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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J-Live - S.P.T.A. (Said Person of That Ability)
    rhythmer | 2011-11-04 | 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J-Live
    Album: S.P.T.A. (Said Person of That Ability)
    Released: 2011-09-27
    Rating: 
    Reviewer: 양지훈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00년대 초, 국내의 힙합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The Best Part]와 [All of the Above]의 연이은 호평이 입소문을 타면서, 제이 라이브(J-Live)라는 걸출한 실력의 랩퍼가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대표하는 지성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제이-라이브의 자신감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트루 스쿨(True School)’이라는 단어는 그를 논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수식어로 통했다. 영문학을 전공하고 한 때 중학교 선생이었다는 이력도 인텔리전트 랩퍼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에 일조했으며, 무엇보다도 이미지에 걸맞은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그를 거품이라고 폄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편으로는 랩퍼, 프로듀서, 그리고 디제이의 역할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만능 뮤지션이라는 이미지까지도 겸비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그가 대표로 부임하고 있는 레이블의 이름이 'Triple Threat Productions'이겠는가?!

    비록, 세월이 지나면서 제이-라이브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은 자연스레 사라졌지만, 그는 꾸준하게 양질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이전 작품에 비해 초라해진 스케일 때문인지 [The Hear After]에서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기도 했지만, [Then What Happened?]를 통해 여전히 힙합계의 팔방미인임을 증명했고, 타 뮤지션의 앨범에 참여할 때면 항상 잘 만든 트랙의 보증 수표로 통하곤 했다. 모처럼만에 공개된 정규 앨범 [S.P.T.A.]에서의 제이-라이브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의 이미지와 큰 차이가 없다. 그는 언제나 그래왔듯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으며, 힙합의 3요소를 모조리 소화하는 모습까지도 변함없다. 기존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프로듀서들의 흔적이 많은 가운데, 마르코 폴로(Marco Polo)가 이끄는 깔끔한 프로듀싱이 빛나는 "The Authentic"과 같은 곡이 눈길을 끌며, 그와 더불어 기본적으로 제이-라이브 표 흔적들을 군데군데서 쉽사리 발견하게 된다. 트랙 리스트에는 정식으로 표기되지 않았지만, 몇몇 곡이 끝날 무렵마다 첨가된 짧은 트랙(Interlude)과 디제이 퀵(DJ Quik)의 앨범 속 연주곡을 연상케 하는 "Life Comes in Threes"는 프로듀서로서 자신감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명료한 딜리버리를 보장하며 완급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랩도 여전하여,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경지에 올라 있음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알제이디투(RJD2)와 작업으로 만들어진 "Great Expectations"를 들어보라. 건반 음과의 조화를 통해 라이밍을 자연스럽게 이끌어가는 베테랑 MC의 표본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난해하게 느껴지는 앨범의 타이틀을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부터 제목으로 말해주는 "Pronounced Spitta"에서 견고한 랩 스킬도 빼놓을 수 없다.

    프로듀싱과 랩 양면에 걸쳐 건재함을 과시하지만, 오히려 가장 눈 여겨 볼 요소는 'DJ 제이-라이브'이다. "From Scratch", "Pronounced Spitta"에서 접할 수 있는 제이-라이브의 스크래칭은 확실히 앨범의 플러스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힙합의 3요소를 모두 어설프지 않게 소화하는 능력이 있다는 평가아래 '그래도 제이-라이브 하면 랩'이라는 말이 정설에 가까웠지만, 랩퍼가 아닌 DJ의 높은 역량까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기대 이상의 수확이다. 의외의 수확과 함께 마르코 폴로, 다이아몬드 디(Diamond D), 알제이디투 등 개성 강한 프로듀서들의 힘을 한 데 모아 일관성 있는 앨범으로 융합하는 제이-라이브의 탁월한 능력은 감탄할 만하다.

    완벽에 가까웠던 [The Best Part]와 [All of the Above]에 비해 확실한 한 방이 없다는 아쉬움을 달래기는 어렵지만, [S.P.T.A.]를 통해 힙합 계의 몇 안 되는 'Triple Threat(세 가지에 고루 뛰어난 명선수)'을 다시 한 번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저 즐겁다. 최근에 발매된 힙합 앨범 중 이만큼 긍정과 열정의 메시지가 잘 담긴 랩과 비트를 짜임새 있게 묶은 작품이 또 있었나 싶다. 그는 또 한 번의 실력 발휘를 통해 '제이-라이브=힙합계의 만능 재주꾼'이라는 희소가치가 유효함을 입증했다. 누구나 [S.P.T.A.]의 곳곳에 숨어 있는 자신감의 흔적을 접할 때마다 거만함이 느껴지기는커녕, 15년 넘게 고군분투 중인 베테랑의 출중한 실력에 고개를 끄덕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Track List

    01. As I Start
    02. From Scratch
    03. The Authentic
    04. Watch Sun Watch
    05. How I Feel (Part 3)
    06. The Me & You
    07. No Time To Waste
    08. Pronounced Spitta
    09. Life Comes In Threes
    10. Great Expectations
    11. Poetry In Ertia
    12. Home Or Away (Remix)
    13. Half A Gl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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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호재 (2011-11-07 14:32:29, 165.243.111.**)
      2. 너무 오래 기다려온 만큼 시원하게 갈증해소를 해주는 J-Live!!
        Great Expectations 정도가 확실한 한방에 근접한 트랙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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