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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Kool G Rap - Riches, Royalty & Respect
    rhythmer | 2011-06-02 | 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Kool G Rap
    Album: Riches, Royalty & Respect
    Released: 2011-05-17
    Rating : 
    Reviewer: 양지훈









    '80년대부터 '90년대 말까지 발매된 쿨 쥐 랩(Kool G Rap)의 앨범은 그야말로 걸작의 행진이었다. 말리 말(Marley Marl)의 조력 속에서 찬란하게 빛나던 "Poison", [4, 5, 6] 앨범에서 벅와일드(Buckwild)라는 걸출한 프로듀서를 통해 신기에 가까운 랩을 들을 수 있게 해주었던 "Blowin' up in the World"와 같은 곡은 나를 쿨 쥐 랩의 랩에 빠져들 수밖에 없게 만든 명곡이다. ‘마피아 랩(Mafioso Rap)’ 콘텐츠의 원조 격 인물이라는 점도 그를 힙합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로 각인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무엇보다 음절을 부드럽게 이어가며 마음먹은 대로 라이밍을 구사하는 'multi-syllabic rhyme'의 달인이라는 점이 쿨 쥐 랩의 진가다. 아마 힙합 리스너 대부분이 비슷한 연유로 그를 좋아하게 됐을 것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발매하는 앨범의 수는 줄어들었지만, 쿨 쥐 랩은 여전히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로 거리에 대한 생생한 묘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정점을 찍은 앨범은 정규 앨범이 아닌 믹스테잎(mixtape)이었다. '06년 디제이 후 키드(DJ Whoo Kid)와 만든 [Dead or Alive]는 그의 랩이 멋진 비트를 만났을 때 어떠한 결과물을 가져오는지를 증명해 주는 앨범이었다. 그래서인지, '08년의 EP [Half a Klip]을 듣고 느꼈던 실망감은 어느 때보다도 컸다. 얼마든지 더 좋은 앨범을 만들 수 있는 베테랑 래퍼가 이렇게 허약하기 짝이 없는 비트를 택하고 말년 병장 랩을 구사할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 말이다.

    3년이 지난 지금, 그는 실력이 모든 것을 증명해 주는 냉정하고 가혹한 현실을 재차 깨달았는지 잠시 주춤한 모습을 보였던 [Half a Klip]을 잊으라는 의미에서 새 앨범을 통해 심기일전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쿨 쥐 랩의 신작 [Riches, Royalty & Respect]는 균형 잡힌 프로덕션과 멋진 랩의 조화가 이루어진 수작이다. 데 라 소울(De La Soul)의 프로듀서 슈파 데이브(Supa Dave), 필라델피아의 프로덕션 듀오 레벨 13(Level 13)과 인서전시(Insurgency)처럼 어느 정도 인지도 있는 프로듀서와 리프 독(Leaf Dog)과 같이 잘 알려지지 않은 프로듀서까지도 한 데 불러 모아 매우 인상적인 스트리트 비트를 취합했는데, 그 과정이 무척 의외다. 쿨 쥐 랩은 마이스페이스,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하여 비트를 제공받았다. 쉽게 상상하기 힘든 그림이다. 뭐, 과정이야 어찌됐던 간에 그들은 큰 형님이 만족할만한 날 것의 느낌이 나는 비트를 다수 제공했다.

    랩의 운용에 있어서는 전반적으로 스피디함과 정제된 모습을 겸하는데, 혹자들은 ‘90년대의 신기에 가까운 랩을 찾아보기 힘들어 졌다고도 하지만, 그 사실에 결코 실망할 이유는 없다. 그가 내뱉는 벌스(verse)는 여전히 타이트하기 때문이다. 쿨 쥐 랩 특유의 '이음절어' 랩이 그리운 이들을 위해 초반부터 "Ya Chic Chose Me"라는 트랙이 준비되어 있으며, 말리 말과 피트 락(Pete Rock)의 명곡 시리즈 "Truly Yours"의 비트를 또 한 차례 활용하는 "$ Ova Bitches"에서의 랩도 그에 못지않다. "Going In", "In Too Deep" 등은 그의 차분한 랩에 빠져들게 만드는 곡들이며, 무료 다운로드 앨범 [Offer You Can't Refuse]에서 먼저 공개했던 "American Nightmare"는 알케미스트(Alchemist)의 비트와 쿨 쥐 랩의 궁합이 얼마나 조화로운지를 다시 한 번 느끼게끔 한다.

    'Guns and Drugs, Chicks, Mafioso Rap'으로 요약 가능한 가사의 주제는 변함이 없지만, 프로덕션의 변화는 전작과 180도 차별화가 이루어졌다. 그에게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던 '걸출한 랩을 뒷받침할 비트가 없다.'라는 말이 이번 앨범은 다시 예외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본 작은 쿨 쥐 랩이 가진 무기가 궁극의 스킬로 점철된 랩만이 아님을 보여주는 앨범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나쁘지 않은 비트, 훌륭한 스토리텔링,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라이밍까지 갖출 것은 다 갖췄다. 불혹을 넘긴 나이와는 무관하게 그는 아직도 거리를 묘사하는 이가 가져야 할 가장 적합한 목소리와 실력을 겸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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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함사장 (2011-08-14 18:44:09, 175.122.160.**)
      2. 으으 쿨쥐랩형님의 새 앨범 소식을 이제야 접하다니..

        오랜만에 이 형의 미친듯한 랩을 듣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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