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Big Sean - Finally Famous
- rhythmer | 2011-07-11 | 1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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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Big Sean
Album: Finally Famous
Released: 2011-06-28
Rating:
Reviewer: 남성훈
[Finally Famous], 2011년 가장 주목받고 있는 래퍼 중 한 명인 빅 션(Big Sean)의 데뷔앨범은 당차게도 '드디어 유명해졌다.'라는 선언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2005년 칸예 웨스트(Kanye West)를 만나 픽업된 후, 2007년부터 발표해온 믹스테잎의 타이틀 역시 [Finally Famous: The Mixtape]이었다. 다음 믹스테잎은 이제 유명해졌다는 듯 ‘UKNOWBIGSEAN’이었다가, 스튜디오앨범 발매 전 발표한 마지막 믹스테잎에서는 이미 거물이 된 것처럼 ‘BIG’을 타이틀로 걸었었다. 이쯤 되면 'FAMOUS'가 목적인양 구는 것이 신인의 자기광고나 객기로 생각하고 말기엔 ‘빅 션’이라는 브랜드 안에 너무 깊숙이 들어왔다. 그리고 정규 스튜디오 앨범의 타이틀은 다시 [Finally Famous]다. 다만, ‘The Album’이라는 부제가 추가됐다.물론, 2007년과 2011년의 'Famous'는 전혀 다른 범위를 포함한다. 빅 션은 어떠한 영역에 얽매여 있어야 그 멋이 나던 선배들의 강박에서 처음부터 벗어난 새로운 세대 중 하나다. 강렬한 것(hardcore)과 듣기 편한 것(pop), 상업적인 것(commercial)과 의식 있는 것(conscious) 어디에 속하던지 그야말로 '쿨'한 자세를 지키면서 그저 좋은 음악과 성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것이다. 요즘 말대로 표현하면 '스마트'하다. 더는 래퍼의 진정성에 집착하고 편을 가르지 않는 힙합음악 소비자들의 성향도 한몫 했다. 빅 션이 원하는 '유명세'는 그래서 '그냥' 유명해지는 것이다. 뭐,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힙합음악의 가장 큰 재미는 노골적인 것과 솔직한 것 아닌가? 그렇다면, 과연 유명해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옥석을 구별하는 눈매가 예전 같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일정 수준의 완성도는 기본이다. 현재 비평적으로나 상업적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굿뮤직(G.O.O.D Music)에 몸담고 있으니, 완성도에 대한 걱정은 크게 할 필요가 없겠다. 베테랑 노 아이디(NO I.D)가 앨범의 대부분을 맡고, 넵튠스(The Neptunes)까지 가세한 프로덕션에서 기술적인 흠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여기서 안심하면 안 된다. 우선 부담감 없는 감상을 위해 망나니 이미지를 더하며 오히려 매력이 올라가기 시작한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을 비롯하여 중량감 있는 드웰레(Dwele)와 존 레전드(John Legend), 여기에 분위기를 팬시하게 띄우는 더 드림(The Dream)과 퍼렐(Pharrell Williams)까지, 끝내주는 보컬들을 참여시켰다. 그리고 '스마트'한 동료 –드레이크(Drake), 위즈칼리파(Wiz Khalifa), 치디 뱅(Chiddy Bang), 루페피아스코(Lupe Fiasco)-를 세트로 초대해 자신의 데뷔앨범을 자축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엔 릭로스(Rick Ross), 푸샤 티(Pusha T)와 함께 폼도 좀 잡는다.그렇다면, 앨범의 주인공은 빅 션의 존재감은 어떠한가? 그는 비록, 수많은 게스트를 압도하지는 못하지만, 꿀리지도 않는다. 단순한 듯 센스 있게 치는 라임들로 유연한 플로우를 만들어내는 랩은 어떤 프로덕션에서도 꽤 잘 어우러진다. 다양한 주제선정의 결과물도 우스꽝스럽지 않고, 그렇다고 심각하게 끌고 가지도 않았다. 왜 대단한 선배들이 그를 인정하고 조력자로 나서는지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Finally Famous]의 문제는 기대주의 데뷔앨범으로서 심각하게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앨범에서 그는 드레이크만큼 무드를 잡지 못하고, 위즈 칼리파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어딘가에 있는 듯한 매력도 발산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키드 커디(Kid Cudi)처럼 기이한 앨범을 만들지도 않았고, 치디처럼 유쾌하지도 않다. 자신과 함께 묶여 동시대의 래퍼로 기억될 동료들의 매력 중간 어딘가에서 몸을 사리고 표정관리를 하는 느낌만 준다. 만약, 그것이 그의 스타일이라고 한다면, 동의하지 못하거나, 믹스테잎이라는 방패 아래 과대평가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빅 션은 앨범 성패의 책임을 자신을 받치고 있는 프로덕션과 레이블, 그리고 게스트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 같다. 딱히 주인공의 역할을 뺏기지는 않지만, 게스트에게 공동주연의 자리를 쉽게 내주는 모습 역시 그러하다. 게다가 게스트들은 빅 션을 크게 돋보이게 하지 못하고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사라질 뿐이다. 칸예 웨스트는 굿뮤직 라인업에서 취약한 젊은 커머셜 힙합/랩 스타를 배출하기 위해 빅 션을 훈련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위험부담을 줄인 대신 정작 레이블의 바탕이 된 아티스트 특유의 매력을 부여하는 데는 실패했다. 어쨌든 그의 바람대로 유명해지긴 하겠지만, 결국, [Finally Famous]는 믹스테잎 시리즈에 이은 거창한 예고편 정도로 생각하는 게 편할 듯하다. 빅 션이 랩 잘하는 운 좋은 젊은이로 남을지, 막강한 선배들의 도움으로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지 짐작이라도 하려면 좀 더 기다려야겠다. 적어도 이번 [Finally Famous]를 통해서는 아니다. 타이틀을 배반하진 않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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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izzy (2012-08-17 09:23:44, 211.108.46.***)
- 빅션이라는 아티스트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저는 좋게 들었습니다. 맛깔나는 랩 덕분에 가볍고 편하게 듣기 참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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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계소년 (2011-07-12 14:17:08, 175.197.17.***)
- 뭔가 끌어내지 못하고 다른 아티스트들과 따로 노는 기분. 차라리 피쳐링을 좀더 줄이고 자신의 것을 더 보여주지 아쉽내요. 듣는 내내 힘겨웠던 이유가 있었군요. 저만 그런 느낌인줄 알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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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버섯전성시대 (2011-07-11 22:56:40, 58.122.120.**)
- '자신과 함께 묶여 동시대의 래퍼로 기억될 동료들의 매력 중간 어딘가에서 몸을 사리고 표정관리를 하는 느낌만 준다.'
이부분 정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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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uble Makerz (2011-07-11 19:52:34, 175.212.192.***)
- 솔직히 말해서
빅 션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이번 정규앨범은 조금 실망이네요.
믹스테잎이 차라리 나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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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틴루이더킹주니어 (2011-07-11 15:34:43, 216.114.194.***)
- 꽤 재치있는 편인데, 독자스타일이 없음
드레이크, 위즈칼파, 커디의 짬뽕이라고 보면됨
Getcha some 때가 차라리 난것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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