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Tinie Tempah – Disc-Overy
- rhythmer | 2011-06-03 | 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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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Tinie Tempah
Album: Disc-Overy
Released: 2011-05-17
Rating :
Reviewer: 황순욱
지난해 영국에서 가장 핫한 신인이었던 타이니 템파(Tinie Tempah)의 앨범이 뒤늦게 미국에 도착했다. 본토의 각종 시상식에서 수많은 트로피를 거머쥐었고, 매체의 평가에서도 보란 듯이 긍정적인 평가를 획득했으니 의심의 눈초리를 흘릴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미국시장에서 영국 래퍼의 집입장벽은 높은 편이다. 개러지 프로젝트 더 스트리츠(The Streets)나 디지 라스칼(Dizzee Rascal)같은 뮤지션들이 충분한 음악적 역량을 보이긴 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공케이스로 남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타이니 템파의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다. 현재 그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공격적인 분위기라면 랩게임의 브리티쉬 인베이젼도 불가능해 보이진 않는다.그 가능성을 보인 건 2010년 연말결산(UK Year-End Chart)에서 탑 텐에 오른 첫 싱글 “Pass Out”이 시작이었다. 마치 80년대 비디오게임에서 빌려 온 듯한 신시사이저 멜로디와 드럼앤베이스를 섞은 독특한 사운드는 곧바로 차트를 점령해버렸다. 이어서 데뷔 싱글 경쟁에서 뒷순위였던 “Frisky”가 여세를 몰아 두 번째 싱글로 발표되었다. 이번에는 더욱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는데, 전작과 마찬가지로 오랜 동료 라비린스(Labrinth)의 역할이 컸다. 타이니에게 어울리는 곡을 만들어 낸 것은 물론 코러스와 보컬로 참여하며 함께 유명세를 누렸다. 처음 두 싱글이 영국의 주된 장르에 바탕을 뒀다면, 세 번째 싱글 “Written in the Stars”는 마치 B.o.B.를 듣는 것 같았다. 덕분에 미국시장에서 데뷔 싱글이 된 이 곡은 빌보드에서 선전하며 골드레코드를 기록했고, 그의 음악과 라임, 그리고 스토리가 미국에서도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미국의 래퍼들이 배고픔을 딛고 스타가 된 것과 같이 말이다.
미국 이외의 시장에서 랩음악을 찾는 이유 중 하나는 다른 방식의 성향 때문이다. 스웨디쉬 하우스 마피아(Swedish House Mafia)와 함께한 힙-하우스(Hip-House) 트랙 “Miami 2 Ibiza”는 두 뮤지션의 앨범에 동시 수록되었는데, 이런 콜라보레이션과 스타일은 미국의 랩음악에서 듣지 못하는 것이라 더욱 반갑다. 또한, 영국의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2010년에 주목받은 엘리 굴딩(Ellie Goulding)이 참여한 일렉트로 팝 “Wonderman”은 뮤직비디오를 꼭 챙겨야 한다. 국내에서도 인기리에 방영했던 [600만 불의 사나이]의 유머러스한 오마주인 이 뮤직비디오에는 굴딩과 템파가 직접 출연해 액션영화 한 편을 선보인다. 영국을 이끌어 갈 차세대 스타들의 모습이라 생각하니 무척 재미있다. 이 밖에도 제이-지(Jay-Z)의 “Empire State Of Mind”를 만든 셕스(Shux)가 특유의 드러밍을 풀어놓는 “Illusion”과 타이니 템파용 맞춤트랙 “Simply Unstoppable”도 인상적이다. 특히, 후자는 현재 왕성하게 힙합 씬과 교류 중인 드러머 트래비스 바커(Travis Barker)가 신기에 가까운 연주를 얹은 리믹스가 싱글로 발표되었다.
하지만 늦은 미국발매에 대한 해결책은 조금 아쉽다. 현지 실정에 맞는 3개의 트랙을 추가한다는 발상까지는 좋았지만, 굳이 기존의 트랙을 교체할 필요가 있었을까. 로열티 문제 같은 비즈니스적 측면이 개입되었겠지만, 영국에서 싱글 차트 성적도 올리고 켈리 롤랜드(Kelly Rowland)라는 인기 싱어까지 참여한 “Invincible” 같은 트랙을 잃은 것은 큰 손해다. 게다가 이건 분명히 원작에 손상을 주는 행위다. 스타게이트(StarGate)와 위즈 칼리파(Wiz Khalifa)가 미국방문의 선물로 내민 "Till I'm Gone"이 제법 흥미로운 떡밥이고, 보이 원다(Boi-1da)와 비 메이저(Bei Maejor)같은 이들의 이름이 오른 것은 솔깃하지만, 그 음악들이 원래의 트랙리스트를 수정하면서까지 들어갈 수준으론 들리지 않는다. 그저 전시 효과만 있을 뿐.
영국의 힙합리스너는 미국시장에서 이미 충분한 양의 음악을 공급받는다. 이 때문에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같은 방식의 자국음악이 성장할 계기가 부족했을지도 모르겠다(한국힙합음악이 우리말랩의 발전과 함께 성장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라.). 그래서 영국의 랩음악은 오히려 일렉트로니카에서 파생된 UK 개러지(UK Garage)나 그라임(Grime)같은 장르로 진화하여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이번에는 역습의 시간이다. 좋은 음악과 탁월한 실력, 그리고 정립된 비주얼 스타일(네온사인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컬러 컨셉트와 특유의 안경)까지 갖춘 타이니 템파는 단순히 래퍼 이상의 아이콘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가 미국시장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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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c231 (2011-06-06 03:22:56, 112.121.29.***)
- 크레익 데이빗의 힙합버전인 느낌입니다. 전체적으로 괜찮았는데 후반에 켈리가 참여한 invincible, let go같이 팝과 타협적인 무난한 트랙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컨셉이 이렇다하면 pass out같이 끝까지 파격적으로 밀어붙였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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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기자 (2011-06-04 02:44:50, 121.128.118.**)
- 오호~ 좋은 리뷰 잘 봤습니다! 처음 pass out 듣고 느낌이 왔어요. 앨범에선 frisky랑 miami 2 ibiza를 제일 좋게 들었는데, invincible이랑 wonderman은 개인적으론 좀 아니었고.. 그래도 kano, chipmunk, tinchy, wretch32 같은 신진(?) 영국 래퍼 중 가장 고퀄리티라고 생각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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