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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Van Hunt - What Were You Hoping For?
    rhythmer | 2011-10-17 | 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Van Hunt
    Album: What Were You Hoping For?
    Released: 2011-09-27
    Rating: 
    Reviewer: 현승인









    소울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은 흑인음악팬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최근 몇 년간의 소울 농사가 마냥 흉년인 것만은 아니었다. 클래식이라고 부를만한 소울 앨범들은 매년 한두 개씩 꾸준히 나왔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건 최근 몇 년간의 소울 앨범들 사이에서 공통으로 발견할 수 있는 작은 흐름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레트로다.  클럽튠 알앤비 사이에서 그나마 선방을 했던 소울 뮤지션들은 대부분 옛 소울로의 회귀를 보여주고 있다. 라샨 패터슨(Rahsaan Patterson)으로 대표되는 레트로 소울은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네오 소울의 또 다른 방향성을 제시했고 라파엘 사딕(Raphael Saadiq)은 작년과 올해의 앨범을 통해 레트로의 끝을 보여줬다.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현재의 소울은 최근 트렌디한 알앤비와 대척점에 서게 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 안에서 반 헌트(Van Hunt)의 등장은 주목할만한 것이었다. 그의 데뷔작인 [Van Hunt]와 두 번째 앨범인 [On The Jungle Floor]를 통해 그는 레트로 소울을 이끌어 갈만한 신예 소울스타로서 자격이 있다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는 라샨 패터슨과 끊임없이 비교당해야만 했고, 실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호응을 받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블루노트로 이적 후, 그의 세 번째 앨범이 되었어야 할 [The Popular Machine]은 계속 발매가 연기되다가 결국엔 발매되지 못하는 불운을 겪기도 한다. -이 앨범은 어둠의 경로(?)를 통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데, 상당한 퀄리티의 앨범으로 만약 이 앨범이 정식 발매되었다면 그가 레트로 소울의 대표적인 뮤지션으로 더 굳건하게 자리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공식적인 세 번째, 비공식적으론 네 번째 앨범인 반 헌트의 새 앨범 [What Were You Hoping For?]는 복고 소울 흐름의 연장선에 있는 앨범이다. 타이틀에서도 예상할 수 있듯이, 반 헌트는 이번 앨범을 통해 과거 그가 어떤 음악을 들어왔고, 어떤 음악을 하고 싶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주목할 부분은 반 헌트가 추구하는 레트로의 방향성이 다른 뮤지션들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일례로 라파엘 사딕과 비교를 들 수 있겠다. 사딕이 4,50년대 알앤비 사운드를 재해석하는데 방향성을 맞췄다면, 반 헌트는 알앤비와 록을 적절하게 매치하는 것으로 레트로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어쩌면 이와 같은 차이는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 둘은 같은 세대가 아니니까. 듣고 자란 음악이 다른 만큼 각자 생각하는 레트로의 방향성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첫 번째 싱글인 “Eyes Like Pearls”과 “A Time Machine is My New Girlfriend”는 이러한 반 헌트의 방향성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트랙이다.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을 연상케 하는 기타 리프에 가스펠 느낌이 물씬 나는 그의 보컬이 더해졌다. 더 나아가 “Waching You Go Crazy Is Driving Me Insane”에서는 아예 록 뮤지션의 곡을 듣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강렬한 펑크(Punk)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는 그가 자신의 음악을 형성하는데 록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대변함과 동시에 그가 생각하는 레트로의 지점이 어디쯤인지 짐작할 수 있게 만든다.

    “Moving Target”는 전통적인 알앤비의 구성을 지닌 곡으로 반복되는 업 비트에 몽환적인 반 헌트의 목소리가 어우러져서 서정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Designer Jeans”는 싸이키델릭 소울과 펑크, 그리고 디스코를 섞어놓은 듯한 곡이다. 자칫 잘못하면 엉망이 될 수도 있는 이 조합은 이 앨범에서 가장 펑키하고 유니크한 노래로 탄생했다.

    한 때 흑인음악 씬의 가장 중요한 자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소울의 왕좌는 예전과 같지 않지만, 소울은 옛 것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온고지신의 방법론으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 반 헌트의  [What Were You Hoping For?]는 이런 고민이 가장 잘 묻어 나온 앨범이다. 이번 앨범을 통해서 그는 레트로하지만, 여태까지 들어본 적 없는 새로운 형태의 소울을 창조해냈다. 어쩌면 이러한 움직임 속에는 잃어버린 왕좌를 되찾기 위한 소울의 욕망이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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