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Lenny Kravitz - Black and White America
- rhythmer | 2011-09-05 | 1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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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Lenny Kravitz
Album: Black and White America
Released: 2011-08-22
Rating:
Reviewer: 현승인
초기 록 혁명의 시작은 흑인 뮤지션들이 창조한 블루스와 로큰롤이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기억하는 흑인 록 뮤지션은 그리 많지 않다. 당신이 만약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와 슬라이 스톤(Sly Stone), 그리고 프린스(Prince)를 떠올린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이상 전설적인 흑인 뮤지션들은 백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록 역사의 한 인물로 기억될 뿐, 흑인음악의 범주에서는 좀처럼 이야기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단순히 인종적인 접근이 아니다. 철저하게 블루스 작법에 충실했던 지미 헨드릭스는 자신의 음악을 사이키델릭 록과 결합시켜 초기 흑인 록과 흑인 훵크를 만들어냈고 이러한 움직임은 죠지 클링턴(Geoge Clinton)의 피-훵크(P-funk)로 이어졌다. 슬라이 스톤은 흑인들의 알앤비와 로큰롤을 통해 당시 최고로 멋진 댄스음악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만약 이 두 뮤지션이 없었다면 최고의 팝스타 프린스의 음악은 지금과 달랐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누가 그들의 음악을 흑인음악이 아닌 록의 범주에만 묶어놨을까? 과거 백인들의 역사를 상기한다면 이것을 유추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리듬 앤 블루스와 로큰롤을 더러운 음악으로 치부했던 백인으로서는 그들의 음악인 기타중심의 록이 흑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탄생했다는 사실이 아마도 인정하기 싫은 불편한 진실이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레니 크라비츠(Lenny Kravitz)의 새 앨범 [Black and White America]는 참으로 반가운 앨범이 아닐 수 없다. 레트로 록의 황제로 군림하고 있는 레니 크라비츠의 이번 앨범의 주제가 바로 다름아닌 '니그로필리아(Negrophilia)'이기 때문이다. '니그로필리아'란 20세기 초, 프랑스의 젊은 흑인 예술가들이 이끌었던 문화흑인인권운동으로 당시 검은 얼굴 하얀 가면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프랑스의 흑인 커뮤니티에 흑인으로서 자부심을 일깨워줬던 아방가르드 운동이다.
'니그로필리아'라는 다분히 인종성 짙은 주제는 [Black and White America] 앨범 전체를 일관적으로 관통하고 있다. 타이틀과 동명의 곡인 첫 번째 트랙 "Black and White America"에서 레니 크라비츠는 백인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자신의 힘들었던 유년시절을 가사와 훵키한 리듬으로 고백하고 있으며, 이미 싱글로 공개된 "Stand"와 "Come On Get It"은 60년대 후반 흑인 뮤지션들의 공통적인 주제였던 '블랙파워'의 메시지와 이어져있다. 음악 스타일 면에서도 이번 앨범은 철저하게 '니그로필리아'를 표방하고 있다. "Superlove"는 70년대 말 알앤비 사운드를 그대로 표현했고 "Liquid Jesus"는 70년대 초의 마빈 게이(Marvin Gaye)를 연상케 한다. 더 나아가 "Life Ain't Ever Been Better Than It Is Now"는 대놓고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을 오마쥬한 곡으로 당시의 훵크를 완벽히 재현했다. 더불어 "In The Black"과 "Evryting"과 같은 트랙을 통해서는 그가 아직 레트로 록의 황제로서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한다.다만, 제이-지(Jay-Z)와 결합으로 기대를 모았던 "Boongie Drop"은 아쉽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 뮤지션 제이-지의 참여는 앨범의 주제와 관련하여 매우 적절한 선택이었지만, 곡의 스타일 면에서 앨범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제이-지의 랩도 다소 실망스럽다.
결과적으로 레니 크레비츠의 통산 아홉 번째 정규 앨범인 [Black and White America]는 매우 준수하다. 그는 앨범 곳곳에서 전체 세션을 자신이 직접 지휘하고 연주하며 여전히 프로듀서이자 연주인으로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 앨범은 잠시 오점(?)을 남기기도 한 레니의 커리어를 어느 정도 회복시킨 전작 [It is Time for a Love Revolution]에 이어 그의 진가를 보여준 역작이라 평가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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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계소년 (2011-09-09 10:07:44, 110.10.162.***)
- 언급하시더니 리뷰 남겨 주셨내요. 잘몰랐던 가수인데 관심을 가져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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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peye (2011-09-05 02:00:56, 168.120.97.***)
- 얼른 들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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