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Robot Koch & John Robinson – Robot Robinson
- rhythmer | 2011-05-19 | 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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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Robot Koch & John Robinson
Album: Robot Robinson
Released: 2011-04-05
Rating :
Reviewer: 황순욱
다국적 일렉트로니카 트리오 자쿠지(Jahcoozi)의 독일인 비트메이커 로봇 코흐(Robot Koch)와 미국 언더그라운드의 숨은 실력자 존 로빈슨(John Robinson)이 의기투합한 글로벌 프로젝트 [Robot Robinson]은 그들이 각자 쌓아온 커리어를 고스란히 반영하면서, 동시에 가장 합리적인 방식으로 서로의 접점을 찾은 작품이다. 두 뮤지션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각자의 음악적 호기심을 해결해왔다. 로봇 코흐는 자쿠지에서 견고한 비트메이커 역할에 이어 세리브럴 보르텍스(Cerebral Vortex)를 포함한 다양한 이들과 활발히 작업하며 일렉트로니카와 랩 음악의 조합을 실험해왔고, 존 로빈슨은 사이언즈 오브 라이프(Scienz Of Life)의 멤버로 활약하며 2000년대부터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실력을 뽐냈다. 특히, 로빈슨은 최근 론 카탈리스츠(Lone Catalysts)의 제이 롤스(J. Rawls)와 영국의 루이스 파커(Lewis Parker) 같은 이들과 합작으로 앨범을 제작하며 물오른 기량을 선보이는 중이었다. 두 뮤지션의 만남은 루이스 파커에 의해 이루어졌다. 파커와 함께한 앨범 [International Summers]로 영국에서 활동하던 로빈슨은 그의 소개로 로봇 코흐를 알게 되었고, 그렇게 시작한 서로에 대한 호기심은 이내 커플 사이로 발전했다.미래의 모습이 연상되는 정갈하고 날렵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에 힙합적인 질서를 부여한 일련의 곡들은 그 음색의 인위적인 속성에도 따뜻한 기운을 내비친다. 인트로 성격을 담은 “Introduction to RR”의 느릿한 싱코페이션과 섬세한 사운드 배열은 이런 앨범의 방향을 정확히 예고한다. 무중력에 가까운 동양적 음색의 악기(서구인들은 때때로 지극히 동양적인 것에서 신비로움을 느낀다)소리가 몇 가지 효과음과 로빈슨의 쉰 목소리와 어울리며 공상과학물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The Future”가 있고,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포부를 밝히는 “The Planet Is My Canvas”와 우주선을 수리하는 우주비행사가 된 기분의 “The Program”이 이어진다. 하이라이트는 비교적 빠른 비트의 “Keep on Dancing”에서 찾아온다. 우주공간에서 파티할 일이 생긴다면 나는 이 곡을 챙기겠다.
앨범에서 코흐의 비트가 아이덴티티의 상당 부분을 책임진 것은 맞지만, 로빈슨이 오랫동안 갈고 닦은 라이밍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Smorgasbord” 같은 트랙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사운드에 방향을 제시하며 곡을 지휘하는 것은 그의 탁월한 능력 덕분이다. 코흐가 상상력을 발휘해 만든 우주선 사운드에 로빈슨은 마치 익숙한 일인 듯 딱 맞는 라임을 써내려 갔고, 그렇게 8곡짜리 앨범이 완성되었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약해 온 두 뮤지션의 접점을 찾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코흐와 로빈슨은 상대에 대한 배려로 절충의 미덕을 깨닫고, 이처럼 유려한 음반을 완성했다. 이것은 낯설지 않은 익숙함과 상상력의 새로움을 동시에 껴안은 탁월한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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