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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Jedi Mind Tricks - Violence Begets Violence
    rhythmer | 2011-11-14 | 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Jedi Mind Tricks
    Album: Violence Begets Violence
    Released: 2011-10-25
    Rating: 
    Reviewer: 양지훈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의 대들보 제다이 마인드 트릭스(Jedi Mind Tricks, 이하 JMT)가 일곱 번째 정규 앨범 [Violence Begets Violence]로 돌아왔다. 새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슈는 두 가지다. 하나는 6집까지 JMT의 프로듀서로 활약한 스툽(Stoupe The Enemy of Mankind)의 불참이요, 다른 하나는 비니 패즈(Vinnie Paz)가 구축한 독자적인 레이블 에너미 소일(Enemy Soil)에서 발매한 첫 JMT의 앨범이라는 점이다. JMT의 심장과도 같은 존재인 스툽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소식은 당연히 큰 화제가 됐는데, 비니 패즈의 말에 의하면, 그는 힙합에 대한 열정을 상실하고 JMT의 커리어대신 다른 일에 전념하기로 한 상태이며, 분쟁으로 인해 JMT에서 아예 떨어져 나간 것은 절대 아니라고 한다. 스툽의 불참이 아쉽긴 하지만,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비니 패즈가 자신의 메인 커리어인 JMT의 행보를 본인 소유의 레이블에서 식구들과 함께 이끌어간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비니 패즈와 저스 알라(Jus Allah), 2MC 체제로 개편된 JMT는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열혈 힙합을 표방하고 있다. 스툽의 공백은 레이블의 전속 프로듀서 씨-랜스(C-Lance)와 게스트 프로듀서들이 메웠다. JMT 특유의 어두운 색채는 유지하되, 주로 디제이 퀘스천(DJ Kwestion)의 스크래칭으로 코러스를 처리하는 작법을 취한다. 결국, 리프 더 로스트 커즈(Reef The Lost Cauze)의 앨범 [Fight Music], 일 빌(Ill Bill)과 비니 패즈의 합작 앨범 등 에너미 소일 레이블의 전작들과 별반 차이가 없는 '패밀리 앨범'에 가까워진 셈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문제다. 나는 ‘기존의 JMT 팬들은 만족할만한 앨범’이라는 몇몇 매체의 평가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스툽의 공백이 야기한 맹점은 결코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다양한 소스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거듭했던 JMT의 4집 이후, 행보 중에서 미니멀한 비트와 스토리텔링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Uncommon Valor: A Vietnam Story", 웅장함과 화려한 비트의 대표곡 "Heavy Metal Kings"가 공존하는 5집 [Servants in Heaven, Kings in Hell]을 이상향으로 생각하곤 했다. 헌데, 이번 작품은 JMT가 보유하던 고유의 색채를 상당 부분 상실한 '패밀리 앨범'에 가깝기에 그러한 기대에서 완전히 어긋나고 말았다. 시대는 변했지만, 현악 음과 드럼 루프의 조합이 주를 이루며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던, 그 와중에도 박진감 넘치는 비트가 곳곳에 자리했던 JMT의 초기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도 더러 있을 것이고, 라틴 음악과 접목을 시도한 과도기로 기억되는 3집에 이어 계속되는 스툽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지켜봤던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런 올드팬들에게 이번 앨범이 어느 정도의 만족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평가는 어불성설에 가깝다.

    물론, JMT의 기존 팬들에게 '배신'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JMT에게서 떠오르는 이미지가 단번에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앨범마다 몇 개씩 수록되곤 하던 박진감 넘치는 트랙은 타 트랙에 비해 빠른 BPM으로 진행되는 곡인 "Bloodborn Enemy"를 통해 이번에도 구현된다. 또한, JMT의 앨범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었던 '피치 올린 보컬 루프'를 백그라운드에 깔아놓고 랩을 하는 모습도 "Design in Malice"에서 확인 가능하다. 비록, 5집의 "Uncommon Valor: A Vietnam Story"처럼 완벽한 스토리텔링은 찾기 힘들어졌지만, 비니 패즈와 저스 알라의 랩에서는 이전 작품에 비해 보다 견고한 라이밍이 감지된다.

    그럼에도, 팀의 주축이던 스툽의 공백으로 인한 음악적 공허함을 극복하는 건 어려워 보인다. JMT의 첫 앨범부터 현재의 JMT까지 수 년 동안 관심을 가져왔던 한 사람으로서, 비니 패즈와 저스 알라의 2MC 체제로 개편된 JMT에게서는 무시무시한 가사를 마구 쏟아내는 두 명의 테러리스트 그 이상의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이 CEO로 부임하는 레이블에 그간 함께 해왔던 실력자들을 식구로 맞이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하려는 비니 패즈의 노력은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지만, JMT라는 팀이 보유한 상징성과 특별함을 고려한다면, [Violence Begets Violence]의 가치는 베이비그란데(Babygrande)에서 발매했던 기존 앨범들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균형 잡힌 5집의 느낌을 다시 만끽할 수 있기를 내심 바랐던 이들에게는 아쉽게도 이번 앨범이 실망스러운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Track List

    1.Intro (prod. Scott Stallone)
    2.Burning the Mirror (prod. C-Lance)
    3.When Crows Descend Upon You feat. Demoz (prod. Hypnotist Beats)
    4.Fuck Ya Life feat. Blacastan (prod. Junior Makhno)
    5.Imperial Tyranny feat. King Magnetic (prod. C-Lance)
    6.Design in Malice feat. Young Zee & Pacewon (prod. Mr. Green)
    7.Weapon of Unholy Wrath (prod. Shuko)
    8.Target Practice (prod. Hypnotist Beats)
    9.Carnival of Souls feat. Demoz (prod. Grand Finale)
    10.Willing a Destruction onto Humanity (prod. C-Lance)
    11.Chalice feat. Chip Fu (prod. Illinformed)
    12.BloodBorn Enemy (prod. Nero)
    13.The Sacrilege of Fatal Arms (prod. C-Lance)
    14.Street Lights (prod. N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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