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Bad Meets Evil - Hell: The Sequel
- rhythmer | 2011-06-21 | 1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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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Bad Meets Evil
Album: Hell: The Sequel
Released: 2011-06-13
Rating :
Reviewer: 예동현
EP로 기획된 [Hell: The Sequell]는 사실 정식 수록곡만 9곡이 넘는 무늬만 EP다. 그 충실한 내용물은 더 만족스럽다. 에미넴과 로이스는 앨범 발매 전 여러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 앨범은 우연히 거듭된 작업의 완성도가 높아 충동적으로 정규 발매까지 이어진 프로젝트이며, 상업적 성과와는 상관없이 그들이 원하는 하드코어 랩 음악을 마음껏 펼친 앨범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이 앨범의 성격은 제법 무겁고 어두운 정통 하드코어 앨범에 가깝고 에미넴이라는 브랜드 네임이 갖는 부담이나 파워에 비하면 상업적인 안배나 유명한 게스트 진용도 초라한 편이다. 하지만 랩 음악에 관심이 있는 팬이라면, 이 앨범을 놓치는 것은 대단한 실수가 될 것이다. 힙합 역사를 통틀어서 첫손에 꼽힐만한 실력자 둘이서 9개의 트랙 위에 그 걸출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이 앨범은 레이블의 간섭이나 판매 성과에 대한 부담 없이 그들이 원하고 팬들이 원하는 결과물이 담긴 작품이기 때문이다.발매 전 공개된 첫 싱글 “Fast Lane”을 들어보았다면, 지금부터 무슨 말이 나오게 될 지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알 것이다. 스피디한 비트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라임을 지어내고 적재적소에 펀치라인을 박아 넣는 로이스와 에미넴의 신기에 가까운 래핑은 그야말로 오랜만에 랩의 기술적 유희만으로 청자의 아드레날린을 분출케 하는 트랙이다. 숨 쉴 틈조차 없이 빠른 플로우 중에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라임을 뱉어내는 그들의 랩에는 여유마저 느껴진다. 맙 딥(Mobb Deep)의 해복(Havoc)이 프로듀스한 “Welcome To Hell”이 플레이 되는 순간부터 에미넴과 로이스는 그야말로 청자의 혼을 빼놓을 정도의 현란한 랩을 사정없이 퍼부어댄다. 힙합 팬이 가장 꿈꾸는 그런 앨범을 완성해낸 것이다.
“The Reunion”에서는 에미넴이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의 스토리텔링을 풀어놓기도 하고, “Above The Low”에서는 살벌하고 시니컬한 어조의 자기과시를 화끈한 라임으로 풀어놓는다. 클라렛 제이(Claret Jai)의 목소리는 무겁고 날카로운 비트와 숨 막히는 라임을 약간 중화시키는 동시에 리듬감 넘치는 보컬로 곡의 긴장감을 더한다. 미스터 포터(Mr. Porter)가 빚어낸 사이키델릭한 비트의 “I’m On Everything”에서는 주거니 받거니 라임을 교환하는 그들의 호흡을 통해 마치 10년간 팀을 꾸려온 파트너처럼 노련한 팀워크를 자랑하기도 하고, 방글라데시(Bangladesh)의 미니멀한 비트가 돋보이는 “A Kiss”에서는 트렌디한 곡에서도 타협 없이 대단한 라임을 풀어놓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a Kiss"에 담긴 내용 중 레이디 가가(Lady Gaga)와 케이티 페리(Katy Perry)를 디스하는 듯한 부분이다. 발매 후, 인터뷰에서 에미넴은 그냥 별것 아닌 농담이었다고 말하며 레이디 가가의 재능을 인정했지만, 어쨌든 그의 전과(?)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또 한번 그의 광기가 도진 것은 아닌가 싶었을 것이다.
최근 가장 각광받는 젊은 팝스타 브루노 마스(Bruno Mars)가 참여한 그나마 가장 팝적인 트랙인 “Lighters”이 아마도 앨범의 후속 싱글이자 대중적으로 가장 사랑받을 싱글일 것이다. 브루노 마스의 청명한 목소리와 드라마틱한 멜로디는 앨범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두 멤버의 랩에 담긴 자전적인 내용의 가사 덕에 다른 곡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더불어 로이스 다 파이브나인의 커리어에서 거의 최초로 본격적인 팝-랩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제법 특별한 의미가 있다. 장중한 비트 위로 명성 때문에 얻는 고통과 위선적인 친구들의 욕망에 지치고 분노하는 “Take From Me”를 지나면, 슬로터하우스 멤버들이 총출동해 이 기념비적 프로젝트를 축하하며 가히 살인적인 랩들을 쏟아내는 “Loud Noise”를 끝으로 앨범의 정식 트랙리스트는 마무리된다. 미국에서 발매되는 디럭스 버전에는 두 개의 보너스 트랙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앨범의 발매 결정 이전에 웹 상에서 공개된 “Living Proof”와 “Echo”가 그 주인공이다. 두 곡 모두 대단한 수작으로 너무 일찍 공개되어 보너스 트랙으로 빼놓았지만, 앨범의 베스트 트랙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는 곡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Writer's Block"이라는 또 하나의 명곡이 수록되지 않았다는 점인데, 사실 EP로 기획했다가 이만큼 트랙리스트를 불려놓은 것을 생각하면 불평하기도 좀 그렇다.
이 앨범이 절대로 완벽한 앨범이라는 말은 할 수 없다. 역사상 최고의 래퍼들 가운데 첫손에 꼽힐만한 두 인물이 앨범을 준비하면서 쏟아놓은 그 대단한 라임에 비해 앨범 자체는 전반적으로 별다른 컨셉트나 테마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고, 제작기간은 너무 짧았다. 이 앨범은 앞서 말했듯이 그야말로 갑자기 불타올라 내놓은 왕성한 창작욕의 산물이다. 비록, 걸출한 랩에 비해 다소 부족함이 있는 프로덕션이지만, 그렇다고 수준이 낮은 것은 절대 아니다. 대체로 어둡고 단단한 베이스 라인을 위주로 날카로운 멜로디와 탄탄한 드럼이 받쳐주는 전반적인 사운드의 흐름은 나름대로 일관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적절한 순간에 리듬 속도의 변화와 분위기의 반전을 시도하며 짧은 시간 동안 다채로운 느낌을 청자에게 전달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약간의 결점이 있지만, 이 앨범의 주된 미덕이 프로덕션에 기반을 두지 않음을 염두에 둔다면, 충분히 만족스럽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앨범은 발매되었다. 배드 미츠 이블은 이제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현재의 영광을 상징하는 이름이 될 것이며, [Hell: The Sequel]라는 앨범은 미래의 전설이 될 것이 분명하다. 힙합 음악의 팬으로서 많은 앨범을 듣지만, 2011년 현재까지 이토록 소식만으로 피를 끓게 하고, 플레이한 그 순간부터 마음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은 앨범은 거의 없었다. EP이기에 이 앨범은 에미넴의 이름에 비하면 그리 대단치 않은 상업적 성과를 거둘지도 모른다. 너무 강하기 때문에 이 앨범은 까다로운 비평가들에게 외면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힙합 음악을 사랑하고 랩의 기술적 예술에 열광하는 팬이라면, 그리고 에미넴과 로이스 다 파이브나인의 팬이라면, 이 앨범은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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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aaaam (2011-11-09 19:40:25, 27.119.40.***)
- 패스트래인 들을때마다 소름돋아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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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jack (2011-07-29 21:31:13, 122.38.151.**)
- 되게 별로였던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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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torious (2011-06-23 23:20:15, 115.20.134.***)
- MMLP 때 스타일이 더 좋긴 하지만 지금도
엄청난 랩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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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uble Makerz (2011-06-22 18:27:34, 175.196.243.***)
- 역시 두 거물의 EP 답게 굉장한 랩핑!
하지만, 그 Lighers 는 묵직한 느낌과 강렬한 느낌의 비트들의 랩들 중에
나타난 불청객(?) 같은 느낌의 트랙.
Lighers 가 가장 아쉬웠다 라는거. (그래도 브루노 마스의 목소리는 달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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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틴루이더킹주니어 (2011-06-22 14:21:50, 216.114.194.***)
- Lighters.. 이렇게 어색한 곡은 살다살다 처음들어보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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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y11987 (2011-06-22 13:48:37, 116.41.170.**)
- 라이터스빼고는 잘들었습니다. 비트가 아주 좋은건 아니지만 엠이랑 로이스 랩때문에 들은만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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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재형 (2011-06-22 13:29:23, 183.96.6.***)
- 라이터랑 테이크 프롬 미, 딱 두곡만 빠졌으면 좋았을텐데.. 보너스곡이 두 곡 대신 들어가고.. 에효 그래도 엠의 전작보단 이게 좋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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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rome (2011-06-22 10:29:15, 222.108.177.**)
- 실망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Lighter가 흘러나올때 갑자기 응? 하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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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동수 (2011-06-21 18:11:48, 211.45.56.*)
- 둘이 보여주는 랩의 기술적 예술에 열광합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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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현슬라이더 (2011-06-21 17:50:48, 203.238.53.**)
- Fast Lane 작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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