 만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She”, “Transylvania”, “Her”, “Analog”에서 이성을 다루는 방식도 익숙하지 않음에서 오는 소심한 청소년의 상상 속 분노를 떠오르게 한다. 물론 타일러의 랩은 단 한 순간도 유치하게 들리지 않고,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 “Yonkers”, “Nightmare”, “Sandwitches” 등에서 한 번씩 타일러가 제공할 수 있는 희열을 극을 만들어 내는 것도 물론이다. 의미심장한 단어들로 잘 짜인 라임을 구성하고 리듬을 타는 능력은 깊은 울림의 목소리와 만나 앨범 내내 그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사실 전작 [Bastard]에서 [Goblin]으로 넘어오면서 변화한 것은 랩보다도 프로덕션이다. 타일러는 평소 동경해왔던 넵튠스(The Neptunes)의 프로덕션에 영향 받았음을 앨범 전체를 통해 숨기지 않는다. 특히 “She”, “Nightmare”는 [The Neptunes presents… Clones](2003)를 발표하던 전성기 시절의 넵튠사운드를 노골적으로 참고했다. 실제로 넵튠스를 만났을 때 마치 신을 만난 것 같다고 밝혔던 타일러였기에 일종의 경배로 이해하는 것이 편할 것이다. (신성모독의 가사를 많이 사용하는 타일러이기에 재미있다.) 논쟁의 여지는 있겠지만, 타일러는 청자가 쉽게 이러한 부분을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로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명료해지고 깊어진 사운드는 그의 첫 상업앨범의 면모를 갖추는데도 도움이 되었다. [Bastard]의 아마추어리즘은 확실히 벗어났지만, 같은 이유로 [Goblin]의 프로덕션이 타일러 사운드의 완성형인지는 두고 볼 필요가 있겠다.

    음악 외적으로도 앨범 자체의 완성도에서도 [Goblin]은 성공적이다. 타일러는 일반의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고, 대중문화, B급 문화, 그리고 인터넷의 소용돌이 속에서 탄생한 어린 예술가를 대변한다. 혼란과 분노를 거치며 자신의 내면을 끝까지 파헤쳐 드러내는 뚝심은 사회에 의해 억압당하는 10대들이 표현하지 못했던 숨겨진 공간을 펼쳐낸다. 타일러에게 그리고 오드퓨처에게 가장 위험한 요소는 그들의 나이다. 타일러와 오드퓨처의 파격적인 언행과 결과물은 사회의 통념과 대치되는 것과는 별개로 순수함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몇 년 후 그들이 지금의 작품들을 어린 시절의 일기를 꺼내보듯 민망하게 느끼거나, 억지로 이어가려는 순간 무너져 내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Goblin]은 ‘OFWGKTA’란 문화집단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느냐와는 상관없이 대중이 적극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장르 음악의 범위를 넓힌, 두고두고 회자하는 시대의 앨범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10대들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놀랍고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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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누에군 (2011-05-16 13:36:56, 203.249.71.***)
      2. 이친구들이 요즘 대세네요.
        깔끔하고 명쾌한 리뷰 잘 읽었습니다
      1. diamond (2011-05-16 12:15:48, 216.114.194.***)
      2. 넵튠스를 신으로 여기고 그런거 등은 다 좋은데

        귀여운 표정은 짓지마라.......................
      1. ymin (2011-05-14 23:22:52, 180.224.183.***)
      2. 전 Bastard도 정말 좋게들었어요. 요즘 얘네들한테 푹빠져 살고있음.
      1. howhigh (2011-05-14 11:25:34, 124.54.125.**)
      2. 문제적 집단의 수장의 천재적 앨범이라고 해야되나...

        OFWGKTA가 어떤 위치에 올라설지, 결과물을 내놓을지 모르겠지만
        평단에서 평가받는거나 대중들의 호응을 보면 타일러가 그 시작점을 아주 잘끊어준것
        같은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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