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Raphael Saadiq - Stone Rollin'
- rhythmer | 2011-05-24 | 2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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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Raphael Saadiq
Album: Stone Rollin'
Released: 2011-05-10(Orginal: 2011-03-25)
Rating: +
Reviewer: 오이
이제는 특별히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장인 수준에 올라와 있는 라파엘 사딕(Raphael Saadiq)이지만, 예의상 간략히 소개하자면, 이렇다. 그는 베이스를 비롯한 여러 악기를 연주하는 플레이어이자 토니 토니 토니(Tony Toni Tone)와 루시 펄(Lucy Pearl)의 맴버였고 현재는 솔로 아티스트이며, 그 이전부터 프로듀서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종합 음악인이다. 초기 커리어에서 느낄 수 있듯이 당시 최신 유행인 뉴 잭 스윙(New Jack Swing) 같은 비트감 있는 곡들도 곧잘 해오던 그가 어느 순간부터 본격적인 빈티지 음악을 하기 시작했는데, 사실 이런 그의 복고풍 사랑은 토니 토니 토니 시절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모타운 사운드를 적잖이 차용하여 뉴 잭 스윙을 추구하던 와중에도 끊임없이 과거에 대한 향수를 끄집어냈는데, 그런 사딕의 복고풍 사랑은 이제 절정에 치달았다고 할만큼 100%에 가까운 순도를 자랑한다.이번 네 번째 솔로 앨범인 [Stone Rollin']은 이전보다 더욱 기계적인 사운드를 배제하고 완벽에 가까운 언플러그드함만으로 날 것 그대로를 담은 앨범이다. 곰팡내 날 정도로 오래된 복고풍 음악을 전면에 내세운 앨범이니만큼 언플러그드한 사운드를 선택하는 건 필연적이었을 텐데, 마치 오래된 LP판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자작거리는 보컬의 질감이나 창법, 당시 곡에 많이 쓰였던 박수 소리나 브라스 세션, 그리고 계속해서 몰아치고 반복적인 기타연주 등을 듣고 있으면, 흡사 과거의 녹음 현장을 떠올리게 하고 마치 옛날 앨범을 새롭게 리마스터링한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한다. 거기에 더하여 곳곳에 드러난 사딕 특유의 로맨틱한 멜로디 라인과 적절하게 긴장시키는 후렴구, 편곡 기법은 4,50년대를 표방하였으면서도 21세기적인 기술로 조율하여 마냥 시대착오적인 향수만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계속 클래식이란 키워드를 강조하던 그의 이번 앨범은 한마디로 로큰롤(Rock’n Roll)이라고도 정의할 수 있다.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나 척 베리(Chuck Berry), 리틀 리차드(Little Richard), 비틀즈(The Beatles) 등이 만들어낸 로큰롤 사운드를 바탕으로 좀 더 리드미컬하고 거친 기타 리프를 내세우며 전작 [The Way I See It]보다 더 레트로한 사운드를 완성했다. 그래서 어쩌면 다양한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사딕으로서는 로큰롤 사운드을 구현하는데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연 그대로 연출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그가 해왔던 음악과도 기술적인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으니 도리어 그의 장점을 가장 잘 살려줄 수 있는 음악을 마침내 찾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런 언플러그드 사운드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페달 스틸 기타(Pedal Steel Guitar) 연주자로 유명한 로버트 랜돌프(Robert Randolph)나 솔로 아티스트인 앰프 피들러(Amp Fiddler) 등 그와 궤를 함께하는 조력자들의 참여가 [Stone Rollin']을 더욱 윤기 있게 한다.
첫 곡인"Heart Attack"과 싱글로 발표되었던 “Radio”는 로큰롤 특유의 댄서블한 리듬을 당시의 흐름으로 완벽하게 재현한, 이번 앨범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낸 곡들이 아닐까 싶다. 망치를 두들기듯 끊어치는 기타 리프와 레트로한 질감으로 연출된 보컬스타일은 로큰롤이란 키워드를 가진 곡들답게 기타 스트링을 전면으로 부각시키며 당시 음악 공식에 최대한 가깝게 연출되었다. 생각 없이 듣고 있으면, 발매 시기를 착각하게 될 정도다. 그리고 이와 함께 앨범과 동명의 곡인 “Stone Rollin’” 역시 구슬프게 들리는 하모니카 소리를 시작으로 블루지하면서도 단조롭고 러프하게 흐르는 리듬이 마초적으로 입혀진 사딕의 창법과 만나 색다른 에너지를 느끼게 하는데, 이런 점은 넓게는 지미 핸드릭스(Jimi Hendrix)의 음악을 떠올리게 한다.
레이 찰스(Ray Charles)와 쟈니 캐시(Johnny Cash)에게 영감을 받아 만들게 되었다는 “Day Dreams”는 전형적인 가스펠적 로큰롤을 담고 있는 곡으로 로버트 랜돌프의 유연한 톤의 연주와 경쾌하고 리드미컬한 피아노, 박수 사이를 메우는 여성들의 코러스 라인이 교회 안 성가대의 모습을 그려지게 할 정도다. 이런 액자형식의 음악은 “Radio”에 이어 두 번째 싱글곡이기도 한 “Good Man”에서도 느낄 수 있다. 서사적인 가사와 도발적으로 깔린 여성의 빈티지한 훅, 그리고 전반적으로 다소 느슨하게 흐르는 악기 편성은, 21세기 적인 세련미까지 동시에 갖추어 시공간을 뛰어넘는 감흥을 선사한다. 뮤직비디오와 함께 가사를 생각하면서 듣는다면, 감상의 폭이 더욱 깊어질 듯하다.
마지막 트랙 “The Answer”는 진지한 가사에 어울리는 다소 웅장한 느낌의 사운드가 돋보이는 곡으로, 가사와 멜로디를 염두에 두고 사운드를 구성한 드럼 라인이 인상적인 곡이다. 장장 10여 분에 달하는 이 곡을 들을 때 한가지 주의할 점은 일찌감치 끝난 곡 때문에 성급하게 ‘스톱’ 버튼을 누르지 말기를. 자칫하면, 뒤를 따르는 히든 트랙을 듣지 못하고 넘어가게 될 테니 말이다. 살아 있는 전설 래리 그레이엄(Larry Graham)이 보컬로 참여한 마지막 히든 트랙 “The Perfect Storm”은 앞서 만들어진 음악들과는 다소 거리감 있는 전형적인 얼터너티브 소울 곡으로, 루시 펄 시절에나 들었을 법한 미디엄 템포 곡이다. 사실 이런 곡은 어떤 식의 구성을 하고 있느냐를 떠나서 사딕에게도, 올드스쿨을 사랑하는 팬들에게도 래리 그레이엄의 등장 그 자체만으로 가슴 벅찬 트랙이 아닐까 싶다.
[Stone Rollin']은 지금까지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레트로하며 클래시컬한 감성으로 만든 앨범이다. 현재까지 올드 스쿨에 대한 뮤지션들의 애정은 다양하게 표현됐다. 라파엘 사딕은 그 많은 무리 중에서도 우리가 믿어 의심치 않는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재현'에 '발전'의 의미를 이어 붙이는, 몇 안 되는 재능을 지닌 뮤지션임을 증명했다. 그래서 메이저 씬과 점점 멀어지는 그의 음악적 행보가 못내 아쉬우면서도 그의 무한 복고 사랑을 반길 수밖에 없는 것은 ‘재현’이라는 단어를 뛰어넘어 ‘클래식’이란 음악을 그 자체로 완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앨범 [Stone Rollin']은 고전을 취하면서도 가장 현대적인 앨범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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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sym (2015-07-01 19:14:56, 1.232.141.**)
- 오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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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래 (2011-06-13 22:14:41, 119.204.139.***)
- 글을 찬찬히 읽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여러개 들었는데..ㅠ-ㅠ 전 왜 다 좋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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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cks (2011-06-06 09:41:45, 124.216.213.***)
- 사딕쨔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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