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Terminal 3 Presents The Academy
- rhythmer | 2011-10-24 | 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
Artist: Various Artist
Album: Terminal 3 Presents The Academy
Released: 2011-09-13
Rating: +
Reviewer: 양지훈
컴필레이션 앨범에는 필연적으로 직면하게 되는 한계성이라는 것이 있다. 잘 만든 음반이라는 입소문을 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앨범을 빛내는 트랙이 서너 곡은 갖춰져 있어야 하며, 만약 나머지 곡들이 가볍게 넘길만한 수준에 머무른다면 절대로 명반이 될 수 없다. 이처럼 컴필레이션 앨범이 높은 완성도를 보유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완벽한 컴필레이션 앨범의 탄생을 기대하기는 늘 어렵기 마련이지만, 2011년, 힙합 마니아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라인업의 공개가 있었다. 바로 웨스트 코스트의 능력자 커럽(Kurupt)이 총 지휘를 맡고, 터미널 쓰리(Terminal 3) 프로덕션을 통하여 발매된 [Terminal 3 Presents The Academy]이다. 오랜만에 잘 만든 힙합 컴필레이션 앨범을 기대하게 만드는 순간이 도래한 것이다.일단, 경력과 지역을 불문한 힙합 컴필레이션 앨범이 모처럼만에 탄생했다는 사실 자체가 그저 반갑다. 출중한 기량을 가진 50여 명의 MC들 중에는 상대적으로 친숙한 이름들 - 이를테면 우-탱(Wu-Tang Clan)의 래퀀(Raekwon)과 메쏘드 맨(Method Man), 레드맨(Redman), 제이다키스(Jadakiss) - 이 보이는가 하면, 좀처럼 근황을 알기 힘들었던 랩퍼들의 생존 신고도 찾아볼 수 있으며, 무척 낮은 인지도의 MC들도 숨어 있다. 그렇지만, 인지도의 높고 낮음을 떠나서, 미 동부-서부 지역간의 벽을 허무는 사례(예를 들자면 커럽과 피트 락(Pete Rock)의 콜라보레이션)와 의외의 조합(셰이디 레코드(Shady Record)와 덕 다운(Duck Down), 그리고 우-탱 진영의 콜라보가 이루어진 "Let's Go"와 같은 트랙)을 찾아볼 수 있기에, 언더그라운드 힙합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참으로 흥미로운 라인업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쉽게도 앨범의 진가는 여기까지다.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한 라인업이긴 하지만, 화려한 겉모습에 어울릴만한 훌륭한 내용물을 갖추지는 못했다. 앨범의 곡 하나하나가 기대한 만큼의 흥미를 유발하지 못하는 모양새인데, 전반적으로 MC들이 그저 자기 할 몫만 해낸다는 느낌이 강하다. 커럽과 래퀀이 참여한 "Samaryda"가 앨범의 타이틀곡 역할을 하지만, 정작 가장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곡은 "Triple Seize"이다. 크루킷 아이(Crooked I), 카피라이트(Copywrite), 그리고 치노 엑셀(Chino XL)의 차진 랩이 연이어 터지는 이 곡은 앨범에서 독보적인 비중을 차지한다고 봐도 될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지녔다. 하지만 "Triple Seize"를 지나치면 다시금 확실한 한 방 없이 스무 번째 트랙까지 흘러가게 된다. 중반부에는 디제이의 단독 진행으로 구성된 "Gifted Unlimited Rhymes Universal” -고인 구루(Guru)에 대한 추모의 의미로 실린 곡- 이라는 곡도 포함되어 있는데, MC 힙합이 아닌 턴테이블 리릭 트랙이라는 고유성이 있지만, 역시나 이색적인 느낌을 주는 데에는 역부족이다.
앨범을 끝까지 듣고 나면 살짝 난감하다. 작금의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사운드와 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채로 70여 분의 러닝 타임이 진행되는데, 도대체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할지 모르겠다. 앞서 말했듯이 의외의 조합이나 근황이 궁금했던 이들의 등장에 기대감이 부풀게 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 보면 귀에 감기는 콜라보레이션을 찾기 쉽지 않다. 차라리 일관성 있는 언더그라운드 하드코어 랩 앨범 한 장을 듣는 것이 나을 듯하다. 이 정도면 컴필레이션 앨범의 한계성이 무엇인지를 말해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봐도 되겠다. 잘 만든 힙합 컴필레이션 앨범을 찾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어렵다.
Track List
01. Welcome To The Academy f/ Method Man & Redman
02. Mashout f/ Canibus, Agallah, & Styles P
03. Samaryda f/ Raekwon, Kojoe, & Kurupt
04. Still No! f/ Ras Kass, Phillie, & Rock of Heltah Skeltah
05. Triple Seize f/ Crooked-I, Copywrite, & Chino XL
06. Rich Righteous Teachers f/ Jadakiss, La The Darkman, Sav Killz & Billy Danze (of M.O.P)
07. Lets Go f/ Royce Da 5' 9", Bronze Nazareth, Sean Price, & K-Solo
08. Code Of Conduct f/ Pacewon, El Da Sensai & Illah Ghee
09. Pick Your Vice f/ Labba, Pack FM, Udi, Dzk, & Stack-A-Dolla
10. Gifted Unlimited Rhymes Universal f/ DJ Absurd
11. Kill Everything (Squad Up) f/ kurupt, Tri- State, Ruste Juxx & Kevlarr 7
12. Body Down f/ Styles P, Kojoe, & Jaecyn Bayne
13. Rock This f/ Pete Rock, Copywrite, & Planet Asia
14. Paperwork f/ Keith Murray, Sean Price & Big Lou
15. The Alliance f/ Timbo King & Math Hoffa
16. M.O.A.N (remix) f/ Prodigal Sunn, 60 Second Assassin, Killah Priest, & Hell Razah (Sunz of Man)
17. Keep It Movin f/ M-Eighty, Son One, & Jaecyn Bayne
18. Thief In The Night f/ K-Solo, Born Sun, Killah Priest, & Goldie
19. Where There Is Nowhere f/ Reef The Lost Cauze, Chopp Devize, & Timbo King
20. Change The World f/ Matilda, Goldie, & Rusty Redenbacher (of The Mudkids)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양지훈
모든 리드머 콘텐츠는 사전동의 없이 영리적으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5
-
-
- 디제이 프린스 폴 양병웅 (2011-11-05 07:43:08, 125.209.43.***)
- 대체로 리뷰에 공감합니다.
DIGGAZ!!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