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Nappy Roots - Nappy Dot Org
- rhythmer | 2011-10-31 | 1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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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Nappy Roots
Album: Nappy Dot Org
Released: 2011-10-11
Rating:
Reviewer: 강일권
스스로 ‘시골 남자(Country Boy)’임을 내세우는 켄터키 주의 5인조 그룹 내피 루츠(Nappy Roots)의 음악은 시골의 향취가 은은하게 묻어나는 서던 힙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일명 ‘컨트리 서던 힙합(Country Southern Hip Hop)’이라고 하면 적당한 표현이 될까? 이들은 지난 넉 장의 정규 앨범을 통해 작금의 트렌드에서 살짝 벗어나 앞서 언급한 그룹만의 색깔 있는 사운드를 구축하며 쏠쏠한 성공을 거두어왔다. 그리고 이들의 컨트리 서던 힙합 노선은 최근 발표한 다섯 번째 앨범에서도 이어진다. 단, 이번에는 애틀랜타를 기반으로 하는 슈퍼 프로덕션 팀 오거나이즈드 노이즈(Organized Noize)가 전곡을 책임졌다. 비록, 이들의 명성이 예전만 못한 건 사실이지만, 자기 색 확실한 두 남부 힙합 패거리들의 결합은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본작의 음악적 키를 쥐고 있는 오거나이즈드 노이즈는 우선 컨트리 음악과 힙합을 적절하게 퓨전한 곡들로 내피 루츠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공고히 하는데 집중한다. 클랩 비트, 클래식 기타 리프, 해먼드 오르간 사운드가 소박하게 삼합을 이룬 “Legend Lives On”, 역시 클랩 비트 위로 역동적인 혼(Horn) 섹션이 가미된 “Country Boy Return”, 남부 특유의 셔플 리듬으로 바운스를 형성한 “Good And Evil”, 잘게 쪼개진 하이햇 위로 잔잔한 기타 리프를 버무린 “Give Me A Sign”, 이국적인 흥취를 자아내는 피들(Fiddle/*필자 주: 컨트리 음악에서 주로 쓰이는 손으로 만든 바이올린) 연주 리프가 인상적인 “Nappy U Here” 등은 그 대표적인 예이자 앨범의 하이라이트 트랙들이다. 이처럼 컨트리 힙합 사운드로 중심을 잡는 가운데, 오거나이즈드는 또 다른 장기인 미래지향적인 비트로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미한다. 흡사 아웃캐스트(Outkast)의 “ATLien”을 연상하게 하는 신시사이저와 보코더의 운용이 눈에 띄는 “Easy Money”, 90년대 마이애미 비트의 추억을 가져온 “Yall Party”, 무게감을 잔뜩 머금은 신스 사운드가 돋보이는 “Karma”, 다이내믹한 드럼과 웅크린 일렉 기타 리프가 어우러진 “Congratulations” 등은 앞선 트랙들과 정반대에 위치하는 또 다른 하이라이트 트랙들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들에서 지난 90년대에 오거나이즈드가 지휘했던 두 장의 서던 힙합 클래식, [ATLien](Outkast)과 [Soul Food](Goodie Mob)의 향이 골고루 베어 나온다는 점이다. 전자는 SF 영화를 연상하게 하는 실험적이고 범우주적인 사운드, 후자는 소울풀하고 시골의 향내가 담긴 정적이고 소소한 사운드의 작품이었다. 내피 루츠의 이번 앨범이 언급한 두 앨범처럼 신선한 충격을 주지는 않지만, 한동안 잠들어있던 오거나이즈드 노이즈의 프로덕션이 전성기적 기량에 가까운 완성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 할 만하다.
스키니 드빌(Skinny DeVille), 비. 스틸(B. Stille), 론 클러치(Ron Clutch), 빅 브이(Big V), 피쉬 스케일스(Fish Scales) 등으로 구성된 내피 루츠의 랩 또한, 매우 준수하다. 이들은 이전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온 서던 힙합의 가장 큰 주제라 할 수 있는 클럽 파티, 섹스, 마약 등에서 벗어나, 켄터키 주에서 일상, 사람 사이의 관계, 삶에 대한 철학 등 다양한 주제를 적당한 무게로 담아낸다. 본작에서도 다섯 랩퍼는 보편적인 스웨거(“Country Boy Return”)부터 연인 관계의 한계점에 대해 얘기하거나(“Hey Love”),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매일 고투하는 모든 이를 응원하며(“Congratulations”), 비단 음악에서뿐만 아니라 랩을 통해서도 그룹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드러낸다. 또한, 멤버가 다섯 명이나 되기 때문에 쿠조 구디(Khujo Goodie of Goodie Mob)만을 외부 랩퍼로 초대하고, 몇몇 곡에서 보컬리스트와 조합을 들려주는데, “Hey Love”, “Give Me A Sign” 등은 보컬이 매우 효과적으로 입혀진 트랙들이다.
[Nappy Dot Org]는 내피 루츠 & 오거나이즈드 노이즈의 앨범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프로덕션의 비중이 큰 작품이다. 한 프로듀서가 모든 비트메이킹까지 책임질 경우 ‘일관성’이라는 미명 아래 자칫 비슷비슷하고 지루한 음악의 나열에 그칠 위험이 있지만(물론, ‘일관성’이 매우 훌륭한 장점이 된 작품들도 얼마든지 있다.), 이번 앨범이 이러한 함정을 잘 피해나갈 수 있었던 기저에는 오거나이즈드 노이즈라는 팀 자체가 3~4명으로 구성되어(멤버 중 Big Rube는 간혹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스타일을 구사할 수 있는 베테랑의 집합체였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남부 힙합이 동부와 서부의 라이벌 전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던 90년대, 독창적인 스타일의 음악으로 세간의 편견을 깼던 오거나이즈드 노이즈와 역시 특정 클리셰에 갇히지 않은 컨트리 서던 힙합으로 무장한 내피 루츠의 결합은 비록, 저 옛날 아웃캐스트나 구디 맙의 결과물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매력적이고 튀는(?) 앨범을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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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mortal (2011-11-06 20:24:55, 218.235.76.***)
- 괜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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